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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팀
9.6~9 미국 시애틀에서 한미FTA 3차 협상이, 9.14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3차 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은 한미FTA 협상의 중요한 분깃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래에서는 한미 FTA 3차 협상을 둘러 싼 쟁점과 상황을 정리해 보겠다.
1. 협상 쟁점
1) 한미FTA 협상의 가장 중요한 영역은 서비스/투자/금융/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이다. 이들 분야는 애초부터 한국 정부가 전략적 개방을 추진하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협상전략을 잡은 만큼 미국측의 요구를 어느 수준에서 방어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투자분야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1차 협상에서 이미 통합협정문을 작성한 바 있다. 특히 투자 분야에서는 커다란 우려 대상이었던 투자자-정부 제소권을 1차 협상에서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네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어 향후 대폭 개방을 예고하고 있고, 금융 분야에서는 2차 협상에서 신금융서비스, 국경간 거래 등과 관련해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되어 있다.
2차 협상에서 양국은 서비스/투자분야 유보안을, 8월말에는 상대편에 개방을 희망하는 요구안을 교환하였다. 서비스/투자 분야의 유보안의 경우 “다른 나라와 협정을 맺을 때(80여개)보다 많은 100여개를 개방불가 리스트에 올렸다”(한겨레신문 7.17자에서)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7월초부터 국민 여론이 악화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차 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이 SAT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자 교육부가 이를 유보안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은 방송과 기간통신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 법률서비스 진출 등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농업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이다.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쌀이다. 정부는 줄곧 쌀은 개방대상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쌀 시장 개방은 노무현 정부의 입지를 뿌리로부터 흔들만한 의제라는 점에서 당연한 반응일 수 있지만 여타 부분의 대폭적인 개방에 따른 반발을 희석하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른 부분은 대폭 개방하고 쌀을 막아낸 후 정부가 대단한 협상을 했다는 따위로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통상전문 주간지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 수전 슈워브 대표가 “쌀 관세와 개성공단 제품 문제가 가장 큰 난제다. 두 나라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분야들에서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한겨레 신문에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미국 또한 쌀 문제는 통상 문제를 뛰어 넘는 정치적 현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쌀이외에 가장 예민한 쟁점은 쇠고기 수입 문제이다. 이는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의 하나였고 미국의 입장에서도 큰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2003년 한 해동안 미국산 쇠고기가 약 8억불 수입되었고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으로 한국,대만,일본 등의 수입 금지 조치로 미국의 해당 업계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덕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은 8.17 라디오 인터뷰에서 쇠고기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음을 밝히면서 "쇠고기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연간 8억달러어치 정도 미국에서 수입했던 쇠고기는 과학적으로 위생에 큰 문제가 없다면 수입을 재개해 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쇠고기를 개방에서 제외하는 대신 2003년 이후 수입이 금지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해제하는 방향에서 정부측 협상안이 마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쌀, 쇠고기를 포함하여 농산품 문제는 미국의 요구가 집요하고 한국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은 만큼 개방 여부,개방 조건에 따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3) 상품, 섬유 분야 상품 분야는 한국측에서 미국의 양보를 희망하는 몇 되지 않는 분야이다. 반덤핑 조건 완화, 섬유에서 원산지 규정, 세이프 가드 등이 그런 사례인데 현재까지 미국은 어느 것 하나 양보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전례로 보아 미국측에서 이를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 의약품, 쇠고기 분야, 자동차 세제 3차 협상의 최대 쟁점 사항의 하나는 의약품과 쇠고기 분야이다. 양자 모두 4대 선결 조건으로 한국이 이행을 약속했다가 이행이 지체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반면 미국측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이해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의약품은 4대 선결 조건 중 미국측에서 한미FTA 협상 개시 조건에서 “상당한 진전”(2005년 9.12 5차 대외경제위원회 자료에서)을 요구했던 분야이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05년 10.30 약가 재평가 제도 중단을 약속했다가 5.3 보건복지부가 포지티브 시스템을 골자로 하는 약가 적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1,2차 협상 과정에서 최대 암초로 부상했다.
미국은 이후 약가 적정화 방안의 핵심인 포지티브 시스템을 인정하는 대신 독립적 이의기구 설치, 특허 연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포지티브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미국의 이익을 챙길 우회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포지티브 시스템은 한미 FTA 협상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상당한 진전”이 있으면 가능한 문제였으므로 포지티스 시스템을 수용하되 다른 방식으로 미국의 이익을 챙기는 방향도 협상 전략의 일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1,2차 협상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약가 문제를 3차 협상 이전에 해결하기 위해 8.21~22 싱가폴에서 별도 협상이 열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포지티브 시스템을 인정하는 대신 무려 16가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담에 참가한 보건복지부 전만복 한미FTA 국장은 "이번 협상에서 내놓은 미국 측의 요구를 크게 정리하자면, 선별등재방식 시행의 모든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사가 차별을 받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인터넷신문 ‘민중의 소리’에서)
건강보험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약가 절감 방안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다. 한미FTA 협상은 외형적으로 포지티브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약가를 절감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무산시킬 공산이 크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4대 선결 조건 중 ‘전제’ 조건이었다. 즉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미FTA 협상을 진행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올 1월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밟고 있었으나 3월 앨라배마 주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됨으로써 수입 재개가 미루어졌고, 그 이후 광우병으로 판명난 소의 나이 감별, 쇠고기를 수출하는 미국 내 7개 작업장의 시설 문제 등과 관련해 쇠고기 수입이 지연되었다.
앞서 밝혔듯이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4대 선결 조건의 전제 조건으로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 3차 협상은 물론 한미 FTA 협상 전체가 위태로울 것이다. 8.24~9.3 미국의 수출 작업장을 돌아 보기 위한 한국측 조사단이 미국을 방문하기로 한 점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 주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리고 약가 문제와 마찬가지로 3차 협상의 뇌관을 사전에 제거하여 협상을 연내에 타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안전하지 않다는 보고와 자료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 진전을 위해 수입 재개를 밀어 부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과 쇠고기 수입과 마찬가지로 4대 선결조건에 하나였던 사안이 자동차 세제 문제이다. 자동차 관련 세제를 배기량 기준으로 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배기량 차들이 많은 미국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세제 개편 문제도 의약품과 쇠고기 수입 재개의 연장선에서 3차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5) 개성공단과 쌀 수전 수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 “그것(한국산으로 인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럴 수도 없다”며 이 사안에서 양보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각) 보도하였다.
한편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의 통상전문 주간지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슈워브 대표의 <시스팬> 회견 내용을 보도하면서, 슈워브 대표가 “쌀 관세와 개성공단 제품 문제가 가장 큰 난제다. 두 나라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분야들에서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쌀과 개성공단 문제는 일찍부터 한미FTA와 관련된 가장 근본적인 쟁점으로 예견되었다. 슈워브 대표의 발언은 두가지 문제 모두에서 완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통상협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한미간의 정치적 문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역으로 한국측은 쌀은 개방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고 개성공단에 관해서는 8.22 여당 국회의원 35명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연합뉴스에서)
이런 맥락에서 보면 쌀과 개성공단 문제는 아마도 보다 고위급 협상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수전 수워브의 발언이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의 서한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여타 쟁점에 대해서는 타결을 낙관하는 대신 쌀과 개성공단 문제 등 보다 고위급에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정치적 쟁점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또한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 정치적 계산으로 보인다.
6) 소결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구체적인 개방.유보 대상이 밝혀지면 해당 업체를 중심으로 찬반 여론이 일어날 것이다. 문제는 정부 당국이 이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3차 협상 단계에서는 이것이 쟁점화될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농업 분야는 한미 양국정부는 물론 한국의 농민 대중의 강력한 저항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 또한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농민 대중의 심각한 반발이 예상된다.
1,2차 협상의 최대 난관이었던 의약품과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양국 모두 이 사안이 협상의 장애가 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고,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각축이 진행되면서도 협상 결렬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 의약품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가 예상보다 강한 조건에서 한국측의 부담 또한 그 만큼 커져 있다.
남은 문제는 개성공단과 쌀인데 이는 올 연말쯤 보다 고위급선의 정치적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2. 3차 협상을 둘러 싼 정세 진행 양상
7월 초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정부의 졸속 추진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분출되었다. 정부 당국이 서비스/투자 유보안과 농업 양허안 수립 과정에서 ‘보수적’으로 입안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국민적 저항의 결과이다. 빠르게 진척되던 한미FTA 협상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여 일시적으로 난관에 부딪쳤던 순간이다.
7월 중순 이후 상황은 소강상태로 접어 들기 시작했다. 특히 8.21~22 싱가폴에서의 의약품 협상, 8.24~9.3 쇠고기 조사단 파견 등 한미FTA 협상 진전에 중요한 분깃점이 될 사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안타까운 ‘지체’였다.
반면 이 시기 정부 당국은 전열을 정비하고 새로운 대응태세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8.9 연합뉴스와의 특별회견, 8.15 경축사 등을 통해 한미FTA 추진을 강행할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었고, 한미FTA를 뒷받침하는 조직으로 8.11 대통령 직속으로 ‘한미FTA 체결지원특별위원회’를 결성하였다. ‘특위’는 명칭에서 보듯 의견 수렴의 도구라기보다는 한미FTA 추진에 필요한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에 가깝다.
한편 국회 ‘한미FTA 체결대책특별위원회’는 6.30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한달이 지난 7.31 첫 회의를 갖고 8.23까지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국회 특위는 8.23 4차회의에서야 “협상단 김종훈 수석대표가 통합협정문 영문초안을 보고했으며 이를 한글로 번역해 국회의원과 보좌진 1인에 한해 열람하기로 결정했다”(‘민중의 소리’에서)
국회 상황은 정부 당국이 협상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데도 원인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특위 목적, 구성 자체가 한미FTA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 한미FTA 협상단의 전략과 태도,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하면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다시금 국민 대중의 힘과 여론이 중요한 시점에 접어 들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