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4년 2월 3일 생애 72년 중 43년을 프랑스에서 거주한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태어났다. “미술사 최초의 현대 미술관(뉴욕타임즈 1968년 1월)”을 운영한 거트루드는 “현대문학 개척자 중 한 사람이며,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길을 터준 위대한 작가(다음백과)”로 일컬어진다.
현대문학 개척자 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A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장미는 장미이다는 장미는 장미이다)” 같은 문장이 잘 확인해준다. 단어를 무한히 반복하고 우회적으로 사용하는 그의 실험정신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도래를 앞당긴 예언자적 작업이었다.
거트루드는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은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은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라고 노래했다. 얼핏 언어유희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거트루트 본인은 자신을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문인”으로 자평했다. 대중의 통속성에 영합한 글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는 우리나라 시와 대조가 된다. 이 시가 애송되는 결정적 이유는 ‘너도 그렇다’ 때문이다. 인생에는 해답이 없고 작은 꽃은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지만, 인간은 누구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므로 그 자체로 예쁘다. 하지만 권력, 돈, 외모, 학력 등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눈에는 그 예쁨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에게도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면서 "너도 그렇다"라고 말한다. 사실상 신분사회를 살아가는 평민 이하의 사람들은 그 말에도 감지덕지한다. 그 통속성과 이 시의 격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거트루드의 작품이 대중예술 이상의 품격을 지녔음은 생애가 말해준다. 언행일치의 삶이 증언해준다는 뜻이다. 거트루드는 파리 플뢰뤼스가 27번지에 ‘스타인 살롱’을 차려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살고 있던 피카소, 마티스 등 무수한 청년 예술가들의 자립을 도왔다.
거트루드는 그들을 “Lost generation(잃어버린 세대)"라 불렀다. 거듭되는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된 젊은 지식인 예술가들이라는 의미다. 헤밍웨이는 1926년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 서문에 거트루드에게서 들은 그 의미심장한 말을 잊지 않고 아로새겼다.
거트루드는 “There is no there there(거기엔 그곳이 없다)”라는 표현도 남겼다. 고향이 사라졌다는 탄식이다. 토미 오렌지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아메리카 원주민의 내쫓긴 삶을 〈There There〉라는 소설로 형상화했다. 현대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거트루드, 설혹 위대한 작가는 아닐지라도 위대한 인물임에는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