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칼바위에서 한눈에 바라다보는 4산 봉우리의 모습은 언제보아도 莊嚴하다. 게다가 우측으로 視界를 90도 꺾으면 청계 관악까지 보이니 이렇게 한 곳에서 6산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계절은 초겨울이지만 온화해진 날씨 탓에 晩秋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덕수궁 돌담길에 나뒹구는 은행잎을 주제로 엊그제까지 閑談을 즐기는 여유가 있어 좋기는 하다.
이제 곧 눈이 내리면 울긋불긋 단풍의 모습은 雪花의 모습으로 바뀌고 또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계절이 온다.
유난히도 하늘이 푸르렀던 이 가을을 보내면서 오광수詩人이 읊던 것을 나혼자 조용히 읊조려 본다.
가을이 되면----
가을이 되면 훨훨 그냥 떠나고 싶습니다.
누가 기다리지 않더라도
파란 하늘에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울긋불긋 산모양이 전혀 낯설지 않은 그런 곳이면 좋습니다.
가다가가다가 목이 마르면
노루 한 마리가 목추기고 지나갔을 옹달샘 한 모금 마시고
망개 열매 빨갛게 익어가는 숲길에 앉아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들으며 반쯤은 졸아도 좋을 것을
억새 꺾어 입에 물고 하늘을 보면
짓궂은 하얀 구름이 그냥 가질 않고
지난날 그 그리움들을 그리면서
숨어있던 바람 불러 향기 만들면
코스모스는 그녀의 미소가 될 겁니다.
가을이 되면
텅 비어있던 가슴 한쪽이 문을 열고
나 혼자만의 오랜 그리움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다림이 되어
그렇게 그렇게 어디론가 훨훨 떠나고 싶습니다.
1. 산행일정
2006. 11. 25(토) 09:30 - 구파발 집결
10:00 - 산성입구도착. 효자리 출발
11:10 - 원효봉 도착
12:00 - 염초봉 하단부 도착, 우회
12:20 - 중식
12:50 - 출발
14:20 - 노적봉 도착
15:20 - 대동문 통과
16:00 - 칼바위 통과
17:20 - 신승반점 도착, 뒤풀이
2. 참가산우
允峰, 明谷, 宗山, 仁坡, 盧江, 村哲, 柳溪, 裕峴, 壽岩, 宵昊, 東窐 +徐氏부인, 凡川 (13명)
3. 山行落穗
실로 오랜만의 土山行이다.
오늘 코스가 염초봉과 백운대를 우회한다지만, 바위길이 많은 구간이라 주저없이 릿지화를 신고 구파발로 향한다.
많은 인원이 이미 도착해 있는데 오랜만에 宵昊가 등장하고 土山行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東窐와 徐氏부인의 모습도 보인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날씨에도 의외로 山行客이 많지 않아 쉽게 산성마을행 버스를 탈수 있다.
산성입구에 도착하면서 원효봉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선다.
원효봉 오르는 초입부터 지난 1주간 나태해진 몸이 거친 숨소리와 굵은 땀방울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代射활동을 왕성하게 한다.
원효봉 못미쳐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시간에 늦어 따로 출발한 壽岩이 벌써 원효봉에 도착해 있다고 연락이 온다.
원효봉에 이르니 4面8方에서 바람이 거세게 부니 부랴부랴 시구문쪽으로 이동하여 염초봉 오르는 초입길목에서 잠시 진영을 정비하고 營養을 보충한다.
出入禁止 危險구간을 왜 가냐는 李某의 투정이 시작되고 급기야는 피할수 없는 바위구간에서 앞에서 잡아당기고 뒤에서 밀어주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바위앞에만 서면 유독 살떨림의 정도가 심한 過岩觸症候群 (Hyper rock- touch syndrome?) 이랄까 ?
入山경력이 悠久함에도 바위길에 선천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질 때문인지, 쉽게 극복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어쨌든 덕분에 보살핌組가 따로 편성되고, 이들은 노적봉과 칼바위 우회의 進路權을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염초봉 하단부에는 어김없이 관리사무소 직원이 나와 갖추고 있는 장비상태를 보며 엄격히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는데 (우리야 원래 우회길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더구나 지난주에 33회 후배가 인수봉 climbing중 심각한 落傷을 입어 생명이 위독하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中年나이에는 특히 rock-climbing을 유의해야 한다는 관리소 직원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데 한 中年남자가 혼자 헬멧을 쓰고 장비를 보여주며 올라가겠다고 우기고 先登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말리고-- 그런 광경이 목격된다.
통제구역을 옆으로 돌아 매번 식사장소로 이용되는 바위틈사이 비박장소에서 항상 그러하듯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러나 오늘은 푸짐하게 준비한 메뉴로 항상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는 某인사가 결석하고 金某또한 따로 준비해온 것이 없어 申대장이 布施한 호박액외에는 그저 평범하게 식사를 마친다.
단지 東窐부부가 준비한 맛있는 行動食과 어렵게 야전바나를 배낭에 넣고 올라와 즉석에서 끓인 장국이 아쉬움을 덜해준다.
곧바로 다음 목적지인 노적봉으로 향하는데 약수사로 빠지는 길이 수북하게 쌓인 낙엽 때문에 쉽게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헤맨 끝에 겨우 약수사에 도달한 후 진영을 정비한 후 곧바로 노적봉에 이르는 길을 찾아 나서는데, 역시 수북하게 쌓인 낙엽속에 길 찾기가 여의치 않고 --- 결국은 계곡에서 서로 이 길이 맞다고 우기다가 진영이 둘로 나뉘어 지고 만다.
그래도 목표는 노적봉이니 찾아서들 오겠지 하고 宗山따라 낙엽속의 푹푹빠지는 계곡길을 하염없이 오르다 보니 통상적인 위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땀을 식히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후미를 기다리다 써늘한 바람에 寒氣마져 느끼게 되니 우선 노적봉으로 오르고 그곳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위험구간 표시 팻말을 뒤로하고 노적봉을 오른다.
암릉길 두어군데 탁치고 오르기 進法을 구사해야하는 곳에서 조금전 계곡길을 헤매느라 氣力이 쇠진해서인지 뜻대로 안되고 부득이 우회길을 열어 간신히 노적봉B에 오른다.
잠시 양지바른 곳에서 삼각산 속이 훤히 들어다 보이는 某氏의 표현대로 여인네 속살같은 絶景을 감상하고 있는데 하나 둘 일행이 합류하고, 申대장은 어떤 코스로 왔는지 직접 노적봉A에 올라와 이곳으로 넘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일부는 그냥 꽉잡고 내딛고 오르기 進法을, 일부는 明谷이 준비한 로프로 줄타기進法으로 노적봉B에 오르는데 金某를 비롯해 몇 명은 노적봉B에서 그냥 게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노적봉에 오르는 山行客이 많아 오르내리는 길에 정체현상이 빚어져, 얼마전에 노적봉 獨占享有權을 許與받은 盧江에게 입장료를 징수하라고 충고 한마디씩 한다.
이어 다음 목적지인 칼바위를 향해 빠른 속도로 용암문, 동장대, 대동문을 거쳐 칼바위능선 진입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山中禁煙 규정을 무시한 某氏가 運없게도 젊은 관리직원의 눈에 띄어 訓放충고를 듣고 담배와 라이타를 압수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어제 밤에 청계산에서 화재가 있었다고 하고, 아들세대 같은 직원에게 뭐라고 하기에도 거시기하고--- 씁쓰름하지만 그냥 잊어버리기로 한다.
申대장이 직접 보살핌組를 자원하여 우회하는 가운데 모두 칼바위에 올라 한눈에 펼쳐진 4산의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우측의 청계 관악을 眺望해 본다.
이어 하산길에 접어드는데, 중간에 아직 붉은 단풍의 형체가 남아있는 곳에서 저물어가는 이 가을의 마지막 情趣를 디카에 담고 다음 목표지인 新勝飯店으로 향한다.
오늘은 시간여유도 있고 해서 걸어서 가기로 하지만, 예상보다 지루하지 않게 정릉터널위 벽산아파트로 내려와 곧바로 음식점에 도착한다.
옆에 앉은 仁坡가 이번 산행기 執筆을 命하는데 뭐라고 얘기 한번 못하고수용하고 만다.
山東式 靑料理에 純穀酒가 오가며 연말 送年會 행사로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다음 주 미국출장 간다는 柳溪가 金某만을 대상으로한 버들式 건배제의를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수용하다 大醉하게 되고 ---!@#$%^&* 결국은 택시에 몸을 맡긴채 歸家하고--- 또 張氏부인에게 혼나고--- 그렇게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끝
첫댓글 柳溪를 따라 계곡길을 오르다 능선을 탔는데 이게 완전 빨지산 훈련 코스라 악전고투속에 간신히 정상에 올라서니 그곳이 바로 노적A 와 노적B 사이의 움푹 패인 곳이라 햇볕 좋은 바위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노적B에서 宗山팀이 나타나고 이어서 允峰이 노적A 옆구리 암릉을 山羊처럼 성큼성큼 올라오는데 순간 힐 말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