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미국,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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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리그 중 한 팀인 LA 다저스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구단이다. 박찬호라는 걸출한 스타가 활약한 팀이고, 현재 류현진이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기록을 세우며 활약하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2013년 7월까지 9승 3패, 방어율 3.14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썰미가 틀리지 않았음을, 수 백 억원의 투자비용이 결코 과다한 투자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4월 15일 모든 선수가 등번호 42번을 달고 출전하는 행사가 있다. 이는 재키 로빈슨이라는 한 선수를 기리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재키 로빈슨은 어떤 선수인가?
영화 [42]는 바로 왜 재키 로빈슨이 모든 메이저리거들에게 추앙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영화다.
1947년 미국 프로야구는 백인들만이 뛰는 리그가 있을 정도로 유색인종 특히, 흑인에 대한 멸시는 극에 달해 있었다.
'White Only'라고 씌여진 화장실이 있는가 하면, 흑인과는 절대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백인우월주의 혹은 흑인에 대한 경멸감이 극에 이른 시기였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단장 브랜치 리키(해리슨 포드 분)는 이러한 시대상황을 무시하고 흑인 선수를 스카우트한다. 그가 바로 재키 로빈슨이다.
재키 로빈슨은 주저한다. 백인들만이 뛰는 리그에 처음으로 흑인으로서 선수생활을 한다는 건, 그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온갖 편견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단장은 이런 로빈슨을 설득한다. 그리고 대단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단장은 말한다. 나는 야구산업에 종사하고, 야구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승해야 하고, 당신은 흑인이건 백인이건을 따지기 전에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영화 말미에 리키 단장의 대학시절, 야구 잘 하는 흑인포수가 있었음을, 그와 함께 야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음을 말하는 대목은 사족으로 불필요한 내용이었다고 생각된다. 차라리 프로야구이기에 오직 돈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식 자본주의에 어울리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최초의 백인리그에 뛰어든 재키 로빈슨은 예상했던 모든 협박과 편견을 물리치고 뛰어난 실력을 보여줌은 물론,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흑백의 구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보여준다.
결국 재키 로빈슨은 그의 뛰어난 업적이 아니라, 인종갈등을 극복해 낸 선구자로 기억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스포츠 영화는 대개 주인공이 겪는 시련을 어떻게 초인적인 정신력과 노력으로 극복해냈는가를 소재로 삼는다. 필자가 감동적으로 본 [내추럴]과 같은 야구영화가 그런 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농아들의 야구정복기인 [글러브] 역시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해내는 아이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을 지도하는 지도자가 자신이 겪는 고통과 절망을 스포츠를 통해 극복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같은 프로야구를 소재로 하지만 [머니볼]과 같은 영화는 관점을 야구선수보다는 구단주나 단장과 같은 주변인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영화 [42]는 선수인 재키 로빈슨과 단장인 브랜치 리키가 거의 같은 비율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선수의 역경극복기와 선수가 아닌 주변인들의 지략과 결단이 영화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감동의 크기 차원에서 논 한다면 아무래도 선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