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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주제는 선비가 가정에서 사회에서
예술적 이상으로 삼았던 '금슬(琴瑟)'로 잡아왔습니다.
우리말로는 '금실'이라 발음해야 한다죠?
왜 '동지'다음날 금슬일까요? 그럼 다시 중국 고대 민요집
詩經으로 가야겠죠. 가장 먼저 나오는 노래가 '국풍-주남'편에
관저장입니다. 거기 등장하는 노래 구절이 지금도 우리 입에
자주 올라가는 <요조숙녀>란 말도 있고, 뜻은 변했지만
<호구>란 말도 있고, <군자>며 <금슬> <전전반측> 오매 불망의
<오매>란 용어가 줄줄이 등장해서 근 2천 7백년 한자문화권 사람들 입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래서 민요 한편이 시대를 넘어
사람들 가슴으로 손길로 살아 있고, 이래서 노래 한편이
종족을 넘어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겁니다.
근데 왜 동지 다음에 금슬이었을까요?
오늘 밀린 숙제(일요일 아침에 목. 금. 토 올리는 일)을 마치면
아까 새벽에 꿈에서 꾸었던 '동지와 혁명'이야길 추가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이곳에서도 지나 간 것은 돌아보지 않기 쉬운데
우리도 한번 돌아가 봅시다. 그게 '동지정신'이기도 하답니다.
흘러갔다고 이태백이 처럼 한번 흘러간 물이 다시 돌아 올 수
없노라. 그래서 술이나 마시자며 노래하는게 전부가 아니더라.
가장 추운 그러면서 일년의 봄날 천둥소리를 머금은 날 동지에
태양이 깃발 흔들고 일어서는 '동지혁명'이란 것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금슬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건데, 자 여기서 간단히 정리하고
시간이 없어 꿈에서도 파헤치고 있었던 '동지정신과 동지혁명'에 대한 글
나중에 돌아가서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금슬을 보셨으면 합니다.
시경 관저장에 나오는 '금슬'
연애도 저리해야하고 합궁도 저리 설레야 하고
사는 재미도 북장구 치면서 그리 살아야 하고
(관저장에 북치고 종을치며 살자는 鐘鼓樂之말도 있습니다)
먹는 것도 여기 저기서 따온 채소나물 조물조물 손맛내어 서로 먹여주고
거문고로 울리면 현악기로 화답하는 금슬로 살고
북장구로 울리면 타악기로 화답하는 금슬로 살고지고
그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대표하는 '금슬' 우선 방송 원고부터 보실까요?
♣ 고전코너 ‘신 명심보감 ---선비가 금슬을 내려 놓을 때는
--士無故 不徹琴瑟 ’
놀보 이 시간은 마음을 밝혀줄 보배로운 거울같은 ‘명심보감’을
새롭게 풀어보는 ‘신 명심보감’ 자리입니다.
초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일깨움은 되새겨 보고
이 시대에 적절한 처세와 마음가짐을 풍자와 함께
모색해 보는 ‘신 명심보감!’ 오늘은 고전 속에 어떤 구절인가요?
놀보 오늘은 선비가 금슬을 챙길 때와 금슬을 내릴 때에 대한
이야기를 돌아볼까 합니다.
초란 지금 금실을 이야기 하신게 아닌가요? 부부금실인데
선비와 금슬 하니깐 어떤 금실인가 헷갈리는데요.
놀보 금슬이 악기로 보면 거문고와 비파이고
사람으로 비유하면 부부사랑 넘치는 금실이기도 하죠.
초란 그럼 오늘 선비와 금슬은 선비와 그 부인 사이
금실 문제인가요. 아니면 선비와 거문고 비파 이야긴가요?
놀보 둘 다 일수도 있는거죠. 금슬이란 말이 시경 국풍
주남에 나오죠. 주나라 민요에 ‘요조숙녀 금슬우지/
요조숙녀 종고낙지/ 이 구절에서 금슬이 나오는데요.
초란 너무도 유명한 노래인지라. 시경에 국풍 주남 하면
(노래하듯) 요조숙녀여 거문고 비파 어우러지듯 금슬 좋게
요조숙녀여 종치고 북치며 즐겁고 다복하게 살고지고’
놀보 바로 그 구절에 금슬이 나오죠. 헌데. 정작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한 구절은 오경 중에 예기 곡례에 나오는
♬‘사 무고이면 불철 금슬이라’ (士無故 不徹琴瑟)
초란 사 무고이면 불철 금슬이라. 예기에 나온 그 구절은
어떤 의미로 금슬을 해석한 것인가요?
놀보 선비, 일반 지성인들이 집안이나 사회에 큰 일이
발발하지 않았을 때라면 거문고 같은 악기를 손에서
놔선 안된다! 그런 말입니다.
초란 집안에 우환이 있을 때 선비는 악기를 놨다는 것이고
나라에 국난이 발생 했을 때 역시 선비가 악기를 놨다는거죠
놀보 반대로 그런 우환과 국난이 없을 때는 선비가
거문고 같은 악기를 놔 버려선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구요.
초란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요? 송년에 성탄절에
연말에 신년 새해를 앞두고 있는데 이런 때 선비라 할
지성인들이 과연 손에 거문고 같은 악기를 놔야 할 때일까요
아니면 잡아야 할 때 일까요?
놀보 우리가 이런 소리 안해도 마이크 잡고 애창곡 부를 거
다 불러대고 있잖아요. 자, 선비가 집안 우환과 국난이
아니라면 손에서 거문고 같은 악기를 놔선 안된다는 뜻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초란 금슬 좋게 살라는 뜻으로다 거문고 비파연주 늘상 익혀라.
그런 뜻이었나요?
놀보 전에 선비가 악기를 가까이 하는건 마음수양 한 방편으로
했던 것이구요. 악기를 통해서 예의염치와 음악의 조화를
잃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죠.
초란 그런 금슬이 우리에게는 금실 좋은 부부다 할때 금실로
바뀌게 됐잖아요.
놀보 농암 김창협의 글 중에 금실 좋은 부부를 노래하면서
(낭송) 두 아들도 지란처럼 제 절로 빼어나고 / 二男亦自芝蘭秀
칠순 나이 드문 일 금슬 좋게 해로했네 / 七袠稀聞琴瑟同
초란 부부가 사이좋게 사랑으로 잘 사는 금실좋은 모습을
노래한 앞 시대 선인들 글이 수도 없이 많은데요.
오늘은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부부싸움 하다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남편사건이 한두껀 아니잖아요. 지금.
놀보 선비가 금슬을 가까이 하면서 닦았던 조화로은 마음길.
부부가 금실좋게 살면서 전해 준 사랑으로 하나된 모습들이
험악한 세태 때문에 자꾸 변색돼 가는 금슬 아닌가 싶습니다.
초란 우리 조상님들이 그리도 보기도 좋다 얼씨구야. 노래했던
금실 좋은 사연들, 오늘 부부싸움 끝에 세상을 뜨게된
아내의 혼백에 무슨 위로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되묻고 싶네요
님들의 금실은 지금 별고 없으시지요?
놀보 오늘 ‘신 명심보감’에 대한 고전 자료는, 인터넷
‘다음 카페’ ‘우사모’로 들어가셔서 참고해 보시구요.
초란 좋은 자료나 담론은 ‘우사모’ 카페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금슬의 가장 오래된 '금슬어미'부터 찾아 보자.
시경 국풍 주남편 관저장을 원문으로 올려본다. 공자님이 진정한 음악인
이었음을 시 삼백편 중에 왜 '관저장'을 먼저 넣었는지 보면 알 것이다.
關關雎鳩, 在河之洲. 窈窕淑女, 君子好逑.
參差荇菜, 左右流之. 窈窕淑女, 寤寐求之. 求之不得, 寤寐思服.
悠哉悠哉, 輾轉反側.
參差荇菜, 左右采之. 窈窕淑女, 琴瑟友之. 參差荇菜, 左右芼之.
窈窕淑女, 鍾鼓樂之.
정통 유학쪽에서는 저런놈을 봤나 욕을 하겠지만
관저장을 이렇게 속살 드러내 노래해 보고 싶다.
물가에 우는 징경이 너도 짝 찾는 소리겠지
겉으로 얌전한 그대 실은 좋은신랑 단짝 기다리면서
나물은 캐는거우? 이쪽서 뜯어놓고 담는둥 마는둥
안그런척 잠 못자며 어떡해 볼까? 그 사람과 해야 하는건데
생각 생각에 뒤척이는 잠못 이룬 밤이여!
나물은 캔다지만 보는 눈이 있겠지 그 사람도 날 보는걸까
거문고 줄을 술대로 꾸궁치듯 함 얼러나 보지
나물 캐면서도 광주리로 아니가는 이 마음
아아, 북치고 종을 치듯 즐거이 날 좀 두들겨나 주지
명색이 한때는 유림지도자 그룹에 있었다는 작자가
공자님 '관저장' 노래를 이렇게 망가뜨려 놔 봤다.
시제도 깨고 화법도 깨고 주객도 전도 시키고
전통적 해석 관점도 깨면서 오늘은 관저장을 이렇게 노래하고 싶다.
새겨 보면 볼수록 멋들어진 연애시이면서 노래인데
옛 사람들은 공자님이 이상국으로 여겼던 주나라 최고 양반네
가문의 요조숙녀가 당대 군자의 가장 좋은 짝이라는 식으로 해석한다.
정말 연애란? 사랑이란? 천생배필이란 지배계층에게만 멋진 선물인가?
그래서 내일 나는 이 관저장 '종고낙지鍾鼓樂之'
이 대목을 이렇게 고쳐 부를지도 모른다.
'내가 북이려니 두들겨 주소. 내가 종이려니 장구통이거니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울려나 보소
어허야 그게 사는 즐거움 아니겠수?'
누군가는 울타리를 만들고 성곽을 높이 쌓는다. 그래야 권력을 유지할테니깐
헌데 누군가는 이렇게 자유로운 소풍을 다니고 싶어한다. 영혼이 부르는대로 가고 싶어서...
벼락맞을 소리를 했으니 정신을 추스려
우리 선대 명현들이 금슬을 노래한 거 몇구절 돌아보자.
고의(古意) (목은 이색)
오동나무가 산 양지쪽에 자라서 / 梧桐生朝陽
봉황의 울음소리 듣길 원했는데 / 所願聞鳳鳴
누가 알았으랴 베어 금슬 만드니 / 誰知伐琴瑟
궁상 소리 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 宮商自然成
비궁엔 아름다운 옥을 진설하고 / 閟宮陳嘉玉
등가엔 사람 소리를 중시하나니 / 登歌重人聲
여러 소리를 다 낼 수는 없지만 / 衆音不可發
금슬만이 유독 신명과 통하누나 / 獨也通神明
이 때문에 옛적의 군자들은 / 所以古君子
버리지 않아 내 정성 보존했다오 / 不去存吾誠
[주--버리지 …… 보존했다오 : 여기서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곧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사가 무고할 때에는 금슬을 놓지 않는다.[士無故 不徹琴瑟]”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사가 서거정)
뜰이 텅 비니 까치는 자주 지저귀고 / 庭空鵲頻噪
해가 지매 닭은 홰에 오르려는데 / 日落鷄欲栖
밥 찾는 철없는 자식이 가련하여 / 索飯憐癡子
밥 지으라 늙은 아내를 재촉하네 / 催炊信老妻
나뭇잎을 태워라 화롯불은 빨갛고 / 爐紅燒木葉
미나리를 씻어 오니 국은 파랗구려 / 羹碧洗芹泥
시월도 거의 다해가는데 / 十月行將盡
국화는 아직 오솔길에 가득하네 / 黃花尙滿蹊
수척한 형상은 늙은 학과 똑같고 / 形癯同鶴老
무능한 생계는 비둘기와 흡사한데 / 性拙似鳩栖
경전을 공부하는 자식은 없고 / 未有經傳子
금슬 화합한 아내만 있을 뿐이네 / 唯存瑟合妻
내 마음은 원래 돌처럼 단단치 못해 / 此心元匪石
늘 취하여 곤드레가 되곤 하지만 / 長醉政如泥
때로는 원포를 돌아 산책도 하노라 / 時復巡園步
오솔길과 연닿은 묵은 밭둑까지 / 荒畦接小蹊
[주---미나리를 …… 파랗구려 : 두보(杜甫)의 배정광문유하장군산림(陪鄭廣文遊何將軍山林) 시에 “신선한 붕어회는 은빛 실을 날리고, 향기론 미나리로는 벽간갱을 끓이었네.〔鮮鯽銀紗鱠 香芹碧澗羹〕”라고 하였다.
[주--무능한 …… 흡사한데 : 《시경》 소남(召南) 작소(鵲巢)에 “까치가 둥지를 지으매, 비둘기가 거기에 살도다.〔維鵲有巢 維鳩居之〕”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비둘기는 본디 꾀가 졸렬하여 스스로 둥지를 짓지 못하고 까치가 지어 놓은 둥지에 가서 사는 것을 이르는 말로, 전하여 생계를 잘 영위하지 못하는 데에 비유한다.
[주--금슬(琴瑟) …… 뿐이네 : 《시경》 소아(小雅) 상체(常棣)에 “처자들과 좋아하고 화합함이, 흡사 금슬을 타는 것 같도다.〔妻子好合 如鼓瑟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남의 '관저장'
금슬이 연애과정에서 꿈꾸는 이상적 부부상이라면, 여기 소아 상체의 금슬은 생활 속에 구현된
아름다운 부부상을 뜻한다고 봐야겠다.
경전을 공부하는 자식은 없고 / 未有經傳子
금슬 화합한 아내만 있을 뿐이네 / 唯存瑟合妻
서거정의 탄식이 들린다. 마치 도연명이 자식들을 나무라며 쓴
'책자'란 시에서 처럼 아들 딸 줄줄이 낳아 놨더니
공부할 싹수 있는 놈은 하나도 안보이고 그저 먹을 거 찾고
하지 말라는 장난이나 치고 속 썩이는 꼴 보면서
에라 술이나 마시자. 하늘이 준 내 팔자 그렇다면
인력으로 될 일이냐? 하면서 마누라에게 탁주나 가져 오소 했듯이
서거정도 자식놈 중에 공부할 놈이 안보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난 괜찮어. 왜? 나이 들어도 서로 화롯불에 술 뎁혀
한잔 나눌 수 있는 인생벗이요 단짝이었던 금실 좋은 아내가
곁에 있으니, 자 다시 노래하자. '있을 때 잘 하자고'
내 마음은 원래 돌처럼 단단치 못해 / 此心元匪石
늘 취하여 곤드레가 되곤 하지만 / 長醉政如泥
말이 금강석 같은 언약이니 믿음이니 해도
한겹만 벗기면 파초잎에 몸 던진 물방울 같은 마음들
그래 곤드레로 가야했던 그 수많은 사람 사람들 중에
서거정도 한배를 탄 이야기다.
내가 곤드레로 가지 못할 사정이 여기 있다.
조금은 더 눈 뜨고 봐야할 세상, 조금은 더 귀 기울이고
들어줘야 할 사람들, 그리고 박수치고 싶은 부부처럼
만세 불러주고픈 사람의 날을 기다려서 일게다.
그래서 선비가 함부로 금슬을 금슬을 내려놔선 안될게다.
누군가 부부답게 사람답게 사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노란
참으로 무르팍 아픈 거문고 술대 소리를 세상에 알려야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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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청가에 "주남소남 관저시를 모르난것 전혀없고......" 곽씨부인을 이르는 말이죠
악기를 잡아야하나 잡을악기 없으니 북이라도 두드리며 한바탕 소리해볼랍니다
금슬은 선비가 놓지말아야 한다는것을 알았네요
시월도 거의 다해가는데 / 十月行將盡
국화는 아직 오솔길에 가득하네 / 黃花尙滿蹊
인용하신 글 중에 이 구절이 다가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에궁~ 이곳에 보물이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답니다. 제 자신을 위해 자주 들리겠습니다. ^^
금슬우지, 종고낙지로 천년만년 내님 벵셉과 살고잡소만,
그것도 우리 둘이 건강해야 말이지. 제발 건강도 좀 돌보고 삽시다.
일도 좋지만 잠좀 자라구요.
조강지처의 고사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