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교를 접한 지가 근 30년이나 되었다. 한문 경전으로부터 시작해 일역본과 영역본을 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불교에 대한 입문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뒤로 새로운 불교입문 서적이나 해설서가 눈에 띄면 바로 읽거나 정독하곤 했다. 나아가 불교경전을 정리한 이른바 불교성전류는 빠짐없이 구입해 놓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불교에 대한 지식이 깊어지고 어떤 책이 초심자나 불교 입문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책들을 접하면서 아쉽게 여겼던 것은 번역에 대한 문제였다. 불교경전이 문학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번역된 것들은 졸역에 가까웠다. 한문에서 한글로 번역한 것들은 가장 심각했다. 단어 선택에서부터 문법에 이르기 까지 문장에 대한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채 번역된 것들이 수두룩했다. 불교학자들이나 불경전문가들이 번역한 것들도 그랬다. 문제는 번역할 교재에 대한 탐구가 부족하고 번역어인 한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데도 오는 것이었다.
그중 일역본들이 신뢰도가 높았다. 다만 조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 문학적 가치가 떨어지는 게 흠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번역한 점에 있어서는 훌륭하지만 새로운 창작에 이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일역된 불경들이 대중화되는데 실패한 것이 바로 이점이다. 다만 불교 안내서와 입문서는 일본학자들이 쓴 것이 그래도 가장 완벽에 가깝다. 불교학의 역사가 길고 연구한 업적들이 풍부하다보니 불교에 대한 개론서와 입문서들이 탄탄할 수 밖에 없다. 불교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과 교양을 원한다면 일본학자들이 쓴 책을 권하고 싶다.
요즘은 서양학자들이 불교에 대한 안내서를 자주 내곤 한다. 특히 입문서와 불교성전이 해마다 한 두권씩 출판될 정도이다. 나는 어제 TriBeCa Film Festival이 열리는 이스트 빌리지에 갔었다. 2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도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어 St. Marks Book Shop이라는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뉴욕대학교가 있어서인지 대학생들을 위한 서적들이 주류였다. 나는 습관대로 불교서적 코너로 성큼 다가가 낱낱이 신간을 점검하였다. 오늘 내가 소개하는 책은 바로 이 서점에서 발견한 것이다. 두권의 책을 샀는데, Sayings of the Buddha와 The Buddha이다. The Buddha는 내가 2년전에 구입하여 통독한 것인데 책 새롭게 편집하여 신간으로 나왔기에 구입하였다. Sayings of the Buddha는 내가 좋아하는 영국불교학자 루펏 게틴이 쓴 남방불교경전 선집이다.
옥스포스 출판부에서 세계고전 시리즈로 나온 것인데 새로운 번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고, 교재로서나 독송용으로서 흠이 거의 없다는 결론에서 구입하였다. 이제까지 많은 경전들이 영역되고 있지만 비전문가들이 손댄 것들이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전 번역가로는 Lewis Gomez와 Rupert Gethin이다. 루이스는 미국학자인데 주로 대승경전(정토경전)을 번역하고 루펏은 남방불전을 번역한다.
대체로 비구 보디의 번역을 신뢰하는 이들이 많지만 문체가 단조로운 것이 흠이다. 니까야(남방불교경전) 번역으로는 보디스님이 최고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문학적인 요소를 의식해 번역한 것들이 학계나 대중들에게 장기적으로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루이스와 루펏의 번역을 신뢰하고 좋아한다.
루펏은 Sayings of the Buddha에서 4 니까야의 중요한 경전들을 수록하였다. 세세한 것까지 신경써가면 번역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특히 현대 영어로 번역한 점과 옥스포드 영어사전(OED)에 수록된 불교용어들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일반들이 불교를 쉽게 이해하도록 애쓴 것이다. 불안한 문장이나 애매모호한 부분이 없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것이 돋보인다.
나는 현재 보디스님이 출판한 In the Buddha's Words를 교재로 강의하고 있다. 일테면 남방불교성전과 같은 책인데 주제별로 불경을 잘 정리한 것이 맘에 들어 교재로 정했다. 대단히 훌륭한 번역인데도 원전인 팔리어에 충실해서인지 기억하는데 오래간다. 반면에 루펏교수의 번역은 그동안의 오역들을 지적하고 불필요한 분분은 과감하게 축약해 번역하였다. 내용을 줄인 것이 아니라 중언부언하는 것을 정리한 것이다.
원래 불경은 반복되는 부분이 많다. 왜냐하면 기억을 쉽게 하도록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성급함을 누그러뜨리려는 목적에서다. 구전으로 전해진 전통에 따라 일종의 운열을 갖춰 반복적으로 진행된 것이 불경언어이고 문체였다. 불경을 암송으로 전해진 만큼 그 전통을 유지해야 하는 점도 중요하겠지만 현대사회는 암송을 위주로 한 지식사회가 아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접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지 암송을 통한 전달이 우선은 아닌 시대이다.
불교경전이 영어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려면 번역이 제일 급선무다. 이제 몇몇의 학자들에 의해 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한편 한글로 된 경전이나 불교안내서들은 얼마만큼 발전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오늘 Sayings of the Buddha를 한숨에 다 읽었다. 그동한 여러번 강의한 경전들도 있어 유심히 점검하면서 읽어갔다. 나는 대단히 만족했다. 기회가 생기면 이것을 교재로 강의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럴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여기 Sayings of the Buddha의 책 설명을 보자.
Sayings of the Buddha
New translations by Rupert Gethin from the Pali Nikayas
Oxford World's Classics
310 pages
2009
Contents
From The Collection fo Long Sayings
From The Collection of Middle-Length Sayings
From The Collection of Grouped Sayings
From The Collection of Numbered Sayings
첫댓글 법사님께서 새롭게 경전 번역하실 말도 기대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