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하늘에서 떨어진 아기 붕어
최균희
얼마 전까지 나는 갈대숲이 우거진 강가에서 한가롭게 해초 사이를 누비며 놀고 있었습니다. 요즈음처럼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종종 물위로 머리를 내놓고 하늘의 해님을 바라보며 평화로운 한낮을 보내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으니까요.
“얘야, 저쪽 큰 바위 뒤로 가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우릴 잡기 위해 그물을 쳐놓았으니 항상 조심해야 해. 알았지?
엄마는 몇 달 사이 내가 부척 자랐는데도 항상 내 걱정만 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먹이라도 실에 매단 것은 절대로 먹어선 안 돼. 그 또한 사람들이 미끼를 던져 낚시로 우릴 잡아가기 위한 수단이란다.”
이젠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아져서 나도 다른 붕어들처럼 독립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잠시 엄마의 눈을 피해 우리 마을 반대편 쪽으로 막 접어들 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세찬 바람이 달려와 갈대숲을 휘감고 돌았습니다. 강을 뒤덮을 것처럼 산더미 같은 검은 구름덩이가 우리 마을 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정말이지 세상이 온통 캄캄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구름은 하늘로 다시 올라가며 마치 강물을 빨대로 빨아들이듯 끌어 올렸습니다.
강물 위에서는 물보라가 일어나고, 잠깐 사이 분수처럼 커다란 물기둥이 만들어지더니, 그것은 줄을 잇듯이 길게 늘어나며 구름사이를 뚫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아, 엄마! 어지러워요!”
내 목소리는 커다란 천둥과 회오리바람 소리에 묻혀 옆에서 둥둥 떠가는 다른 고기떼들에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엄마를 부르며 울부짖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날 강가의 수많은 고기떼들이 그 회용돌이 바람을 타고 하늘나라 구름 속으로 모두 빨려들어 갔습니다. 어쩌면 우리 엄마도 나와 함께 올라왔을지 모르지만 어떻게 찾아야할지 짐작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물줄기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지 우리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아, 무서워 죽겠어요. 우린 어떻게 되는 거죠?”
우리는 강가 옆에 있는 고층 아파트보다도 더 높게 날아올랐습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모두 하늘나라로 데려가는 것일까?”
나는 그 순간에도 엄마에게 들었던 천국이란 곳, 아빠가 먼저 가신 나라, 해와 달이 사는 하늘나라를 떠올리며, 입으로는 계속 엄마, 엄마를 외쳐댔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긴 원통처럼 생긴 물줄기는 우리들을 하늘에서 한참동안 이쪽저쪽으로 끌고 다니더니 이윽고 구름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물기둥의 형체도 서서히 부서졌습니다.
아, 이건 또 무슨 일일까? 구름덩이는 어느새 비가 되어 모두 육지로 내려앉았습니다.
“아악!”
나는 그만 온몸이 폭파하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옴짝달싹도 못하고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렴풋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내 몸을 후려치듯이 세차게 퍼붓던 소나기도 뚝 그쳤습니다. 하늘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해님이 밝은 얼굴로 우릴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우리들은 여기서 죽게 되는 거야?”
내 옆에는 나와 비슷한 크기의 붕어 한 마리가 신음소리를 내며 울먹거렸습니다. 슬쩍 쳐다보니 강가에서 조금 낯이 익은 친구였습니다. 우리들은 시멘트 울타리가 뱅 둘러져 있는 어느 집 2층 옥상에 떨어진 것입니다.
나는 꼬리를 팔딱거리며 헤엄을 쳐보려 했지만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주질 않았습니다. 그것은 내 몸이 어떻게 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도 우리들은 신기하리만치 아무도 몸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흙먼지와 함께 떨어진 지저분한 빗물이 그나마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아가미에 닿았던 물도 말라버리고 시멘트바닥에 조금 남아 있는 물에 그나마 몸을 적시며, 우리들은 모두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대로 한 시간쯤 지나면 나와 함께 이곳에 떨어진 물고기들은 모두 말라죽을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것 봐요. 여보! 옥상에 웬 물고기들이 널려 있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한 아주머니가 빨래를 들고 옥상에 올라왔다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맞아, 조금 전에 강가에서 용오름이 있었다던데 그때 물기둥을 타고 올라갔던 고기들이 우리 옥상에 떨어졌나보군.”
뒤이어 올라온 굵은 목소리의 아저씨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신기한 듯 대답했습니다.
“우와, 이게 웬 떡이야, 이건 신문에 날 일이다. 이것들을 어떻게 하지?”
“뭐, 대단한 일이라고? 수선이야, 내가 어렸을 때는 자주 이런 일이 일어났었어. 우리 고향은 바닷가였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용오름이 있을 때면 우리 마당에 제법 많은 바닷고기들이 떨어졌었다니까.”
아니, 아주머니가 우리더러 떡이라고 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런 일을 자주 겪었다는 아저씨는 또 뭡니까? 정말이지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이어서 올라온 초등학생쯤 되는 사내아이는 금방 학교에서 돌아왔는지 책가방을 짊어진 채로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다 못해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습니다. “아빠, 이 물고기들을 어항에 넣어서 기르면 안돼요? 작년 겨울 열대어들이 죽고 난 뒤 베란다로 내놓았던 어항 말이에요.”
“그거야 엄마한테 물어보렴. 그런데 저것들은 어항에 기르기엔 좀 밉지 않니? 그냥 한 끼 찌개거리로 먹어치우고 말아야지.”
도대체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그 순진하게 보이는 아이가 우릴 어항에 가두어 놓고 기르겠다는 말도 무서운데, 찌개거리로 먹어치우겠다는 아저씨의 말은 온몸에 소름을 쭉 끼치게 했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요.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때 강가에서 엄마 곁을 떠나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렇게 고아신세는 되지 않았을 텐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 엄마는 이곳에 없었습니다. 이곳에는 나와 다른 붕어 한 마리, 미꾸라지 두 마리와 쏘가리 한 마리, 그리고 작은 각시붕어와 민물새우 몇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이윽고, 아저씨는 우리들을 한 마리씩 움켜잡아서 물이 든 양동이에 담았습니다. 아, 그래도 우리를 물에 넣어주니 다행이었습니다. 좁디좁은 양동이 안에서 위아래로, 좌우로 헤엄치며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조금만 참아라. 설마 우릴 어쩌려고? 곧 강가로 갈 수 있을 거야.”
강가에서는 옆에만 다가서도 가시를 곤두세우고 우릴 쏘아대던 쏘가리가 오늘은 나이만큼 점잖게 말했습니다.
“그래, 설마 우릴 어떻게 하진 않겠지?”
조금 전까지도 흥분하여 전신을 꿈틀거리던 미꾸라지들도 얌전하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들은 양동이 속에서 아래층으로 옮겨졌고,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우릴 구경하러 왔는지 주위가 시끄러웠습니다.
“맞아, 용이 승천할 때 이것들이 함께 오르다가 떨어진 거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운도 좋지, 우리 집 마당엔 아주 작은 새우 새끼들 몇 마리만 떨어졌던데, 여긴 이렇게 잘생긴 붕어도 떨어졌네.”
어떤 할머니가 나를 손가락으로 툭 건들이며 말했습니다.
“우리 집은 새우새끼 한 마리도 떨어지지 않았어, 그냥 소나기만 지나갔다니까.”
다른 아주머니도 입을 쭉 내밀며 말했습니다.
도대체 용오름이 무엇인지 왜 그게 하필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강을 휘저어 놓았는지 나로서는 처음 당한 이 일을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당하였습니다.
“자, 형도야, 그럼 네 마음에 드는 걸로 두세 마리 어항에 집어넣고, 나머지는 오늘 저녁 찌개거리다. 시래기된장국에 민물고기들을 넣어 자글자글 끓여내면 소주 안주로는 아주 최고지. 하하하!”
아저씨는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침까지 꿀꺽 삼키며 호탕하게 웃어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대낮부터 어디서 술을 마시고 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기가 막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우린 어쩔 수 없이 형도라는 아이의 선택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요.
그러자, 방정맞은 미꾸라지들은 다른 고기들을 제치고, 위아래로 후다닥거리며 자기들을 뽑아달라고 졸랐습니다.
“너희들은 안 돼, 어항 물을 모두 흐려놓을 게 뻔한데.”
아이가 작은 손가락으로 미꾸라지를 밀치자 아까와는 달리 쏘가리가 우리들을 모두 침으로 톡톡 쏘아대며, 양동이 가장자리로 나갔습니다.
“너도 안 된다, 다른 고기들을 못살게 굴 거 아니야?”
나는 옆집 할머니가 나를 건드릴 때부터 이미 죽을 각오를 했던 터라, 양동이 맨 아래에 조용히 엎드려 있었습니다.
“응, 넌 괜찮겠다. 이리 나오너라!”
천만 뜻밖에 아이는 나랑 다른 붕어, 그리고, 흰색에 검정 줄기가 있는 새우 두 마리와 강가에서도 비교적 인기가 높은 까무잡잡한 각시 금붕어 두 마리를 선택했습니다.
마침내 우리들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네모난 유리 어항 속으로 옮겨졌습니다. 형도라는 아이는 그래도 어항 속에다 자갈과 모래를 넣어주고, 어디서 구했는지 살랑거리는 물풀도 조금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우리들에게 가루로 된 먹이를 뿌려주었습니다. 우린 처음으로 맛보는 것이었지만, 그런대로 구미가 당겼습니다. 아이가 읍에 나가는 아버지를 졸라 먹이를 사오게 한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답니다.
쏘가리와 미꾸라지들 그리고 잔 새우들의 최후는 우리가 보지 못했으니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거실 문갑 위에 올려놓은 어항 속에서 매일 하는 일 없이 먹고 자고, 먹고 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줄무늬 새우들은 어항 안에서 항상 날아다니듯 시계방향으로 뱅글뱅글 돌았고, 각시붕어들은 소곤소곤 저희들끼리 다정하게 잘 지냈습니다. 물론 나도 여기에서 만난 붕어와 친해져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길 나누었지만, 내가 살던 고향과 엄마를 떠올리면 어느 새 가슴이 아파 유쾌한 기분은 금방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돌멩이 사이에 고개를 묻고, 잠을 잘 때면 엄마와 즐겁게 지내던 강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는데, 물속에서 흘리는 눈물을 그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어요?
우리가 이 집에서 지낸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는 처음과는 달리 우리들에게서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밥도 제때 주지 않고, 어항의 형광등도, 공기 순환기도 제대로 켜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때는 집 안에서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거실에 있는 TV도 켜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조용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내 짐작이 맞았는지 하루는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더니 다른 때보다 먹이를 훨씬 더 많이 넣어주었습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인심이 좋지?”
며칠간 굶었던 내 친구와 각시붕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나를 향해 눈짓을 보내왔습니다. 평소에 먹이를 적게 먹는 새우들은 적당히 배를 채우고, 신바람이 나서 한바탕 서로를 뒤 쫓으며 어항 안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붕어들은 모래 틈에 떨어진 먹이까지 모두 찾아먹고, 풍선처럼 부푼 배를 불쑥 내밀며 다들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탈이 났나봅니다. 한꺼번에 먹이를 너무 많이 먹은 내 친구 붕어와 각시붕어들은 그날 저녁 내내 끙끙 앓더니만, 다음날부터 시름시름 기운 없이 어항 한쪽 구석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장이 튼튼했던 지 별탈이 없었습니다.
“저런, 붕어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네!”
줄무늬 새우의 말에 나는 벌써 그들의 하늘나라로 가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너무도 슬프고 괴로운 마음을 참아내며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느님, 하늘나라에도 널따란 강이 있겠지요? 내 친구 붕어와 어린 각시붕어들이 하늘나라로 가면 정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그런 뒤 며칠이 더 지난 어느 날, 아이가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어항의 위쪽을 덮고 있는 유리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뜻밖에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아이는 속이 환하게 비치는 투명한 비닐봉지를 가지고 와서 다짜고짜 말도 없이 우리들을 그 속으로 옮겨 담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우릴 어떻게 하려고?”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나는 심장이 그만 멎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거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잘 생각했다. 그 물고기들은 어항에 키울 게 못 돼! 다시 강물에 넣어주고 오려무나.”
“네, 그럴게요. 아빠가 퇴원하시면 다시 열대어를 사주실 거예요.”
그제야 아이는 작은 목소리도 대답했습니다.
난 요즈음 들어 며칠 동안 아저씨를 집안에서 보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너희들 때문에 즐거웠다. 그런데 이젠 너희들하고 함께 살 수가 없게 되었어. 정말 미안해.”
아이는 우리와 헤어지는 것이 무척 서운한지 비닐봉지 안을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우리 아빠가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어머니랑 내가 병원에 다니다 보면 너희들에게 신경 쓸 수가 없어. 그래서 큰맘 먹고 오늘 너희들을 강에다 풀어주려는 거야. 우리 아빠가 많이 아프거든!”
아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나와 새우들은 아이가 목멘 소리로 울먹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야호! 이제 우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줄무늬 새우들은 강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기쁨에 펄펄 날뛰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갑자기 우리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찡해져서 아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해 이른 봄날, 따스한 햇살이 물위에 둥둥 떠다닐 때 우리 가족은 예전처럼 갈대 숲 사이에서 즐거운 한나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맛있는 먹이를 발견한 아빠가 그것을 입으로 물자마자 물위로 휙! 솟아올랐고, 더 이상 아빠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몇날 며칠을 슬퍼하면서 나와는 절대 떨어지지 말고 오래오래 함께 살자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 그놈의 회오리바람인지 용오름인지 때문에 이렇게 한 달 이상을 엄마와 떨어져 살았으니 우리 엄마는 그 동안 내 생각을 하며 얼마나 가슴 아프게 살았을까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아직도 강가에 남아서 나를 기다리고 계실지, 어떨지?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야, 우리 엄마도 그날 나처럼 물기둥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을 거야. 그리고 어느 낯선 곳에 떨어져서 고생하다가 아빠가 있는 하늘나라로 갔을 거야.’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습니다. 아직 불길한 추측일랑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난 형도라는 아일 만난 것이 그나마도 큰 행운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지금 하늘나라에서 나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나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기 때문에, 나는 엄마의 기도로 인해 내가 살던 강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엄마, 걱정 마세요! 저는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까요.”
나는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름대로 크게 소리쳤습니다.
아이가 탄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 강 쪽으로 가까워지자 내 가슴은 더욱 더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나는 비닐봉지 안에서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입을 껌벅거리며 눈알을 뱅글뱅글 굴리며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저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강가의 갈대숲만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