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에는 둘째 아들의 사진이 있다. 무엇을 가르치는 시늉을 하면서 씽긋 귀엽게 웃는 얼굴 우연히 진료소에 아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사진속의 아들이 어여뻐서 유리속에 꽂아두었던 사진이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얼굴 지금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잘생긴 청년이 되었다.
어렸을적 내가 시키는 대로 할때는 무엇이라도 될줄 알았다. 나는 둘째가 천재인줄 착각했다. 너무 명석한 두뇌 책을 읽어주면 한눈에 줄거리를 파악하고 그림책의 문제점까지 콕 집어내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아들 해리포터를 좋아하고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 책을 읽으라고하면 푹 빠져서 나에게 조근 조근 이야기를 해주던 아들 나는 아들의 말과 두뇌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던 아들이 중학교에 가자 마자 반항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라 하면 엄마가 억지로 시켜서 읽기 싫다고 한다. 왜 엄마는 자기를 억지로 책을 읽혔느냐고 따졌고 왜 형만 다 사주고 자기는 안사주고 둘째로 태어난 것이 죄냐고 하면서 나에게 반항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면 아이들 대장노릇을 하는 아들 나는 아들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공부를 해야 했다.
어젯밤에 아들이 말을 한다.
"엄마 나 팡세 읽다가 어려워서 한장도 못읽고 잠이와서 잠을 잔다는 것이 네시간이나 잤어 화가 나 죽겠어 앞으로 잠이 안오면 팡세를 읽어야 하겠어"
나는 너무 웃음이 나와 막웃었다.
그리고 조언을 해주었다. 쉬운 부분부터 읽어보고 그래도 안되면 눈으로 읽지 말고 입으로 읽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어려운 책은 점심을 먹고 읽지말고 아침에 읽으라고 했더니 아침에는 학원엘 가야 하니까 못읽는다고 한다.
아들이 국수를 해달라고 한다. 국수를 비벼서 주니 맛있게 잘먹는다.
그리고 나서 이발을 하고 와야겠다고 돈을 달라고 한다. 돈을 주고 한참 후에 들어온 아들 얼굴에 짜증이 잔뜩 났다.
"아 짜증나! 아짜증나! 아짜증나 씨발 씨발" 다시 예전의 화병이 도졌다.
나는 너는 잘생겨서 아무렇게나 해도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니 더 화를 내면서 이게 뭐냐고 엄마는 너무 성의 없이 대답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는 그 미장원 안간다고 한다.
이번이 네번째다. 맘에 안들게 잘라줬다고 부들부들 떠는 것이 말이다
나는 화가 올라왔다.
아들이 자기말을 들어달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 글써야 하는 데 집중해야 하니까 나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더 화를 내면서 침대로 가서 누워버린다.
나는 아들의 말을 들어줄 여력이 없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번번이 머리가 맘에 안든다고 온갖 발광을 하는 아들에게 나는 화가 날대로 나있었다.
나도 아들도 침묵이다.
한참 후에 아들의 화가 잠잠해졌는지 내게로 온다
"엄마 내가 그 아줌마에게 귀만 파달라고 했는데 귀옆머리까지 파버렸어 그래서 왜 파냐고 하니까 중학생이니까 파야 한대 아! 짜증나! 고등학교에 간다고 하니까 그러면 고등학생이니까 더 파야 한다는 거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그리고 왜 앞머리는 이렇게 해놨냐고 더 잘라야지"
"야 엄마는 멋있기만 하구만 그리고 샤프하게 보여서 멋있어 깔끔하고 좋기만 하구만 왜그래?"
" 아줌마들은 다똑같아 미장원 아줌마도 그러고 엄마도 그러고"
컴퓨터에 있는 유승호 사진을 보여 주면서 자기가 유승호 안닮았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어떤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이렇게 되야 하는데 자기가 그 스타일대로 안됐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면서 가위를 찾는다. 가위로 자기가 앞머리를 자를 모양이다.
" 니가 자르면 더 이상해질 것 같은데"
"그럼 엄마 내일 다시 미장원에 가서 앞머리를 더 잘라달라고 할까?"
"그래 그래라"
"엄마 이러면 되겠다. 내돈으로 머리를 자를 거니까 엄마 뭐라고 하지마 알았지? 내돈으로 자를거다."
"그래 알았어"
"엄마 누나 결혼식때 큰 아빠가 술 취해가지고 나 돈 신사임당 받았다". 하면서 좋아라 한다.
"그래? 형도 그렇게 많이 줬대?"
"어"
"엄마 나 갑자기 컴퓨터가 하고 싶어져 아까 학원에서 집에 왔을때는 책을 읽으려고 팡세를 폈는데 서론이 너무 어려워서 세번을 읽었어
그리고 한페이지를 읽는데 이해가 안되어서 세번이나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돼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미치겠어 세장 읽는데 한시간 반이나 걸렸어 그거 읽다가 설득의 심리학 읽으니까 그것은 완전히 어린아이 장난감이야 이번주까지 어떻게 60쪽을 읽어야 하나 걱정돼 아! 팡세 생각만 해도 답답해"
"책이 재미가 없으니까 컴퓨터를 하고 싶은가보다"
내가 아들의 말을 들어주니까 아들이 주절주절 자신의 심정을 늘어놓는다.
나는 아들의 하는 말에 귀귀울이면서 그래도 사랑스러워서 아들을 쳐다보았다. 아들이 왜 쳐다보냐고 묻는다. 나는 그냥 예뼈서 보는데 아들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줄 안다.
수학숙제를 하면서 아들은 즐거운지 방정식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열심히 풀고 있다.
그리고 열한시가 넘어 아들은 컴퓨터에 열중하고 나는 잠에 열중했다.
어떻게 하면 좀더 멋있고 잘생겨 보일까에 관심이 많은 아들 내가 볼때는 아무렇게나 해도 멋있기만 한데 아직 아들의 마음을 읽어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아들의 반응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것이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