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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202수] 북 화폐개혁 이후가 주목된다
북한이 지난 달 30일 100 대 1의 비율로 기존 화폐를 새 화폐로 바꿔주는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데일리 NK' '좋은 벗들' 등 북한소식 전문 매체들이 다수의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는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6일까지 화폐 교환이 이뤄지며 그 때까지는 모든 상거래가 중단된다고 한다. 북한의 전면적 화폐개혁은 1992년 이후 17년 만의 일로, 북한 체제 안정과 경제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북한은 2002년 임금 및 가격의 현실화, 제한적인 인센티브 부여 등을 골격으로 하는 '7ㆍ1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취한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 왔다. 전문가들은 화폐개혁이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를 잡고, 장롱 속의 돈을 끌어내 경제운용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1차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앞두고 최대 과제인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화폐개혁을 통한 경제시스템 정비를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북한의 화폐개혁에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성공적인 체제 전환을 이룬 베트남 사례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베트남은 1979년 신경제정책을 채택, 북한의 7ㆍ1조치와 유사한 임금 및 가격 현실화 조치를 취한 뒤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자 1985년 10 대 1의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이어 1986년 도이모이 정책으로 개혁개방을 단행, 오늘에 이르렀다. 베트남과 북한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결국 베트남 식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근거다.
그러나 북한경제 변화 전망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화폐개혁이 일시 물가를 잡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동안 성장한 시장경제 기능을 제약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경제 침체가 가속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폐교환 상한이 가구당 10만원이라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현금을 많이 확보한 시장 소상인들의 피해가 클 것이다. 체제전환기의 베트남과 달리 북한의 체제 경직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화폐개혁 이후의 개혁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202수] 오바마의 그릇된 아프간 전략과 한국의 선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병력을 증파하는 쪽으로 아프간 전략의 최종 방향을 잡았다. 그간 여러 대안을 놓고 숙고해온 그는 3만4000명 규모의 병력 증파를 핵심으로 하는 새 전략을 확정해 어제까지 관련국들에 통보했다. 군사 개입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군부 중심 강경파와 민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지 대사 중심의 온건파 사이에서 결국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은 현실성도 없고 정당성도 부족하다. 아프간은 역사적으로 영국과 옛소련 등 강대국의 침략을 여러 차례 받았으나 굴복한 적이 없다. 미국도 2001년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와 탈레반 정권을 응징한다는 명분 아래 아프간을 공격해 8년 동안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알카에다는 소탕하지 못하고 국토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었을 뿐이다. 미군의 무차별 군사작전은 탈레반 세력을 키우고 아프간 민중 전체를 적으로 돌려세웠다. 특히 미국은 부패한 현지 정권을 집중 지원해 저항세력과 맞서게 하는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베트남전을 닮아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출신의 칼 아이켄베리 대사가 병력 증파는 아프간인의 저항만 불러온다며 민간인 파견이 바람직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겠는가.
미국의 우방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영국만 곧장 500명 증파 뜻을 밝혔을 뿐, 프랑스·오스트레일리아·독일 등은 병력 증파에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일본도 내년 1월로 끝나는 인도양의 자위대 급유 지원을 중지하고 금전적인 지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식의 전략으로는 아프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지방재건팀(PRT) 요원 130명과 이들을 보호할 병력 등 400명 이상을 보내기로 하고 곧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오스트레일리아나 스웨덴 정도를 빼면 아프간에 이해관계가 없는 나라 중 최대 규모다. 정부는 늦기 전에 파병 방침을 재고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091202수] 노동연구원을 차라리 해체하라
노동연구원이 악성 노조에 시달리다 못해 어제 직장폐쇄를 했다. 공공기관으로는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연구원 측은 “장기간 지속된 파업으로 국제 세미나가 취소되고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노조와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하던 사측은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탈법적 단협을 요구하는 노조와 협상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단협의 해지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된 노조의 파업 농성은 여의도 노동연구원 사무실 복도에서 72일째 계속되고 있다.
노조 측이 요구한 단협 안의 내용은 연구원 경영주체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가관이다. 연구원 기밀을 누설하거나 금품수수 부정채용을 해도 사측이 해당자를 징계조차 할 수 없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대상 시기 규모 등을 노조와 사전 합의하고 채용 심사위원을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조합원이 50여 명에 불과한데도 노조는 조합대표 외에 상급단체에 파견되는 조합원 1명에 대한 전임자 추가 인정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런 터무니없는 단협을 원장이 수용하지 않자 원장이 사는 아파트단지로 10여 차례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인근 주민에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습시위로) 집값이 똥값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노조원들이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노동정책인들 제대로 연구하겠는가.
감사원과 노동부는 공공기관 노조들이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탈법적 단협에 대해 올해 4월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노동연구원이 노조에 무릎을 꿇으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통째로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정부는 노동연구원에 올해 국민 세금 147억 원을 넣었다. 정부 지원금과 노동부 위탁사업 수입 등을 합쳐 총 237억여 원의 연구원 예산은 올해 연구사업비로 158억 원, 직원 101명의 인건비로 58억 원이 배정됐다. 감사원은 연구사업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철저히 감사할 필요가 있다.
노동연구원이 연구 대상으로 삼는 근로자들과 근로 현장은 유례없는 경제위기 여파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감이 없어 임금이 줄고 일자리마저 잃어야 하는 살얼음판이다. 근로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국민 세금 아까운 줄 모르고 기득권만 지키려는 공공기관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국민세금을 들여 운영할 가치가 없는 공공기관이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옳다.
[조선일보 사설-20091202수] 세종시, 충청권 스스로 원안·수정안 중 선택하게 하라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찬 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모든 성의를 다해 대안을 만들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래도 안 되면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세종시 수정안을 원안보다 훨씬 더 낫게 만들어 그 안(案)을 들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충청도민이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 수정이 가능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원안 고수' 입장인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 진영을 끌어안아 세종시 수정안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한 뒤, 세종시 수정 반대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측이나 야당이 자발적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들을 움직이려면 국민 여론, 무엇보다 충청권 여론이 먼저 세종시 수정 찬성으로 돌아서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충청권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 억지 설득에 나선다면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만약 수정안이 채택돼 그에 따라 공사를 시작한다고 해도 반대 시위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고 타의(他意)에 의해 세종시 원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충청도민의 가슴에 두고두고 큰 멍울로 남게 될 것이다. 결국 충청도민 스스로의 결정으로 세종시 수정안과 원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생방송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가진 후 전국적으로 세종시 수정 찬성 의견이 약간 올라갔다지만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코리아리서치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충청권에선 '원안 추진'이 52.7%로, '수정 추진' 35.8%보다 17%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여러 구상과 방안이 충청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충남지사는 1일 한나라당 회의에 참석해 "도지사는 행정도 중요하지만 충청인의 영혼과 자존을 지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도지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른 한나라당 소속 충청권 자치단체장들의 집단 탈당설도 나오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정부가 이달 중순 발표할 세종시 수정안에 충청도민들은 물론이고 온 나라가 깜짝 놀랄 만한 파격적 대안을 담아야 한다. 유명 대학의 제2 분교, 주요 기업의 무슨 연구소 같은 걸로는 자존심 문제로 번져가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충청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그런 다음 충청권이 이 수정안과 원안 중 어느 것을 택할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충청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됐든, 충청 지역 자치단체장 또는 각 지역 의회들이 결의하는 방식이든, 구체적인 결정 방법도 충청권 스스로 선택하도록 할 일이다. 그러나 충청도민들도 정부 부처의 절반을 옮기는 문제가 단지 충청지역에만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 다른 지역은 물론 나라 전체의 장래가 걸린 사안이라는 점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충청도민이 세종시 수정안을 택하면 정치권은 그 결과를 받아들여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 반대로 충청권의 결정이 '원안 추진'으로 나면 정부는 '9부(部)2처(處)2청(廳)'이 세종시로 옮겨가는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세종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선진당의 의도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성공을 거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이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22조원이 들어간 불 꺼진 세종시를 '정치적 포퓰리즘'의 혹독한 대가를 깨닫게 하는 국민교육장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나라의 운명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사설-20091202수] 공무원수당 정비하되 연금도 손질하라
행정안전부가 복잡다기한 공무원 수당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보수·수당 규정을 정비해 무려 49종에 이르는 지금의 각종 수당들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기본급에 편입시켜 2012년까지 27종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행안부 방침대로 개편되면 월 급여에서 차지하는 수당의 비중은 지금의 46%에서 2012년 24%로 줄고, 그만큼 기본급 비중이 커지게 된다. 급여체계의 정상화, 투명화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공무원 급여의 편법 인상이라는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소득 보전을 위해 그동안 갖은 명목으로 만든 수당들을 기본급화함으로써 편법 인상한 임금을 실질화하는 조치인 것이다. 급여체계 정비 자체를 탓할 수는 없겠으나 공직부문의 군살을 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즉 공무원 급여의 비중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10%대의 인건비를 포함한 일반행정 세출예산 비중은 전체 예산의 21.5%로, 큰 정부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 0.5%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이후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네 분기째 감소 행진을 이어온 국가적 현실과 비교하면 공직부문만 여전히 무풍지대라는 지적을 살 만한 대목이다.
정부도 밝혔듯 공무원 수당 정비는 마땅히 공무원 연금을 먼저 정비한 뒤 추진해야 한다. 지금의 연금체제에서는 기본급이 늘수록 정부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기본급과 수당을 합친 과세급여로 공무원의 기여금을 책정토록 공무원 연금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 협조와 별개로 연금법 개정 저지 투쟁에 나선 통합공무원노조의 자숙을 당부한다. 연금법이 개정돼도 국민들이 혈세로 메워야 할 보전금은 2018년 무려 6조원에 이른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02수] 철도노조 불법파업 단호한 법집행으로 대처해야
정부는 1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7개 경제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파업 대책회의를 갖고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한편 "일절 관용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은 또 "철도노조 파업은 경제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파업철회 및 노조원들의 신속한 업무복귀를 촉구했다.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노조가 사측의 일방적 단협 해지를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등 법령이 보장하는 노조활동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들 사안은 근로조건 개선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업이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앞서 철도노조 파업은 가뜩이나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국민과 기업들에 끼치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즉각 중단하는 게 옳다. 파업이 6일째 이어지면서 여객열차 운행률이 평소의 60% 수준으로 떨어지고 물류수송 또한 막대한 차질을 빚어 기업들과 여행객들이 느끼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철도공사의 영업손실액 또한 지난 30일까지 5일 동안에만 61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남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도 이번 파업은 납득(納得)하기 어렵다. 철도공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000만원에 이른다. 웬만한 기업에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구나 철도공사는 지난해 7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만성적자로 매년 거액의 국민 세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업이다. 따라서 과도한 복지혜택이 부여된 기존 단협을 해지하고 경영합리화를 도모할 새로운 단협 체결을 모색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이를 빌미 삼아 불법파업을 벌인다면 어떤 국민이 이해해줄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정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철도노조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집행부 1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 관행은 더이상 지속돼선 안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91202수] 확장적 정책기조 유지 바람직한 방향
정부는 내년에도 경기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시행해온 각종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시기도 당초 일정보다 늦추기로 했다. 중소기업 유동성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고 중기대출 신용보증 확대조치도 지속할 방침이다. 내년 1월 초까지로 운영하기로 한 청와대 비상경제체제도 7월 초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두바이 쇼크' 등으로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증폭됨에 따라 경제안정 기조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것으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왔다. 지난 3ㆍ4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전년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지난달 수출과 수입은 모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40억5,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해 10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성장률이 6%를 넘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소규모 개방체제인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이번 두바이 쇼크에 따른 충격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더구나 2ㆍ4분기와 3ㆍ4분기 각각 전기 대비 2.6%와 2.9%의 실질성장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재고조정 효과 등을 제외하면 3ㆍ4분기 성장률은 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것도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등 팽창적 재정정책과 원화환율 약세 덕분이었다.
이런 약발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떨어져 기업ㆍ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11월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원화ㆍ유가ㆍ금리가 모두 뛰는 3고(高) 현상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앞당겨 집행한다지만 언제까지 계속되기는 어렵다.
문제는 기업투자를 비롯한 민간 부문의 활력이 언제쯤 살아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자산을 쌓아두고 있지만 경기가 워낙 불투명하다 보니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는 실정이다.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살아날 때까지는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 유지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문 차장)-20091202수] 봉선화
20세 청년 홍난파가 부관연락선에 몸을 싣고 현해탄을 건넌 것은 1918년의 일이다. 그의 짐꾸러미 속에는 서울 장안에 두세 대밖에 없다던 바이올린이 고이 모셔져 있었다. 난파는 일본 최고 권위의 관립 도쿄음악학교(현 도쿄예술대학)에 들어가 1년 과정의 예과를 마쳤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본과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세브란스 의전을 중퇴하며 결연한 각오를 품고 떠났던 유학을 왜 중도 포기했을까.
훗날 난파는 “모처럼 들어갔던 도쿄음악학교만 하더라도 만세통에 튀어나오지만 않았던들 관립학교란 간판 밑에서 대도를 횡보했을 것”이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만세통에’란 표현이 1919년 3·1 운동과 관련 있음을 짐작하게 하지만, 난파에게 친일파란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인사들은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며 배척한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시노자키 히로쓰구의 회고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학창시절 난파와 함께 하숙을 했던 사이다.
“어느 날 난파가 애지중지하던 바이올린을 전당포에 잡혔다. 그 돈을 다른 조선인 유학생에게 맡겨 독립운동 전단을 만드는 데 보탰다. 이 사실이 발각되는 바람에 그는 본과에 들어갈 수 없었다.” 시노자키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와 교분이 깊었던 재일동포 바이올린 명장(名匠) 진창현씨는 여러 차례 얘기를 들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43년의 짧은 일생 가운데 적어도 39세까지는, 홍난파는 굳이 편을 나누자면 반일의 편에 섰다.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72일간 옥고를 치르고 고문을 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사상전향서를 쓴 사실과, 이광수·최남선 등이 쓴 친일 시 3편에 곡을 붙인 게 두고두고 시빗거리를 제공하는 그의 친일 행적이다. 자연인 홍난파에게 왜 초인적인 의지로 고문을 견디며 끝까지 버티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왜 ‘홍난파 열사’가 되지 못했느냐고 따지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친일 시비가 분분하다. 난파의 후손들과 친일진상규명위원회 사이엔 법정 분쟁까지 붙어 있는 모양이다. 밝힐 건 분명히 밝혀야겠지만 난파를 평가할 땐 그의 친일과 반일 행적, 그리고 아무도 부정 못할 예술가로서의 업적을 함께 저울에 올려야겠다. 천상의 난파는 후손들이 벌이는 소동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반추하고 있을까. 오늘따라 봉선화의 바이올린 선율이 더욱 처량하게 들린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1202수] 로봇 물고기
‘잉어 붕어 쏘가리 가물치 등 국내어종들이 낙동강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런데 지구상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이상한 물고기가 유유히 이들과 함께 유영하고 있다. 잉어처럼 생긴 것도 같고, 붕어처럼 생긴 것도 같다. 낚싯밥을 무는 경우는 결코 없다.’ 첨단장비가 내장된 ‘로봇 물고기’가 4대강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다. 요즘 ‘로봇 물고기’가 인터넷 인기검색어로 급부상하면서 그 기능에 대한 갑론을박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강 수질오염 방지책으로 로봇 물고기가 제시되면서부터이다.
로봇 물고기는 1995년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가 참치를 본떠 만든 ‘찰리’(Charlie)가 처음이다. 1.2m 길이에, 2마력짜리 모터 6개를 장착했다고 한다. 2001년에는 업그레이드된 ‘드래이퍼 참치’를 내놓았는데 초속 1.3m 속도로 3시간 동안 바닷속을 헤엄쳤다고 한다. 일본 미쓰비시사도 99년 수족관용으로 길이 80㎝, 무게 12.4㎏의 로봇 물고기를 제작했는데, 실제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스페인은 내년 히혼항에서 실험용 로봇 물고기를 바다에 풀 계획이라고 한다. 영국 에섹스 대학과 공학회사 BMT가 개발한 것으로 마리당 4000만원의 경비가 들었다는 외신보도다. 각국에서 첨단 로봇 물고기가 개발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로봇 물고기가 4대강 수질오염 방지책으로도 유용한 것일까.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뜨거워지고 있는 네티즌들의 공방도 실효성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SF영화를 보는것 같다” “마리당 4000만원이라니 뜨악하다” 등 부정적 의견이 있는가 하면, “IT강국인 한국은 가능하다” 등 긍정적 목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다. 때마침 전문가들이 입을 열었다. 대한하천학회·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이 네티즌 공방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해답을 내놓았다. 현재 개발된 로봇 물고기는 ‘해양용’이거나 ‘군사용’이라는 설명이다. 바다의 ‘특정 오염원’을 체크하는 데 유용하지만, 강물 전체의 오염측정이 필요한 4대강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오염도 실험도 ‘수족관 측정’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교수들은 진지한 자세로 말했다고 한다. “결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며, 우리나라 하천을 올바르게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사명감 때문”이라고.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권태면(주코스타리카 대사)-20091202수] 국민의 이미지
최근에 국격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제공한 화두인 듯한데, 누구나 되새겨 봄직한 주제일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인 하면 퍼뜩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멋과 맛의 프랑스인, 노래와 낭만의 이탈리아인, 근검과 질서의 독일인, 풍요와 개방의 미국인, 정열과 분방의 브라질인, 청결과 친절의 일본인…. 그러면 한국인에게는 어떤 단어들이 붙여질까?
물론 한두 단어 표현이 한 나라 사람들에게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니나, 대개는 오랜 세월 쌓인 이미지로서 그럴싸하다. 그런데 남이 나의 이미지를 어떻게 가져 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내가 남의 생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스스로는 색깔과 향기를 낼 뿐이고, 그것을 보고 느껴서 이름짓는 것은 남의 몫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살면서 종종 외국인들이 우리를 `억척과 요란의 한국인`이라고 표현하려는 것을 느낀다. 영어로는 aggressive, tough, rude, emotional 같은 단어들인데, 한국을 설명하는 책이나 잡지에도 가끔 나온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극성, 말이나 식사하는 매너, 외국 손님에게까지 강권하는 폭탄주, 시위든 다툼이든 입이 아닌 몸으로 싸우는 모습 등에서 오는 인상일 텐데 듣기에 좀 찜찜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경우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연달아 이룩한 국가의 이미지보다 국민 이미지가 더 못한 듯 싶다. 요즘에는 국가의 이미지를 챙기는 국가브랜드위원회 같은 기관도 있다. 회사의 상표처럼 하나의 단어로 국가에 붙인 이름을 수십억 외국인들이 기억하여 불러줄지는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너무 물질적인 별명보다는 멋지고 고상한 것이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의 이미지는 한국인의 여러 모를 보고 외국인이 정하는 것이므로 오천만, 아니 칠천만(많은 외국인들은 남북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으므로) 민족에게 달린 일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붙여졌던 동방예의지국 같은 별칭은 요즘 일본인이 가져가고, 우리는 동방무례지국이 되어 버렸다고 푸념하는 어른들도 있다.
두루뭉술하지만 제안 하나. 우리가 힘들고 거칠게 살아오면서 얻은 듯한 `억척과 요란의 한국인` 같은 것보다는 `은근과 끈기의 한국인` 이미지가 되살아나도록 수천 만이 20년 정도 새기고 다듬으면 어떨까?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