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여행 -(3) 난생 처음 군산에 가다
여행 계획을 짤 때마다 숙소 정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제일 먼저 이동 경로를 기준해야 하고, 환경도 신경을 쓰자니 선택의 폭이 참 좁다.
그나마 군산의 <에이본 호텔>은 잘 선택한 편이다.
보령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해질녘에 군산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낯선 거리를 물어물어 근대화 거리를 찾아간다.
100여 년 전, 일본 식민 통치 시대의 거리와 건물 들이 보존되어 그 앞에서 사진을 무한대로 찍는다.
그런데 거기까지 였어야 했다.
우기기 대장 나는, 군산에 왔으니 항구에 가서 회는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우겼다.
아내는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항구는 쩌~기 보이는 고가도로 밑”이라는 동네 주민의 말을 믿고 따른다.
하지만 맞바람을 맞으며 걷기에는 제법 멀었다.
게다가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더 을씨년스럽다.(주말에는 북적거릴까?)
그런데 가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회센터가 아니었다.
발걸음을 돌려 나오며 택시라도 타고 싶었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2.8km는 또 왜 그렇게 멀던지...
대기업 상호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도심지인 것이 분명한데, 수없이 늘어선 폐업 점포와 불 꺼진 상점, 드문 통행인을 보며 지방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배도 무지하게 고팠다.
겨우 숙소 앞에 이르러 식당을 찾으니 고속버스 터미널 인근임에도 눈에 띄는 곳이 없었다.
회에 대한 미련이 남아 아내에게 호텔 1층에 일식집이 있던데 그리로 갈까 물었지만, 아내는 호텔 앞 중국요리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 모든 선택에 있어 나는 머리로, 입으로 했을 뿐이고, 아내는 지혜와 경험으로 그 결과를 책임진다.
게다가 나는 잘못된 선택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조차 안 한다.
어쨌든 팔보채 요리는 훌륭했다.
무엇보다 ‘八寶’가 싱싱했고, 마감을 앞둔 시간임에도 주인장은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