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본질: 슬픔(허무, Vanity = 한숨, Breath)
박채동 (2013년 11월 30일)
저는 ‘성경 <전도서> 주제는 슬픔 속에서도 행복했다고 말하는 삶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슬픔 속에서도 행복을 말할 수 있는 까닭은 그 삶이 ‘슬픔 속에서도 여호와를 경외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역사 가운데 오셔서 인생의 본질로서 그 슬픔까지 몸소 겪으시고 높이 되신 주님’, 슬픔 속에서도 ‘그 주님’을 바라보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캐서린 맨스필드······,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의식 흐름의 수법’으로 ‘영문학의 혁명’을 일으킨 영국 소설가입니다. 영문학 비평가들은 캐서린 맨스필드 대표작으로 <원유회, The Garden Party>를 꼽는다. 그런데 저는 캐서린 맨스필드 ‘마지막’ 단편소설 <카나리아, The Canary>를 꼽습니다.
1991년 3월에 3학년으로 편입한 광주대학교, 그해 4월이었습니다. ‘영미소설’ 숙제로 나온 ‘문학비평 보고서’를 쓰려고 <카나리아>를 읽었을 때 나는 ‘이것은 설교이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며 ‘제2 <전도서>’를 읽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느낌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1992년 봄이었습니다. 서울 종로서적에서 뒤져 본, ‘신학박사 박윤선 {성경주석 전도서}’는 “‘Vanity, 허무’라는 말은 성경원어(히브리어)로 ‘Breath, 호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를 적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명성황후} OST ‘조수미 <나 가거든>’에 “한숨”과 “슬픔”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그리고 캐서린 맨스필드 ‘마지막’ 단편소설 <카나리아> 마지막 문단에서도 “한숨(숨소리)”과 “슬픔”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 주길.”라는 노랫말이 나오는 <나 가거든>······. 다음은 <카나리아> ‘마지막’ 문단입니다.
···All the same, without being morbid, and giving way toㅡto memories and so on. I must confess that there dose seem to me something sad in life. It is hard to say what it is. I don't mean the sorrow that we all know, like illness and poverty and death. No, it is something different. It is there, deep down, deep down part of one, like one's breathing. However hard I work and tire myself I have only to stop to know it is there, waiting. I often wonder if everybody feels the same. One can never know. But isn't it extraordinary that under his sweet, joyful little singing it was just thisㅡsadness?ㅡAh, What is it?ㅡthat I heard.
···그럴지라도, 우울증ㅡ추억 같은 그런 것에 매달리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인생에는 그 어떤 슬픔이 있다는 것 같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것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게 어렵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슬픔, 병과 가난과 죽음 같은 것에서 오는 슬픔을 뜻하는 건 아니에요. 아니, 다른 무엇이랍니다. 마음속 깊고 깊은 곳에, 마음속 아주 먼 곳에 있으면서, 사람 한 부분이자, 사람 숨소리와도 같아요. 그것을 잊으려고 몸이 피곤하도록 정신없이 일을 해도, 일을 멈추자마자 그것이 거기에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죠. 저는 종종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것을 똑같이 느끼고 있을까 의심해 보기도 한답니다. 사람으로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카나리아가 부르는 흥겹도록 달콤한, 기묘한 노랫소리 아래 바로 이것ㅡ슬픔?ㅡ하~, 슬픔이 아니라면, 그것은 무엇일까?ㅡ을 느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조수미 <나 가거든>
https://www.youtube.com/watch?v=gaVo_wPhRSs&feature=player_detailpage
쓸쓸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들어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쉬듯 물어볼까요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흩어진 노을처럼 내 아픈 기억도 바래지면
그땐 웃어질까요 이 마음 그리운 옛 일로
저기 홀로 선 별 하나 내 외로움을 아는 건지
차마 날 두고는 떠나지 못해 밤새 그 자리에만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내 슬픔까지도 사랑하길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하는 이
내 슬픔 속에도 행복했다 믿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