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투병기 ?
지난 주 월요일, 그 전날 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가슴]과 [등]이 뻐근하고 살짝만 닿아도 너무 아프다.
하루가 지나니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그 다음 날에는 더욱 더, 그리고 매우 아프다....??
" 끙 ~ ! .... >_< "
" 이상한데, 왜 이래 ?? .....
자세히 살펴보니 통증이 느껴지는 부분이 약간 발그스름하다.
출근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픈 부위가 [명치] 높이의 오른쪽 [가슴]에서 시작해 오른쪽 [등]까지 띠처럼 분포해 있다.
" 띠처럼....?! "
" 한자로 대상(帶狀) ? , 그럼, [ 대상포진 帶狀疱疹 ] ?! "
" 헉 ~ ! ..... >_< "
[신경계]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되살아나 활동하면서, [물집]과 함께 엄청난 [통증]을 일으킨다는 [대상포진] ?!
오전 내내, 일이 손에 안 잡혀 아예 오후 휴가를 내고 병원을 찾았다.
최근, [대상포진] 환자 급증 ?
" [ 대상포진 ]이네요. "
" 헉 - ! .... >_< "
증상 설명을 듣고 환부를 한번 쓱- 살펴보던 의사선생님은 아주 짧고도 쉽게(?) [선고]를 내린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의사선생님은 가볍게(?) [위로]의 말도 건넨다.
" 노인들은 굉장히 아픕니다만, 노인도 아니고 또 빨리 병원을 찾아왔으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 끙 ~ ! .... >_< "
그런데, 그날 퇴근 후에, 약국에서 약을 타와서 약을 먹어도 증상은 서서히 심해져서
며칠째 왼쪽을 아래로 하여 모로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똑 바로 누우면 [등]이 바닥에 닿아 너무 아프다.
그래도 입원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항간의 얘기에 비하면 이 정도인것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다.
가급적, 수포(물집) 발현 후, 72시간 이내에 빨리 약물을 투여하여야 효과적으로 진정되며,
약 3개월의 치료가 지나면 약 50%의 환자가 진정된다.
만일, 병원에 더 늦게 갔더라면 ? .......
최근, 전남대병원 피부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내원한 환자 수는 2003년의 411명에서 2010년에는 750명으로 늘어나 7년 사이에 82%나 늘었다.
대상포진은 50대부터 발병률이 매우 높아지는데, 주로, 스트레스, 과로에 의한 면역력 약화, 불규칙적인 생활, 영양실조,
그리고 암과 당뇨병, 알르레기성 질환, 면역결핍증 등에 의한 체력 저하,
외상이나 수술, 방사건 치료의 후유증 등으로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병시기는 주로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많이 발병하는데 특히 가을철에 환자수가 급격히 는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특히, 젊은 층 환자가 급증하여, 2010년에는 10~40대 환자가 전체의 30%나 차지하고 있다.
특별히 [대상포진]의 예방법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으나,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백신이 개발되리라 여겨진다.
전남대 피부과의 자료에 따르면, 근래의 [대상포진 ]환자가 모든 연령층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① 과도한 스트레스
② 불규칙한 생활 습관
③ 영양 실조 수준의 지나친 다이어트
등등으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학용어 큰 사전]에서 [ 대상포진 帶狀疱疹 ]을 찾아봤다.
영어로는 [ herpes zoster] 또는 [shingles].
[대상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varicella-zoster virus, VZV ]가 일으킨다.
과로했을 때, [입술] 주변에 생기는 물집을 유발하는 [단순포진 바이러스/ herpes simplex virus, HSV ]의 친척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종류로,
[게놈 genome] 크기가 10만~23만 [염기쌍 base pair ]이고 [유전자]도 160여 개나 된다.
반면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게놈]은 1만 [염기쌍]이 조금 넘고 [유전자]도 10여 개에 불과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숙주(인간)에게 감염한 뒤, 잠복해 있다가 숙주(인간)의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활동을 재개한다.
[헤르페스 herpes]란 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 herpin ]은 [잠복]이라는 뜻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가운데 다수가 [잠복]과 [재활성]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VZV ]의 경우, 어릴 때 감염되면 [수두] 증상이 나타나는데
병이 나은 뒤에도 [바이러스]가 [배근신경절]이라고 부르는 [등]에 있는 신경조직에 잠복해 있다가
숙주(인간)의 면역체계가 약해졌을 때 활동을 재개하면서 [신경]을 타고 퍼져나가 [대상포진] 증상을 일으킨다.
이 때, [신경말단]에 손상을 줘 엄청난 통증을 일으키는 것.
통증이 2~3일에서 1주일 정도 계속된 후, 피부에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홍반이 나타나며, 곧 작은 수포가 띠 모양으로 이어진다.
수포는 중앙이 움푹하며 점차 고름이 들어 있는 농포로 변한다.
농포는 5~7일이면 터져 짓무르거나 궤양으로 변한다.
피부 증상이 나타난 후, 약 2주일이면 딱지가 되고, 보통, 약 50% 이상의 환자는 약 3주일이면 딱지가 떨어져서 호전된다.
보라매병원 피부과 이종희(서울대의대) 교수는,
환자 중 약 50%가 3개월 내에 호전을 보이고, 약 70%에서는 1년 내에 호전을 보인다고 밝혔다.
[대상포진]은 환자가 어린 시절에 [수두]에 걸렸을 당시, [발진]이 나왔던 부위에 주로 [수포]가 발생하게 되는데,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이나 혹은 얼굴에 가장 많이 생긴다.
주로 발생하는 부위는 겨드랑이 아래에서부터 가슴 부위, 복부, 이마와 눈꺼풀, 코 등이다.
[수두]는 다리에 증상을 나타나는 일이 적으므로, [대상포진]도 역시 다리에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수두]에 걸린 적이 있다.
그 당시, 의사선생님이 “ 이건 애들이 걸리는 건데… ” 라고 말해 창피했던 기억이 난다.
이 때부터 내 몸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거의 30여 년이 지나서 다시 깨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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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포진 ] 환자에 경구약으로 처방되는 [항바이러스제]인
[팜시클로버]의 분자구조.
바이러스의 [DNA 중합효소]는 이 약물을
[DNA 염기]의 하나인 [구아닌]으로 착각해 결합한다.
그 결과, 게놈 복제가 중단되면서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한다.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노벨상 수상 ?
저녁에 약을 복용 하면서,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으로 약이 작용하는지 궁금해져서 처방전의 약물을 하나하나 검색해봤다.
① 항바이러스제
제일 먼저, 확인된 약물은 [팜시클로버 Phamci-clovir].
[팜시클로버]는 약품명으로, 각기 처방전에 적혀있는 상품명은 제약회사마다 약간씩 다르다.
이는 하루에 한 알 먹는 [항바이러스제 antiviral agents]로 처방전의 핵심이다.
항바이러스제는 피부 증상이 나타난 후, 3일 이내에 투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포가 농포로 변한 다음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또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주여해야 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초기 진료를 받지 못해 중증으로 이어졌을 경우 입원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1990년대에 개발된 [팜시클로버]는 [DNA 염기, DNA sequence] 가운데 하나인 [구아닌 guanine ]과 분자구조가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게놈 genome ]을 복제, 증식할 때 활동하는 [DNA 중합효소 DNA polymease]가
투약된 [팜시클로버]를 [구아닌]으로 착각하게 되어 이 [팜시클로버]과 서로 결합하게 된다.
따라서 그 결과,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다행히도 사람의 [DNA 중합효소]는 [팜시클로버]를 [구아닌]으로 착각하지 않기 때문에 큰 부작용은 없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다만, 이 [항바이러스제]의 역할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효과뿐으로 기존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항바이러스제]는
우리 몸의 [자가 면역계]가 전열을 정비하여 바이러스에게 반격하게 될 자생능력이 스스로 생길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만을 하는 셈이 된다.
[구아닌]과 구조가 비슷한 [항바이러스제]의 원조는
1970년대 말에 개발된 [ 아시클로버 Acyclovir ]로,
이 약물의 개발에 큰 역할을 한, 美國의 여성, 생화학자(뉴욕대학)인 [거트루드 B. 엘리언 Gertrude B. Elion /1918 -1999 ;
우리나라 중앙대학교에서도 한때, 연구직 교수로 근무한 적이 있음]은 노벨생리의학상(1988년)을 수상했다.
[아시클로버]는 지금도 [단순포진 HSV]에 바르는 [항바이러스연고]의 주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사실, [항바이러스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백신으로 병 자체가 안 걸리게 하는 것 외에는
인류는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서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번, 신종플루 대유행 때 피해가 그 정도로 그친 것도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Tamiflu] 덕분이었다.
참고로, [타미플루]는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효소)]의 저해제로 작용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준다.
② 진통제
처방전의 두번째 약물은 [진통제]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는 [메페남산 Mefenamic acid / 역시, 약품명으로 상품명은 각기 다름]이라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처방됐다.
3일 뒤, 두 번째 갔을 때 통증이 좀 더 심해졌다고 하자, 의사선생님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처방을 바꿨다.
찾아보니, 진통 효과가 좀 더 큰 [모르핀계 진통제]인 [트라마돌염산염 Tramadol-hydrochloride ]이 주성분인 약물이다.
[트라마돌염산염]은 마약인 [코데인 codeine / 아편 성분]과 그 구조가 비슷한 분자로 1970년대 후반에 개발됐다.
비록, 약으로 쓰는 것이지만, 어쨌든 아편류를 처방받은 셈이다.
이 약 덕분인지, 병이 나아가고 있어서인지, 여하튼 지금은 통증이 많이 덜하다.
③ 제산제
그리고, 다음 세번째 약물은 [제산제]로 위의 두 약물이 [위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위벽] 보호 차원에서 넣은 것.
④ 항바이러스제 연고
마지막, 4번째 약물은 액상 외용약품으로, 물집이 올라온 피부에 바르는 액상 [항바이러스제 연고]이다.
피부 상처 부위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함으로 보인다.
약물투여와 함께 환부에 물찜질을 해주면 통증을 줄이고 염증을 가라 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하루 5~6번, 한번에 약 15~20분씩 환부에 깨끗한 수건으로 미지근한 물찜질을 해주도록 한다.
물찜질 후에는 마른 거즈 등으로 닦아주고 처방된 [항바이러스제 연고]를 바른다.
물집은 절대 억지로 터뜨리지 않도록 한다.
나중에 흉터로 남기 때문이다.
합병증 ?
프랑스 자유대학의 [니콜 모로, Dr. Nicolle Moro]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그 일례로, 사람들이 병이 낮게 되면 의사에게 감사하지만 그 약품을 만든 화학자의 노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상포진] 처방전에 쓰인 약물의 면면을 살펴보니 모로 교수의 말이 새삼 실감난다.
환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병이 치유될 때까지 굉장히 고생을 해야 했을 것이다.
올해, 2011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화학의 해]다.
화학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의학관련 과학자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이들 생의학자, 화학자들의 땀과 희생이 있기에 인류의 건강 미래가 밝게 열리게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