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5년전 천지가 개벽하는 그날의 하늘이 이러했으리라!
시리도록 푸르른 가없는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이따금씩 유유자적하는 그런 날.
그 옛날의 상큼할 공기일리야없겠지만 그래도 최근에 느끼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의 청명함은
50줄에 들어선 우리들에게도 소풍가는 어린애 마냥 설레이는 마음이 가득하다.
1. 09:00 - 10:30 (세종문화회관 - 북한산 밤골 입구)
9시 정각 세종문화회관 앞, 한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개천절 행사 때문에 주변이 소란스럽다.
헐레벌떡 가까스로 시간을 맞췄는데 애들이 안보여서 약간 의아했는데 저쪽 공원쪽에 벌써 다들 와있다.
9시 정각 6명의 정예요원(?)이 다 모였다. 심대장 / 권기철 / 배기섭 / 류석창 / 이 재화 그리고 나...
이틀동안 무려 20시간에 걸쳐 설악산과 또다른 산을 등반해서 전날 밤 늦게 집에 도착했던 심대장,
무척 피곤한 얼굴일거라 짐작했는데 쌩쌩하다 너무나 쌩쌩하다. 정녕 인간인가 ? 도인인가?
역시 대단한 우리 심대장이여.
표정들을 보니 다들 좋아보인다. 추석연휴동안 몸보신 좀 했나보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며 평균 기상시간이
9시대인 재화만 입이 댓발 나왔다...
목적지로 향하는 704번 버스로 북한산을 향한다.
그런데 오늘 등산객이 너무 많다. 버스가 미어터진다. 곡소리도 나고 쌍소리도 나온다.
의자에 앉는 행운을 누리는 우리들조차도 몸이 짜부난다. 버스에서 내리니 이미 녹초 기진맥진이다.
밤골 마을 등산로 초입에서 입이 댓발 나온 재화를 달래기 위해 간단한 요기를 한다.
김밥 삶은 계란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씩 돌린다. 남아있는 계란 하나를 챙겨주는 재화! 고마와해야하나??
2. 10:30 - 13:30 (밤골- 사기막골 - 숨은벽능선 - 백운대 아래)
밤골 계곡을 따라 숨은벽 능선을 오른다.
시작하는 초입부터 경치가 예사롭지가 않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숨은벽 능선의 위용과
장관에 압도당한다. 이렇게 멋있는데가 있었던가? 내 북한산을 백수십회를 올랐지만 일찌기 이런 비경은 몰랐다.
정말 멋있다는 말 한마디로는 표현이 어렵다. 숨은벽 능선을 중심으로 좌측의 인수봉 우측의 백운대로 이루어진
전경은 정녕 진경산수화 그 자체였다.
여태 의상봉 문수봉 코스가 가장 멋있겠거니 했었는데 그보다도 훨씬 장대하면서 남성적인 미를 물씬 풍긴다.
마음은 숨은벽의 대슬랩을 직접 오르고팠으나 너무 위험한 관계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회로로 접어든다.
숨은벽 슬랩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도중 아무 생각없이 편한한 마음으로 크게 뿡했는데... 아뿔사 바위 바로 아래애서
식사하던 두 부부 황당하고 짜증스런 표정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런 쪽팔림이란.... 그럴수도 있지... 짜슥들...
숨은 벽을 우회하여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다소 험하고 거칠었다. 아직 사람들이 손길이 많이 닿지않아서일까?
관광코스마냥 사람들로 득시글한 코스와는 다른 신선하면서도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꽤 인상적인 등산로였다.
3. 13:30 - 14:30 (백운대 아래에서 점심을 먹다)
각자 집에서 정성껏 싸온 도시락들을 함께 맛나게 먹다.
젓가락을 미처 준비못한 나는 심대장으로부터 눈총을 맞다. 옆에 재화도 거든다.
석창이는 마누라가 손수 김밥을 싸주더란다. 재화 기철이 기섭이 심대장 모두 정성스런 도시락을 싸왔다.
내 도시락이 초라하다. 다음번에 마누라를 졸라서 나도 도시락을 싸와야지...(나중에 마누라한테 핀잔만 들었다...)
기섭이가 얼려온 적당히 잘 냉각된 막걸리로 함께 건배하고 정성이 담긴 도시락으로 배를 채웠다.
기섭이는 뭘 그리 많이 싸왔는지 점빵을 배낭에 짊어지고 온듯하다. 연양갱, 크림빵, 몽쉘, 유과. 초컬릿, 또 뭐드라???
나눠주는것 마다않고 챙겨서 저녁때 집 식구들 먹였다. 우리 식구들은 먹는것 넘 좋아한다.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저녁 약속이 있는 석창이와 위문 앞에서 헤어졌다. 6일날 안동에서 보기로하고...
4. 14:30-17:00 (백운대-용암문-대동문-동장대-칼바위능선-정릉 청수장)
백운대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서 백운대를 오르는것은 포기하고 대신에 예정에 없던
칼바위 능선을 타기로 했다.
용암문으로 가는 도중에 뒤돌아본 백운대는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그동안 많이도 봐온 백운대이건만
오늘 또 새롭고 색다른 감흥과 여운을 가져다준다.
칼바위능선까지는 둘레길 같은 등성이길이라 특별한 언급이 필요없어 생략.
숨은벽 능선의 절경과 스릴을 충분히 맛본지라 칼바위능선은 상대적으로 감흥이 떨어졌지만 칼바위능선에서의
시야는 여느곳보다 가장 넓은듯했다.
푸른 하늘 덕에 저멀리 용문산과 재화가 즐겨 부르는 한국의 마테호른 백운봉도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칼바위능선에 서면 서울에서 조망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볼 수 있었다.
6시간째 접어든 산행이라 어지간히 피곤하기도 했지만 그 피곤함을 잊어버리게 하는 마력이 산에는 있었다.
이제는 제법 찬기운이 도는 가을인지라 알탕 대신 간단한 세수와 발씻기로 오늘의 산행 일정을 마무리한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좀 있었다고는 하나 장장 6시간반에 걸친 긴 산행이었다.
5. 17:30-19:00 (저녁식사 및 간단한 뒷풀이)
아리랑 시장내 욕쟁이할머니가 운영하는 봉화묵집에서 메밀묵 / 부추호박전 / 동동주 / 안동칼국수로
간단히 저녁 식사 겸 뒷풀이를 했다.
다른 친구들도 그러했지만 나로선 참 좋았던, 잊을 수 없는 산행이 되었다.
북한산을 백수십차례 와봤지만, 오늘 등반했던 숨은벽 능선 - 칼바위 능선이 가장 남성적이면서도 산수화를 연상케하는
고고한 아름다움이 깃든 매우 인상적인 코스였던것 같다.
여태껏 이런 코스를 왜 몰랐나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늦었기에 더욱 감동이 되어 다가왔던것 같다.
언제나 우리를 들뜨게하고 기쁨과 감동을 안겨준 심대장이 오늘도 어김없이 그러했으니.... 참말로 고맙데이! 심대장!
이로써 10월 정기 산행을 정리하며 오는 11월 산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본다.
*. 10월 등산 참여자 : 권기철/김사현/배기섭/류석창/심준용/이재화 (총 6명)
*. 10월 회비 납입 : 4만원 (현재 총 회비 잔액 : 929,160원 + 40,000원 = 969,160원)
11월 등산 모임때 더 많은 친구들이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북한산을 백수십번 다닌 사현이가 숨은벽 절경을 보고 감탄하다니..... 난 너무 행복하다.♬♬♬
북한산 두번째 등산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다니! 심대장 고맙네^^ 그리고 함께한 친구들 덕분에 같이 멋진 하루보냈다. 땡큐!!!
어...댓글에도 사진이 되네...!
사진하나 더☞
즐거운 시간되었곘네~ 아쉽다.. 다음에 같이 가세..
수고했고....봉화묵밥, 다음주에 한 번 가서 무야것다. 우리 애가 그 근처 대학 수시보거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