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격 발표 난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믿기지가 않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학원 카페에 올라 온 합격 수기를 읽어보면서 굳이 서울권이 아니더라도 수시에 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문장’을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지 3개월쯤 지난 후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한 학년 낮춰서 복학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툭하면 담임선생님과 마찰이 많았습니다. 특히 나름대로 신경을 쓴 성적도 갈수록 떨어졌고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께서는 ‘그럼 글을 한번 써보자’며 ‘문장’에 데려갔고 상담을 받은 후에 고1-2학기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것이 처음이었던 저는 시 한편을 쓰는데도 남들보다 두배는 더 걸렸습니다. 네시간, 다섯시간씩 앉아 있어도 2~3줄 밖에 쓰지 못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그날 완성하지 못한 것은 숙제로 나갔지만 무슨 배짱이었는지 안 해 가는 날도 많았고 혼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1학년 때는 편하게 학원을 다녔지만 2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슬슬 학교에서 압박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2학년 때와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같았는데 이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수시로 집에 전화하는가 하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학교로 부모님을 호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번은 야자를 안 하고 도망갔다고 제 책상과 의자를 반에서 빼버린 적도 있어서 아빠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 담임선생님과 싸운 적도 있었습니다.
믿어 주지 않는 학교 자체에 화가 나기도 하고 저보다 늦게 들어온 친구들이 하나, 둘 상을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불안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집 필사도 많이 하고 검사 맡을 때 많이 지적 받았던 표현을 많이 연습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려상부터 조금씩 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대부분 3위 이내의 수상실적만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수상실적 외에 실기제도가 있었기에 실기 준비도 꾸준히 했습니다.
처음에 동국대 실기 시험을 보러 가면서 제발 1차라도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1차 합격돼서 면접을 보러 갈 때도 ‘설마 붙겠어?’ 라는 생각이 반쯤 있었습니다. 동국대는 면접 점수가 별로 안 들어가서 그런지 면접 내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별 기대 없이 동국대 면접을 마치고 다시 광주로 내려와 남은 대학들 면접 준비 및 실기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성신여대 면접을 가는 날에 동국대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났습니다. 당시 저는 고속버스에 있었는데 아빠의 전화를 받고 동국대 최종합격 된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성신여대 면접은 부담 없이 봤습니다.
모든 면접이 끝나고 학교에 간 날 담임선생님께 동국대 최종합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운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별 말씀 안하셨습니다. 며칠 후 성신여대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이 있자 그제서야 ‘항상 너 잘 될 줄 알았다’고 태도를 바꾸셨습니다.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구박만 하시더니, 표정부터 싹 달라지는 게 좀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문장’을 알지 못했더라면 고등학교 3년 내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았을 거고 결국에는 적성 보다는 성적에 맞춰서 아무 대학이나 원서를 냈을 것입니다. 특히 2년이 약간 넘는 시간동안 결코 부지런하다고 할 수 없는 저를 때로는 다그치고 혼내주시면서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문장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후배분들도 열심히 해서 저처럼 좋은 대학 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 상 안 터진다고, 담임선생님이 구박한다고 불안해하지 마세요. 진짜 입시는 겨울방학 때 열심히 준비해서 이듬해 고3 때입니다. 저처럼 입사나 실기로 대학에 당당히 붙을 수도 있답니다. ^^
첫댓글 우리 수줍음 많은 하연이, 아직도 떠오른다. 아버지 손 잡고 종종 걸음으로 학원에 들어오던 네 모습을. 내 얼굴도 못 쳐다보던 어리디 어리던 하연이가 이제 대학생이구나. 축하한다. 그리고 너희 아버님도 축하드린다. 딸 때문에 학교에 그렇게 불려다니셨어도 학원엔 단 한 번도 불만을 표하지 않으셨구나. 대단한 아버지시다. 네가 대학에 붙은 건 모두 아버지 공이다. 대학 가서 장학금 받아서 아버지를 빛내드려라.
악악 언니 축하드려요 ㅎㅎ 학원 자주 찾아오세요 ㅎㅎㅎ
ㅠ하여니ㅠㅠㅠㅠㅠㅠㅠ우리많은 시간을 함께 해찌 ㅎㅎ 잘되서 다행이다 ㅠㅠㅠ
언니 축하드려요~!!항상 해주셨던 이야기 잊지않을게요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