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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학
연금술사들에 따르면, 신이 창조한 이 세계에서 우연하게 생성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손금이 생리학적으로 전혀 쓰임새가 없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개개인의 어떤 자질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즉, 손금은 사람들에게 부여된 기질과 운명의 지표이다.
<욥기>37장 7절을 보자.“Qui in omnum hominum signat, ut noverint singuli opera sua.” 이 문장을 사퀴는 다음과 같이 번역했는데, 이는 수상학에 걸맞는 해석이다.
“하느님이 사람들의 손에 그대로 어떤 인상을 새겨 그들이 해야 하는 과업을 일러 줄 것이다.”
성 히에로니무스의 성서(불가타)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고대 라틴어 성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하느님이 인간의 손에 기호를 남기시니, 그들은 그것으로 자신의 과업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치 신이 수상학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 자세히 논하려 하는 듯, 잠언 3장 16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Longitudo dierum in dextera ejus sinisra illius divitǽ et gloria.(그 오른손에서 장수를 받고 그 왼손에서 부귀영화를 받는다.)”
이러한 성서의 권위를 바탕으로 수상학자들은 풍부한 도상학 자료들을 가지고 복잡한 학문의 체계를 정립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실제로, 17세기 이후로 수상학자들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은밀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았다. 수상학은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기질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심리학이지만, 그 사람에게 잠재된 미래를 예견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점술이다. 때문에 그것은 의학도 관련이 있으면서 오컬티즘에 필수적인 분야가 되었다.
어떤 수상학자들은 손금이나 여러 기호들은 왼손의 것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고대부터 지구의 모든 민족들은 오른손을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자연히 왼손보다 오른손으로 일하는 빈도가 많아 결과적으로 오른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손금이 왼손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본래 운명은 왼손에 나타나 있고, 오른손에 보이는 것은 의지에 따라 부단하게 노력한 결과로 바뀐 운명이라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운명론자들과 자유의지론자들 간의 분쟁은 시작된다. 만약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인간의 왼손에 나타난 운명은 완성되어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결국 운명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복잡하면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예 제기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수상학자들은 인간의 손바닥에 있는 여섯 개의 기본적인 손금에 주목한다. 물론 손금마다 장단이나 굴곡, 뚜렷함의 차이가 있으며, 어떤 경우는 끊기거나 완전히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간에 전체는 하나의 불변하는 체계를 이루고 있다. 저명한 장 당다쥔은 자신의 저서 <수상학>에서 가장 뚜렷하고 명확하게 손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설명한다.
그림12가 그의 원본 주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작은 목판화이다. 손금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운명선은 그 사람의 운명을, 생명선, 즉 심장선은 그 사람의 수명을, 중앙선은 그 사람의 직업을, 그리고 간장선은 건강 상태을 암시한다.
그림 12 그림 13
<6개의 기본 손금>장 당다쥔(리용, 1549) <일반적인 손금 도식> 로버트 플러드,[우주의 역사]
(오펜하임, 1619)
그러나 이후 이 본래 개념이 약간 변형되었다. 로버트 플러드가 <우주의 역사>에서 제시한 일반적인 손의 도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그림13). 가장 주요한 차이점은 H선, 즉 토성선의 등장이다. 그것은 오늘날 주로 행운선이라고 불린다. A의 생명선, 즉 심장선은 그림12와 동일하다.
간장선은 두뇌선(D)이 되었고, 중앙선이 C에 보이는 간장선이 되었다. 운명선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손과 손목을 가르는 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들을 이르는 말은 다양하며, 이 선들이 뚜렷하면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고 내리치는 손의 가장자리 부위에 난 선은 상상력과 자손을 알 수 있는 선이다. 코클레의 <관상학>에도 독일어로 설명한 유사한 그림이 있다(그림14).
그림 14 그림15
<일반적인 손금 도식>, 코콜레스, [관상학] <손바닥 내 각 행성의 위치> 장 당다쥔, [수상학]
그런데 플러드가 두뇌선으로 장 당다쥔은 간장선이라고 명명했던 손금에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다. 코클레는 그의 저서가 출간된 시기로 미루어 볼 때, 장 당다쥔 이전 시대의 사람이다.
하지만 분명 토성선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은 당시의 고어로 행운의 손금(die lini des glucks)이라고 불렸다.
오늘날의 점성학자들은 그것과 동일한 위치에 생명선을 두고 그것을 건강선, 혹은 혈선(血腺)이라고 부른다. 또 플러드가 간장선이라고 했던 고대 중앙선은 머리선이 되었고, 고대인들이 생명선이라고 했던 손금은 심장선이 되었다. 장 당다쥔은 간장선으로, 플러드는 두뇌선으로 불렀던 손금도 오늘날에는 직관선이라고 한다.
손은 태어나면서부터 행성의 영향을 받는다. 행성들은 장 당다쥔의 저서에 수록된 동판화에서 보이는 방식대로 손을 분할한다(그림15). 검지는 목성, 중지는 토성, 약지는 태양, 새끼손가락은 수성, 엄지는 금성이 관장한다.
그리고 다른 두 행성은 손의 나머지 부분을 관장하는데 화성은 손바닥 중심을, 달은 손의 가장자리를 담당한다. 이러한 행성들의 분할은 장 당다쥔 시대 이후부터 보편적으로 널리 이용했다.
그러나 카르다노가 새끼손가락을 금성과, 엄지를 화성과, 그리고 손바닥을 수성과 연관지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반면에 알 칸디(아랍인 철학자로 알려진 이슬람학자-옮긴이)는 중지에 토성 대신 화성을 두고, 그 토성을 엄지에 두었으며, 카르다노와 마찬가지로 새끼손가락에 금성을 두었다.
그림16 (1640)
<손바닥 내 황도 12궁의 위치>, 장바티스트 벨로
손바닥에 각각 자리하는 황도궁의 위치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논란의 여기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 당다쥔은 그 자리를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림16의 정교한 도판은 <전집>이라는 장 바티스트 벨로의 책에 수록된 것이다. 이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여기에서 양자리는 검지의 지절골간에, 황소자리는 중지골간에, 그리고 쌍둥이자리는 중수골간에 위치한다(손가락 하나를 세 마디로 나누었을 때, 맨 아랫마디를 중수골간, 그 윗마디를 근위지골간이라 한다. 또한 가장 윗마디는 다시 이분할하여 아래를 중지골간, 위를 지절골간이라고 한다-옮긴이). 중지에서는 항상 손끝에서 아래쪽으로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가 위치하고, 약지에서는 게자리, 사자자리, 그리고 처녀자리가 위치한다.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에는 천칭자리, 전갈자리, 그리고 사수자리가 각각 위치한다.
각 손가락의 아랫부분에 도토만 살집이 있는 부위를 ‘궁(宮)’이라고 한다. 따라서 손가락 각각의 궁을 목성궁, 토성궁, 수성궁, 태양궁이라고 부른다. 엄지 아래의 넓은 돌출부는 금성궁이다.
실제 손금에는 행성의 이름이 붙여졌으며, 그것은 해당 행성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생명선은 엄지 부근을 지나기 때문에 금성선으로, 행운선은 중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토성선으로, 머리선은 화성평원을 지나기 때문에 화성선으로, 심장선은 검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목성선으로, 기술선 즉 아폴로선은 약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태양선으로, 그리고 직관선은 새끼손가락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수성선으로 부른다.
목성궁에서 나오 수성궁으로 이어지는 작은 반원형 손금을 보자. 그것은 그림 13에서는 ‘Clinture de veneri’라는 이름을 소개되었지만, 그림16에서 벨로는 그것을 금성대라고 했고,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금성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월궁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은하수(Via Lactea)라는 손금이 있다. 이는 그림13의 K에 해당하는 손의 가장자리 부분이다.
이러한 손금이 서로 교차하는 방식과 일반적 위치, 방향, 그리고 선명도에 따라, 그것은 점성학의 체계만큼 무한한 해석이 가능한 여러 가지 조합을 낳는다. 따라서 해석이 얼마나 정확한가는 수상학자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투시력에 달려 있다. 때문에 수상학자가 처음에는 안에 담겨 있는 전체 질서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깨닫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람의 손을 보면 대략 그 사람의 사망일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생명선의 단절을 통해서이다. 그 단절이 목성궁 주변에 있으면 10년 수(壽)로, 손목 주변에 있으면 80년 수로 보는데, 이 둘 사이를 동일한 간격으로 분할하면 된다. 토성선에서는 우연이나 운에 따라 생기는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화성선, 즉 머리선으로는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목성선은 그 사람의 성향을 그리고 태양선과 수성선은 예술과 학문에 대한 취향을 나타낸다. 수명은 손목에 난 선의 개수로 계산해 볼 수 있으며, 금성대와 은하수는 사랑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손의 가장자리에 보이는 손금의 수는 그 사람이 낳은 아이의 수를 보여준다.
수상학자들이 연구했던 모든 사례들을 다 살펴볼 수느 없는 노릇이다. 다라서 저명한 몇몇 저자들의 글에서 발췌한 몇 가지 특징적인 점성학적 해석 사례들만 살펴보도록 한다. 이미 인용한 장 당다쥔의 자작들에는 매우 장식적인 르네상스풍 배경에 갖가지 유형의 손이 그려진 삽화들이 등장한다. 또한 이에서 출간된 연대을 알 수 없는 소책자 앙드레 코르보의 <수상학>에도 같은 유형의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앙드레 코르보라는 이름은 필시 코클레가 사용한 필명일 것이다. 왜냐하면 디자인과 묘사 방식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림 17 그림 18
<토성선>.앙드레 코르보. 1545년경 <이중 토성선>
코르보는 토성선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그림17 참조).
이 손과 같이, 성공선이 한번에 죽 뻗어 손과 팔이 만나는 접점의 선과 만나면, 그리고 그 모습이 매우 선명하다면, 그 사람은 사업으로 성공하여 부자가 될 운이다. 그러나 만약 이와 반대되는 손금이라면, 그 사람은 당시에는 새로운 학문을 정립하거나 건축물을 세우려는 욕망이 있은 사람으로, 세속의 재산에 욕심이 많으며, 땅을 일궈 개발하고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토성성이 이중으로 나 있는 경우 (그림18)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어떤 사람의 손금이 이렇게 두 줄로 나 있다면, 그 사람은 불안하고 변덕이 심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방랑벽이 있다. 그는 아마 계속 거주지를 옮기다가 결국 가난하게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림 19 그림 20
<이중 수성선>앙드레 코르보 <이중 태양선>
그림 19는 직관선, 즉 수성선이 이중으로 난 형태로,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그다지 부러워할 만한 손금은 아니다.
손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이중 손금이 있는 사람은 수다스럽고 뻔뻔스러우며, 일한 대가도 얻지 못하고 조국을 떠나 극심한 강제노역에 시달리게 될 운명이다.
훨씬 더 갖고 싶은 손금은 아름다운 태양선, 즉 아폴로선이다(그림20). 그것은 가장 부러워할 만한 운명을 예견한다.
보다시피 이렇게 분별 있게 서로 교차하고 있는 손금을 가진 사람은 수많은 영예로운 길을 걷게 될 운명이다. 그는 이곳저곳을 여행하기를 무척 좋아하며, 만약 어떤 곳에서 머물고자 한다면 그곳에서 존경받는 자리에 올라 엄청난 권력과 부를 누리게 될 것이다.
아주 선명하고 곧게 뻗어 있는 토성선이 손바닥 한가운데서 끊어져 있다면(그림21) 이 손금도 만족할 만하다.
이 손처럼 성공선이 위로 쭉 뻗어 나가는 손금은, 무척 사려 깊고 후덕하며 성실하여 나날이 재산이 늘어날 정직한 사람의 운이다. 하지만 이 손금은 반드시 곧게 뻗어 있어야 한다. 행여 악간이라도 굴곡이 있다면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기 때문이다.
이중 토성선이나 아폴로선이 중앙선과 맞닿아 끊어지면 안 된다(그림22). 만약 그렇게 되면 아주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손처럼 두 선이 중앙선과 맞닿아 있는 경우는, 재물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늘 무언가를 얻고자 노심초사하며, 괴짜에다 성질이 고약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며, 하는 일마다 운이 따르지 않으며, 돈에 인색하여 집착하는 사람이다.
그림21 그림22
<중앙선과 맞닿아 끊어진 토성선> <중앙선과 맞닿아 끊어진 이중 태양선>
앙드레 코르보 [수상학]
마지막으로 코클레와 앙드레 코르보에 따르면, 습관적인 손놀림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림23에서와 같이, 엄지를 주먹 안에 넣고 손을 쥐는 사람의 수중에 들어간 돈은 절대로 돌려받을 수 없다.
엄지를 다른 손가락들 안에 감추고 주먹을 쥐는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가든 비열하게 살아가든 구두쇠이다.
그림23 <주먹쥔 손> 앙드레 코르보
손금을 연구할 때에는 선의 방향과 개수, 길이, 폭, 깊이와 색을 살펴보아야 하며, 아울러 선명도와 끊어짐의 유무, 그리고 그것이 두 겹인지 세 겹인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손 안에는 이밖에도 별, 십자가, 삼각형, 사각형, 원, 행성 기로, 그물, 매듭, 문자, 숫자 등과 같은 무수한 기호들이 있으며, 이들 또한 손금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몇몇 연구가들은 히브리어 문자에 대한 해석도 내놓았는데, 여러 저자들은 그 22개의 문자가 어느 손에 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했다.
<수상학>(cheiromancy)에서 장 당다쥔은 그러한 기호들의 사례를 무수하게 제시한다. 이 장에서는 이중 중요한 두 가지 사례만 소개한다. 그것은 토성궁 위에 있는 작은 십자가 모양의 기호와(그림24)와 중앙선 위에 있는 일련의 작은 매듭들(그림 25)이다. 그림 속에서는 장 당다쥔의 원본 주석이 들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다.
그림24 <토성 손가락에 영향을 미치는 기호> 그림25<중앙선이 영향을 주는 불길한 기호>
장 당다쥔, [수상학]
만약 위를 향하던 중앙선이 계속 이어져 반원을 그리고, 그것이 매우 선명하다면, 그 사람은 네 발 달린 동물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며, 아마도 그 때문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손금 끝 양쪽으로 잔손금이 두 가닥 뻗어 있다면, 이는 단지 철로 만든 어떤 도구에 상처를 입을 것임을 암시한다. 만약에 토성 손가락 오른쪽에 작은 십자가 모양의 잔손금이 있다면, 그 사람은 쇠약하고 체질적으로 허약해서 단명할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만일 그 손금 위에 사각형이 없다면 이련 예측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그림25의 주석은 다음과 같다.
중앙선에 이 같은 작은 매듭이 있다면, 그 매듭 수만큼 살인을 저지르게 될 것이며, 그때마다 매듭이 흐려지거나 없어질 것이다. 만약 이 매듭의 색이 붉다면 그 사람은 살인범이나 도둑이 될 것이다. 또한 앞서 말한 중앙선에 굽은 자국이 보이면, 그 사람은 불행하고 운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만약에 거기에 십자가가 있다면, 추측컨대 그는 고집이 세고 논쟁적이며 의견차를 보이거나 언쟁하기를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그림26 <여성의 왼손에서 볼 수 있는 기호들>
로버트 플러드, [우주의 역사]
로버트 플러드는 여성의 왼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그림26), 거기서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것들 속에 상당히 중요한 특징들이 숨어 있음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 십자가가 크면 클수록 죽음은 앞당겨질 것이다. b에 있는 십자가 또한 추방당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의미한다. c에 있는 십자가는 수도생활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e에 있는 작은 기호는 불신을 버리고 믿음을 되찾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f에 있는 선들은 풍족한 노년을 보낼 운이고, g에 있는 선은 중년에, 그리고 h에 있는 선은 초년에 부자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i에 있는 십자가는 진정으로 참회하게 될 것을 암시한다. 만약 i의 손금이 손바닥에 난 삼각형의 중앙까지 뻗어 있다면, 조난사고를 당할 운명임을 암시한다. m을 지나가는 손금 위의 십자가는 왕권의 위엄을 얻을 운명이다. 손금 n이 만약 삼각형 방향으로 잘 뻗어있다면 그는 나이에 비해 젊다는 의미이다. o에 있는 작은 표시 3개는 부상당하는 운을 암시하는데, 만약 그 크기가 크면 앞으로 사고를 당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작다면 이미 그 고통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p에 있는 잔손금이 약간 기울어 있다면 최근에 아픈 적이 있음을 나타낸다. q에 보이는 손금은 해산하다 죽을 운명임을 암시하는데, 만약 이 표시가 중지나 검지에 있으며 돌연사할 운명이다. r과 같은 손금이 있다면 그 여자는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다. s에 잔손금이 몇 개 있으면, 그녀는 아들과 딸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인데, 그 포시가 t에 있으면 아들을, u에 있으면 딸을 가리킨다. x에 손금이 여러 개 있는 여성일 경우에는 첫 번째 선보다 더 뚜렷하면 남편이 부인보다 더 출세할 것이고, 그 반대라면 부인이 남편보다 더 출세할 것이다. v에 보이는 선은 매춘부를, z에 있는 선은 순결한 여성을 의미한다. A에 있는 표시는 그 사람이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암시한다.
앞서 벨로의 저작에서 복제했던 크고 아름다운 손(그림16)에 이런 흥미로운 기호들이 포함돼 있다. 거기에는 이단자가 되거나 우울증으로 사망할 운명, 그리고 감옥에서 죽거나 수치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운명을 암시하는 기호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영광과 권위, 불명예, 부 가난을 나타내는 기호들과, 결투에서 죽거나 전투에서 승리할 운명을 나타내는 기호, 정신병, 간음, 암살 등의 전조를 보이는 기호들도 있다/.
수상학은 과거에 대단히 유행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점술학 분야이다. 그것은 시골 오두막집뿐만 아니라 궁정과 상류 사회에서도 널리 유행했다. 학자, 내과의사, 외과의사는 물론 해부학자들도 거기에 흥미를 보였으나 카드점과 마찬가지로 주로 이를 이용한 사람들은 여성들이었다. 점성학은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다소 힘들고 어려운 계산을 요구하는 남성적인 학문이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좀처럼 뛰어들 수 없는 분야였다. 수상학은 수학적인 계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신, 관찰력과 기억력, 암기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투시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직관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들에게 유리한 분야였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아는 마녀들은 사바스로 가기 위해 고약을 나르는 일보다 훨씬 더 즐겁고 덜 위험한 수상학에 뛰어들었다.
또한 수상학은 집시나 보헤미안, 치간(헝가리 집시-옮긴이)를 비롯한 사회적 주변인들이 범인(凡人)들은 알지 못하는 앞날의 비밀을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자존심 있는 부자, 권세가, 그리고 사회 고관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손금을 보고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조만간 죽을 겁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겠네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됩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군주나 여왕까지도 궁궐의 비밀 장소로 집시들을 불러들였는데, 그 이유는 왕관을 쓴 자들이라고 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피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들은 일순간 권좌에서 내려와 작고 미천한 사람이 되어 집시들에게 굴욕을 감수하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손 여기 있네, 내가 조약에 서명해야 하는가? 이 전투를 시작해야 옳은가? 이 동맹을 체결해야 하나? 후계자는 낳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나는 운명의 손에 달린 한갓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구나!”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점쟁이의 윤리적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점쟁이는 신이 이따금 행하는 현실적 표명인 ‘세속의 흥망성쇠’를 어느 정도 구체화시켰다.
과거에는 마을의 큰길이나 공공장소에서 흔히 점쟁이와 마주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