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국민학교 3
소년체전에서 육상은 세부종목이 다섯 개로 나뉜다.
단거리, 장거리, 높이뛰기, 멀리뛰기, 던지기 종목으로 나뉘는데 남자부 여자부가 있다. 먼저 60명 어린이들을 테스트해서 종목별로 배치를 하였다.
경기 종목이 많은 단거리는 많이 배치하고 다른 종목에는 적게 배치를 하였다.
육상은 각 종목마다 지도 방법이 달라서 혼자서 가르치기는 힘들다.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은 함께 하지만 본 운동은 종목 별로 따로 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사정없이 바빠야 했다.
먼저 단거리부로 가서 단거리에 필요한 주법과 순발력, 민첩성 훈련을 시키고, 과제를 제시한 후 장거리부로 가서 인터벌 훈련을 시키고, 다음은 높이뛰기부로 가는 식으로 순환하며 지도를 하자니 숨이 헉헉댈 정도이다.
그래도 한 운동장 안에서 훈련이 이루어지니 내 눈 안에 모두가 들어올 수 있어서 효과적인 훈련이 가능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더할 수 없이 만족했고, 편안했다. 방과후에는 운동장에 나가 아이들과 같이 뛰고 소리지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학교생활은 순조롭지 못했다.
교장선생님 눈의 가시가 된 후, 모두들 나를 경원시했었다. 벽지 학교에 와서 근무점수를 잘 받아야 할 텐데, 이건표를 두둔했다간 교장선생님 눈 밖에 날 테니까 어쩔수 없었을 거다. 교무실에 들어가기가 싫을 정도로 불편했었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것은 육상부 아이들을 미워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이 육상부를 미워해요” “설마, 그럴 리가 있니 ?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돼”했지만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나는 속이 쓰렸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운동시간이 부족해서 8시부터 8시 50분까지 아침운동을 시작했다.
아침운동이 끝나면 얼른 교실로 들여보냈다. 9시에 1교시가 시작된다.
내 반 1교시 수업을 시작하는데 교실 문이 열리고, 5학년 육상부 아이가 얼굴을 들이민다. “선생님 우리 반 선생님이 9시 1분에 교실로 들어왔다고, 이건표선생님 반에 가서 공부하래요” 멍하니 쳐다보았다. 기가 막히지.
아이를 데리고 5학년 교실로 가서 노크를 했다.
“선생님 오늘 아침운동을 조금 늦게 끝내서 얘가 늦게 들어갔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절대 없을 겁니다” 끓어올랐지만 참아야지.
여러 곡절을 겪으면서도 육상부는 안착되어 나갔다.
5월이 되면서 날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낮은 길어지고, 운동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가난한 집안 형편이 대부분인 아이들이라 먹는 것도 시원치 않은데 땀흘리고 뛰어대니 선수들이 점점 지쳐갔다. 간식이라도 먹여가며 운동을 시켜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다. 학교에서 운동부 자체를 안 하길 바라니, 모든 게 내 몫이다. 그런데 그 당시 나도 가난했다. 동생들 학비와 집 생활비를 대야 했으니 항상 빈털터리였다. 그 때 생각해 낸 것이 개구리였다.
학교 울타리만 벗어나면 논가에 개구리가 지천이었다. 아이들이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이나 틈나는 대로 개구리를 잡았다. 어느 정도가 되면 뒷다리를 뽑아
철사에 꿰어 짚불에 굽는다. “집합” “한 줄로 서” “자 한 명씩 나와요” 시골 아이들이라 저희들끼리도 냇가에 나가 구워 먹던 터라 잘도 먹는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이지 매일 개구리만 쫓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 ‘그래 숙직을 하자’ 그 당시 하루 숙직을 하면 300원의 숙직비가 나왔다. 3번을 하면 900원. 그 걸 들고 천안으로 나간다.
정육점에 가서 돼지 잡뼈 한 마리 분을 사면 800원. 한 보따리다. 그런데 살이 많이 붙은 등뼈는 빠진다. 등뼈 하나만 해도 1300원. 감히 쳐다볼 수도 없다. 그것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학교 뒤편에 가마솥을 걸고 물을 하나 가득 붓고는 돼지뼈를 넣고 푹푹 삶으면 구수한 냄새가 울려퍼지고, 내 마음도 부풀어 오른다.
아침 운동을 끝내고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운 후 우동 대접으로 한 그릇씩을 퍼서 그 자리에서 마시게 했다. 잘들 먹었다. 나도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지.
그런데 사흘을 연속해서 끓여 먹이면, 뼈가 힘없이 부러질 정도가 되고, 고깃국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젠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 맛도 석회질 맛만 난다.
‘이젠 어떡하나 ? 숙직도 더 하질 못했고...’
동네 형에게 공기총을 빌렸다. 운동장에 선 나무 기둥에 기대놓고 운동을 가르치다가 참새가 날아와 앉으면 쏘아 떨어트리고, 그 한 마리 털을 뜯고, 솥 안에 던져넣고 또 끓였다. 가마솥에 참새 한 마리 넣고 끓여서 먹여 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냐 만은 그래도, 그래야 마음이 편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