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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약 10년전 모 카페에서 필명을 날리던 구름나그네 님의 글이 재미있어서 제가 보관하다가 헝그리백패커분들이 설악 서북릉을 간다기에 참고로 급히 올립니다)
특전사에서 독수리훈련 침투요원으로 악명(?)을 떨치다가 제대한 깡다구맨(44세. 이하 다구로 표현) 직장동료가 여름휴가때 설악산에 가서 입에서 거품이 날 때까지 고생을 한번 하자는 도전장이 날라왔어.
마다할 내가 아니지. 즉시 수락하고 네가 죽나 내가 사나 내기(?)를 한거여.
자슥이 감히 내게 도전을 혀? 죽을려면 호래이 아랫도리는 못만지냐. -^.^-
7월 24일(월)
9시에 북대전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애국차 티코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이 차가 바로 설악산으로 엽기적 산행을 떠나는 차라는 것은 아무도 모를거여. 마누라도 모르고, 아그들도 몰라!!!
워낙 길다는 서북릉을 타야 하는데 텐트나 비박장비가 없는 우리로서는 죽거나 까무러치거나 당일로 넘어야 하기 때문에 첫날은 워밍업 정도의 트레이닝만 필요했지.
강원도 땅에 들어서니 시간이 팍팍 남아돌더라구.
해는 길고 할 일은 없고..... 시간죽이기 작업에 들어갔어!!!
오색약수에서 쐿물을 한잔하고, 한계령에서 사진 한방 박고, 내설악 산행기점인 용대리로 가니 4시밖에 안되었어. 우이C !!! 드럽게 시간 안가네!
주차장에다 차를 집어 내버린 다음.....
시간도 남고 심도 남아돌아서 백담사까지 걸어가기로 합의를 봤어.
내일의 거사에 대비하여 준비운동까지 할려는 깊은 뜻이 숨었다고나 할까!!!
16시10분에 매표소에서 출발하여 도둑님 짐보따리 정도나 되는 배낭을 매고 헉헉거리며 이 깊은 산속에 은거하여 백담사의 명성을 드높인 전두환 전대통령을 원망하였지. 다리심이 없는 분들은 우리보고 못된 쉐이들이라고 욕하시것지만 입에서 거품나게 걸어가는데 먼지 폴폴 일으키는 버스가 지나가봐유. 얼매나 열 받는데!!! -_- ;;
전대통령이 여기 안왔으면 아직도 버스가 안다닐텐데, 하필 설악산에 오셔가지고 버스길이 뚫렸어!! A!!! 원망스러워.
자연을 너무 사랑하다보니 설악산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전직대통령을 원망하였네.
죄송합니다요, 각하!!!
1시간 25분쯤 걸려 백담사에 도착.
8년전에 왔을 때보다 엄청 커졌더라구요.
전대통령 계실 때만 해도 깊은 산속 옹달샘 정도였는데
이제는 유명세를 타서 그런지 삐까번쩍 하더라구요.
백담사 자체만해도 구경거리가 될 정도로 성장했어요. (본의아니게 백담사 PR까지 하는군!)
백담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10여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백담산장으로 갔시유.
18시 정도로 아직도 해가 한참 남아 있더라구.
밥해 먹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술마시구 하다보니 시간은 가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산장 관리인과 구렛나루 수염이 멋있게 난 설악산 안내인으로 자처하는 아자씨(우리가 보기에는 엄청 삭아보이는데 다구보고 성님이라고 하더라니께. 술얻어 마실려는 작전인지 모르지만)가 초치는 소리를 하더라구요!!!
흑선동계곡(대승골)에서 대승령을 통하여 대청봉까지 가는데 중간에 비박을 하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하니 코스를 변경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겁(?)을 주더라구!!!
천하의 다구가 벌벌 떨며 그들의 말에 동의하는 나약함을 보이자
대장으로 자처하는 나는 단호히 "우리 사전에 불가능은 안키워!!" 하고 매정하게 잘랐죠.
다구는 역시 강한 면이 있어 대장의 단호한 결정에 "믿십니다!!!" 하며 두말 나오지 않게 하였어. 과연 내가 사람을 잘 골랐구나.
우리는 23시가 넘어서야 청와대(?)를 바닥에다 밀착시켰습니다. @_@
7월 25일 화요일
청와대(?)가 편안해야 만사형통이라는 명언을 그 어떤 현인이 하였는지요?
바닥에 청와대를 밀착시키기는 하였으나 불편하여 도무지 잠이 오지를 않더라니까.
배낭을 베고 청와대를 안락하게 하고자 했으나 배낭에는 뭐가 그렇게도 삐쭉한 것이 많은지 연신 쿡쿡 찌르더라구. 잠좀 들만하면 경복궁께가 아프고 또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면 이번에는 인왕산쪽이 아픈거여.
내 짱구가 이상하게 생겨묵은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불편한거여, 도대체!!!
남들은 코까지 골아가며 잘도 자는데...... 어이그!!! 내 짱구야!!! 내 청와대야!!!!
수없이 쌍시옷 발음을 중얼거려가며 몸을 배배꼬다가 시계를 보니 4시쯤 되었어.
슬슬 일어나서 볼일보고 작전개시하면 4시반쯤 되겠고 그 시간쯤 되면 나보고 또라이라는 소리는 안하겠지. 마음같아서는 2시경부터 설치고 싶었으나 그러면 사람들이 나보고 정신병원 갈 사람이 잘못왔다고 할 것 같아 내딴에는 생각해서 한 짓이라구.
투덜거리는 다구를 깨워 4시40분에 작전개시했어.
어제 산장관리인과 털보씨에게 흑선동 들어가는 초입을 알아놓았는데 어두깜깜해서 생각처럼 초입을 금방 못찾겠더라구. 일단 신발을 벗고 백담사 계곡의 도랑물을 건너가서 손전등을 비춰가며 헤메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입구가 없는거야. 제기랄!!!
백담사계곡 갓길을 서너번 왔다갔다 하다보니 날이 새더라구. 젠장!!!
역시 광명천지가 좋아.
날이 밝으니까 뭐가 조금씩 보이는거야.
5시25분 드디어 흑선동 입구 발견.
45분을 헤메다 드디어 발견한거야. 이 감격!!! 흑흑흑.
백담사 0.6km, 대승령 4.6km 라는 이정표가 서있는데 쬐그만해서 잘 보이지도 않고 앞에서는 더욱 잘보이지 않도록 옆으로 삐딱하게 돌려 놓은거야.
잔머리 굴려서 일부러 그랬냐? 자연보호 할려구?
이동네는 그동안 자연휴식년제에 걸려 있다가 금년에야 해제되었다는구만.
그래서인지 길도 희미하고 아리까리하여 정신 놓았다가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것처럼 무릉도원같은 전설의 나라로 갈지도 모르겠더라구!!! ^_^
자연상태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고 이름모를 산야초가 많더라구.
혹시나 음양곽이라고 불리우는 삼지구엽초라도 있나 싶어서 눈을 씻고 찾아도 그 방면에 어두운 내 눈에는 띄지를 않더라구.
그거 다려 먹으면 나이 환갑 넘어도 거시기에 힘이 팍 들어간다던데!!! 믿거나 말거나!!! ^^
산삼까지는 아니더라도 삼지구엽초라도 얻으면 설악산이 대한민국에서 젤 좋은 산이라고 선전할텐데...... 아깝다, 쯧쯧!!!
6시35분. 백담사 3.2km, 대승령 2km 라고 적혀있는 이정표가 나왔는데 지형을 살펴보니 더 이상 올라가면 도랑이고 물이고 아무 것도 없게 생겼어.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밥해먹고 야영했던 흔적들이 있는 걸로 보아 여기가 행복끝, 고생시작점인 것 같아.
밥을 해먹고 휴식을 취하고 물도 1.5리터 페트병에 꽉꽉 눌러 담았지. 준비끝!!!
8시10분 드디어 고지를 향하여 출발!!
이제부터는 메인게임이야. 장난이 아니야!!! *_*
하늘나라로 올라갈려는지 가파른 오르막길만 있을 뿐 조금의 내리막길도 없어.
한 30분쯤 올라가니까 벌써 악!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거야.
아, 이래서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힘들구나!!! 악소리가 저절로 나니까.... 맞니?
뒤에서 뭐가 자꾸 잡아당기는거 같고 위에서는 찍어 누르는 것 같애. 언놈이야?
나는 다 죽어가는데 다구는 얄밉게도 씽씽 나르는거야. 아니 저 인간이!!!
의리라고는 파리 뭐 만큼도 없어가지고설랑.
9시15분 해발 1240m 대승령 도착.
나 내 몸속에 들어있던 액기스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아.
일단 퍼지고 보자!!! 물마시고 보자!!!
한 20분쯤 퍼질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여기가 교통의 요지(?)여.
백담사 4.9km, 남교리 9km, 장수대 2.7km 대청봉 14.5km라네.
9시45분에 대승령을 출발하여 10분쯤 가니 1289m 봉이 나오고 그곳에서부터 서북릉의 참모습이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거야.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1408봉이라는 것이 바로 지척에 있는 것 같은데 가도가도 나오지를 않는거야. 능선이 험악하게 생겨먹어서 바위를 붙잡고 끌어안고 줄을 타고 타잔행세를 해가며 아무리 오르내려도 진척이 없어. 씨바. ^^
길을 잘못들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1408봉이 안나오는거야. 억수로 투덜거려가며 괜히 왔다고 후회도 해가며 헉헉대고 가니까 드디어 1408봉이 나왔어.
나 참 드러바서!!!!
11시45분 1408봉 도착.
2시간이나 왔는데도 대승령에서 2.9km밖에 못왔네그랴! 별로 쉬지도 않았는데.....
싸가지 없다는 귀싸가지인지 귀싸대기 청봉인지는 3.6km나 남았대. 아이구!!! 죽었다.
20분쯤 쉬었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했는데 너무너무 힘드는거야.
날잡아잡수 하고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안가면 어쩔껴?
나는 곧 돌아가시게 생겼는데도 얄미운 다구는 바람처럼 쌩쌩 앞서가는거야.
미치겠더라구!!! 나도 보통실력이 아닌데 그 인간은 어째 그렇게도 잘 나른다냐?
역시 대한민국 최정예 특전사령부가 대단하기는 하구나!!!!
저 나이 먹어서도 저런 체력과 깡다구가 있다니!!!
북한군들아! 우리 특전사 출신 디기 무섭데이!!! - ^_^ -
나도 대단한 인간이데이!!!
속으로는 신음하고 있었지만 대장으로서의 의연함을 잃지 않을려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려고 다구에게 계속 돌격 앞으로만 외쳤어.
다구가 안보일때는 오뉴월 더위먹은 개처럼 혓바닥을 한발이나 내밀고..... 학학학!!!
덥기는 와그렇게도 덥노 말이다. 햇빛은 와 그리도 찐하노!!!
귀때기청봉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더라.
험하기도 하려니와 웬놈의 봉우리가 그렇게도 높은게 많다냐?
또 대한민국의 못된 돌들을 죄다 끌어모았는지 못생긴 것들이 왜 그렇게도 많이 박혀있노 말이다. 그걸 유식한 사람들이 너덜지대라고 한다는데 맞는 말인가?
말그대로 바위가 너덜너덜 깔려있더라. 좀 더 쉽게 말해서 바위사막지대라고 할까?
안그래도 덥고 갈증나는데 바위사막을 통과할려니까 미치겠더라구.
조금만 삐끗해서 발을 헛디디면 최소한 중상이거든. 괜히 왔다!!!
15시. 드디어 그 싸가지 없는 귀싸대기에 도착하다.
싸가지는 없어도 경치 하나는 죽이더라.
18을 한 백번쯤 읊으며 올라왔는데 경치가 너무 좋아서 쪼매 마음이 풀렸다. ^.^
행우는 몬됐지만 얼굴이 이쁘니까 용서해 주기로 한다?
얘는 키가 1580m라고 하더라. 대승령에서 6.5km 밖에 못왔다.
숨이 끊어져라하고 헐떡대고 농땡이도 안피고 5시간 이상이나 왔는데 겨우 6.5km란다.
뭐??!! 쪽 팔리다구? 서북릉 안타보고 그런 소리 하는거 아녀!! 장난이 아니랑게!!!
나 여기와서 좋던 인간성까지 버리고 18과 쌍시옷을 수백번 읊었어.
여기서는 공자님도 맹자님도 오토메틱으로 나온다니까!!!!
귀청봉에서 고약시런 너덜지대를 1시간쯤 내려가니까 한계령 갈림길이 나왔어.
그쪽의 너덜지대는 정말 사막이야.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거나 날씨가 흐린 날이나 밤에는 아주 도사급을 제외하고는 미아가 되기 십상이야. 등에다 땀을 한바가지 적셔야 겨우 길을 제대로 찾을 정도로 난코스여. 초보자들은 아주 조심해야 한당게유!!! 수첩에 적어유.
날씨가 너무 덥고 땀을 너무 흘려서 물도 엄청 마셨어.
갈림길에 오니까 샘터가 200m 아래에 있다고 하데.
귀때기 올라오기 전까지는 자기가 물을 떠온다고 큰소리치던 다구는 안면몰수하고 다리가 살짝 접질러져 아프다는거여. 나도 죽을 지경이지만 대장된 게 무신 죄라구 할수없이 내가 다구를 먹여 살리기 위하여 샘터에 가기로 한겨.
아니, 그란디 무신 200m가 이렇게 싸가지 없이 머냐?
하기는 급경사 200m이니 장난수준은 아니다. 60층이 넘는 건물을 오르내렸다고 하면 쪼매 힘들다는 걸 이해할라나? 아이구!! 죽겄다. 18×18이다. ^^ (이해들 하시우!! 지성인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계령 갈림길에서 대청봉까지 6km, 한계령 2.5km, 도둑바위골 4km가 남았다네요.
물을 원없이 마시고 컵라면 하나씩을 먹고 재충전 한 뒤 17시20분에 출발.
여기서부터는 고속도로라고 할수 있어.
한계령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대청봉으로 가는 길이고 백두대간 종주구간이어서 길도 좋고 그다지 험한 구간도 없더라구. 한계령에서 올라와 귀청봉쪽으로 가보지 않고 서북릉을 타본 사람들이 서북릉 알기를 흑싸리 껍데기로 아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소리 마시우.
서북릉의 진수는 귀청봉에서 대승령 사이에서 맛보니까 한계령 갈림길에서 올라온 양반들 서북릉을 과소평가하지 마시길.... (남교리쪽이나 장수대쪽을 어떤지 모르지만)
설악산에서 가장 긴 능선이라고 할 수 있는 서북릉이지만 도중에 대피소가 한군데도 없을뿐더러 여름 휴가철인데도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그 이유를 알만혀.
워낙 외지고 힘들고 험악한 곳이라 아주 전문등산꾼이 아니면 그다지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적다는거지. 정말 힘들기는 하더라구. 누가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괜히 힘들여 추천했다가 욕 얻어먹기 딱이겠더라.
고생하기로 작정한 사람은 더 이상 물을 필요없이 얼른 보따리싸서 떠나 보더라구.
갈림길에서 2시간 반쯤 가니 끝청봉이 나오더라.
19시50분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이여. 중청봉까지 1.2km 남았다네.,
10분 정도 쉬었다가 20시에 출발했는데 날씨가 어두워져 손전등을 꺼내 들었어.
나는 거의 그로기 상태인데 다구는 산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가더라구.
아, 저게 사람이냐? 무슨 인간이 저렇게도 빡시냐?
대한민국 특전사가 저렇게도 세다니..... @_@ 예전엔 미처 몰랐네.
나도 산에서는 토끼띠인데 저 인간은 노루띠는 되것네. 워메!!! 기죽어!!!!
20시40분 드디어 우리들의 안락한 보금자리 중청산장에 도착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이렇게도 기쁠수가!!!! 감격스러워라!!!
완존히 망가지기 일보직전에 기사회생하는 것처럼 힘이 팍팍 솟는다.
목적지에 다오고 나서 심이 솟으면 뭐하노?
후딱 저녁 해먹고 10시쯤 잠자리에 들었어.
오늘 헤맨 거는 내가 다구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어젯밤 잠을 못자서 그런겨!!!
오늘은 청와대의 위치에 신경을 써서 모포로 조심스럽게 받쳤어.
어제처럼 배낭따위에 찔리지 않을려고 오늘은 정중히 모셨지.
정말 잠이 잘 오더라구!!! 나 내일은 힘좀 쓸 것 같애. 느낌이 좋아!!!! ^.^
7월 26일 수요일
4시40분 기상.
역시 사람은 잠을 잘 자야 돼.
컨디션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더라구.
다구를 깨워서 대청봉으로 산책을 가자고 했어.
놈(? 다구가 이글을 보면 나 최소한 전치 4주는 될낀데.....)은 역시 강적이야.
어제 강행군을 하여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할 줄 알았는데 끄떡없는거 있지.
무신 인간이 저렇게 단단하냐? 샘나지만 정말 존경스럽다. *_*
중청봉에서 대청봉까지는 12분 걸렸어.
그런데 이건 나하고 다구하고 서로 빡신 척 할려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몸부림을 치면서 간 속도라 흉내내면 웬만한 사람은 엔진터질걸!!!
나도 엔진이 막 터질려고 하는 순간에 다구와 거의 동시에 발을 디뎠거든.
아무튼 둘 다 미련곰탱이같은 인간들이여!!!
나이값도 못하는 8불출이랑게!!!
우리가 무신 청춘이라구!!! 다구는 자기가 아직도 특전사 군인으로 착각하는 거 같애.
얼매나 깡다구가 센지 아무도 그 인간한테는 못이겨!!!
죽기 전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독종 중의 독종이야!!!!
그런 인간하고 같이 놀려는 나도 보통내기는 아니지???
진짜 싸움하면 내가 작살나게 터지겠지만 이런 깡다구 싸움은 나도 만만치 않을걸?
이야기가 왜 갓길로 샜냐?
대청봉에 올랐는데 구름이 꽉 끼어 해뜨는 거 못봤어.
마음을 곱게 못쓰고 욕심을 부려서 그런가?
비선대 8km, 백담사 12.9km, 오색 5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더라구.
중청산장으로 내려와서 보따리 챙겨가지구 6시에 공룡능선을 향하여 출발.
20분쯤 내려가니 소청봉이 나왔어.
백담사까지 11.7km, 비선대 6.8km, 희운각 1.3km, 소청산장 0.4km라는 이정표 있어.
희운각쪽으로 내려오는데 아주 심한 급경사로 거의가 계단으로 구조물을 만들었어.
내려가는데도 이렇게 힘드는데 올라오는 사람은 초죽음이 될 것 같애.
아마 모르기는 해도 이 구간에서 대청봉까지 오는 힘의 절반 이상은 뺄걸.
정말 디기 힘들겠더라!!!!
특히 깡다구나 곤조통이 있는 인간들은 조심해야 할걸요.
쉬지도 않고 사정없이 오르다가는 정말 엔진이나 마후라가 터질지도 몰라.
산한테 이겨 먹을려고 하지마, 제발 !!!! 부탁이야!!!! 성질 좀 죽여!!!
7시에 희운각 산장에 도착하여 밥해먹고 일봤다.
양폭산장 2km, 비선대 5.5km, 설악동 8.5km란다.
어제 그 공포의 서북릉을 다녀와서 오늘은 좀 느긋한 마음이었어.
나는 5년전에 공룡릉을 단독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서북릉에 비하면 공룡릉은 순한 양이더라구. 그리고 길도 좋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 할매들도 다니시더라구.
희운각에서 늦장을 피우다보니 9시가 넘었어.
후다닥 보따리 챙겨서 공룡으로 날랐지.
꽤 힘든 급경사 바위봉을 헉헉대며 올라갔는데 그곳이 신선대라는구만.
딴거는 몰라도 경치가 죽여주더라구.
공룡릉이 한눈에 들어오듯이 보이고 좌측에 용의 이빨처럼 날카롭다는 용아성릉이 섬뜩하게 버티고 있었지. 우측 멀리에는 크고 잘생긴 울산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어.
폼잡고 사진 몇 방 박고 물도 마시며 쉰 다음 돌격 앞으로!!!
교만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음을 배우는 계기가 생겼네.
어제의 그 험한 서북릉을 다녀온 자만심에 빠져서 공룡릉 알기를 동네 뒷동산 알 듯 우습게 여기다 낭패를 당한 창피사건이 발생하였어.
신선대부터는 별로 힘든 거 없더라구.
그래서 봉이 김선달 유람다니듯 하나도 긴장을 안하고 나사도 좀 풀어져 별로 신경을 안쓰고 무조건 길만 따라 갔겠다. 경치구경도 하고 히히덕 거려가면서....
그야말로 산신령이 볼 때는 싸가지 없이 거들먹거리면서 갔던 거 같아.
신선대에서 약 두시간 정도를 거의 쉬지않고 갔는데도 1275m봉이 안나오는거야.
지도상에는 조금만 가면 나오는데 그렇게 빨리 갔는데도 안나오니 답답하지.
반대편에서 60대 노부부가 오는데 어디서 오시느냐고 물으니 희운각에서 온다는거야.
아니! 이럴수가!!!!! 그럼 우리는 뭐냐?
희운각에서 언제 출발했느냐고 물으니 1시간도 안되었데요,글쎄!!!
정말 돌겠네!!!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아, 이런 비극이.... 이런 수모가...... 흑흑흑!!!!!
그러니까 우리는 아주 일찌감치 1275봉을 지나 다시 돌아서 희운각쪽으로 되돌아 갔는데 너무 빨라서 신선대와 아주 가까운 곳까지 다시 되돌아 갔던거랑게.
워메!!!! 뚜껑 열린다!!! 이 일을 워쩐다냐?
그 심좋고 깡다구 좋은 다구도 이 순간만은 소금먹은 배추처럼 축 처졌다.
다릿심 좋은 나도 스르르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설악산 신령님!!! 너무 하십니다요!!!
우리는 억울하지만 재기하기로 하였다. 싸나이들이 그까짓 것을 가지고 좌절하다니.....
비록 한풀 꺾이기는 하였지만 고생과 우리는 친구사이니 그렇게 비관할 것은 없어.
1시간쯤 열심히 걸었더니 마등령이 2.1km 남았다는 급경사 고갯길이 나왔어.
공룡릉이 비록 서북릉보다 순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악명(?)을 제법 떨치는 험한 능선이라 그리 만만하지는 않더라구. 상당히 오르내림이 심한 고개를 여러개 넘으며 몸속에 있는 진기가 거의 빠져나갈 무렵인 14시10분에 오세암 갈림길에 도착.
공짜로 헤멘 시간까지 포함하여 5시간 정도가 걸렸어.
헛수고만 안했으면 4시간 정도 걸리겠더라구.
이제는 오로지 하산하는 길만이 남았어.
오세암까지 1.3km인데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길이 별로 안좋아 내려오는데도 한시간이나 걸리더라구.
오세암이라는 이름이 붙어 조그만 암자려니 생각했더니 상당히 큰 사찰이더라구. 이렇게도 깊은 산속에 이런 큰 절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야.
오세암에서 2.5km 떨어진 갈림길까지는 50분 정도 걸렸는데 순전히 내리막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르내리는 길이어서 생각보다 꽤 힘들더라구. 이미 지치고 다리도 풀어져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는 쉽지가 않았어.
17시30분경 백담산장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계곡에서 저녁밥을 해먹었어.
천천히 밥을 해먹으며 일부러 시간을 늦추기 위하여 잔머리를 굴린거지.
왜 그런가하면 20시가 넘으면 주차장 관리원들이 모두 퇴근해 버리기 때문에 주차비를 안내도 된다는거야. 사흘동안 주차를 시켰으니 걸리면 거액의 주차료를 물어야 하는데 우리의 다구가 어떤 인간인데 그걸 물어? 말도 안되는 소리여!!!
그렇다고 다구의 인간성을 논하지는 마시오.
다구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모범공무원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명물이여.
저녁 해먹고 노닥거리다 19시10분에 출발.
저녁 7시면 운행이 중지되는 백담사 셔틀버스는 이미 없고(그러기를 바랬으니까) 우리는 아무도 없는 백담사길 7km를 걸어서 내려왔지. 산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모두 백담사길을 걸은 인간들은 그렇게 흔치 않을걸요.
아무튼 우리는 1박2일동안 다리를 엄청 혹사시키며 무사히 안전산행 완수하였어.
주차장에는 20시50분 도착.
주차장 관리원은 또라이가 아니므로 당연히 퇴근하고....
우리는 주차비 아껴서 돈벌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
21시에 용대리에서 출발하여 우리의 둥지가 있는 대전에는 새로 1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상으로 우리의 또라이 산행기를 마칩니다.
46세와 44세의 결코 젊지 않은 나이에 무리한 점이 없지 않으나 나는 평소에 체력단련을 매일 1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하고 있으며 1주일에 한번이상 서너시간짜리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다구 역시 체력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으로 집에서 직장까지의 5km(왕복10km)를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고 모든 운동에 능통한 스포츠맨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무리를 하고도 별다른 후유증없이 직장에 출근하여 설악산 다녀온 내색도 하지 않을 정도로 강건합니다. 체력은 국력!!!
평소의 체력연마는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며 국민 개개인이 건강하다면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산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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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몇년전 오색~서북릉~장수대 당일산행 했는데, 사진이 취미인 동행한 일행이 귀떼기청봉 지나면서부터 사진찍기를 포기하더군요. 기가 막힌 경치를 눈앞에 두고서 기가 막힌 일이죠.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멋진 사진 담아오겠습니다.ㅋㅋ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46세와 44세의 형님들이 대단들하시네요...^^
구름나그네 님의 백두대간 종주기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신 분도 많으시고 종주기를 남기신 분도 많은신데, 그 분들 중에서 제일 재밌게 읽었습니다.
설악산 지도 펴놓고 읽었습니다.
마지막 설악산 산행을 한계령~서북능선~대청봉~천불동계곡~설악동 코스를 당일로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왼쪽 무릎이 좋지않아 3시간 한도란걸 알고 있었지만
멀쩡한 오른쪽 무릎이 10시간 걸으면 아프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네요
장쾌한 조망의 즐거움은 설악 서북릉이 한국 최고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