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캠페인
신뢰관계
아기가 있는 맞벌이 부부에겐 베이비시터가 꼭 필요하다. 아기로 인해 새롭게 맺어진 관계이다. 이들이 잘 지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맡기는 부모의 입장에선 베이비시터에 대한 무한 신뢰를 전하며 잘 돌보아 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별탈없이 아프지 않고 있다면, 부모들은 내심 부모인 자신이 해주는 것보다도 능숙한 솜씨로 아이를 돌보아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는 부모들이 자신의 집에 베이비시터를 두면서 보육시설에 의무화가 된 CCTV를 집에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베이비시터와 부모사이에 갈등이 생겼다고 하는데, 무엇에 대한 갈등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믿고 맡겼을 땐 없던 갈등이 CCTV로 인해 생긴 것이다. CCTV가 하는 역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아이의 보호의무자로서 잘 보호를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책임감을 갖고 잘 하려고 하는데 감시를 한다고 하니 어딘가 불편해진 베이비시터의 갈등이라고 보여 진다. CCTV를 설치하는 부모의 마음이 잘 전달이 되지 않고 CCTV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는 베이비시터의 생활에 대한 입장에 대해 크게 고려되지 않아서 인지, 부모는 CCTV가 설치된 조건에서 아이를 돌보아 줄 사람을 찾고 베이비시터는 그런 조건이 라면 그만두거나 아예 아이를 보겠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갈등이 해소가 될 수 있을까?
일단 믿고 맡겼을 때랑 달라진 것을 찾아보니, 단 하나, 아이의 모습을 부모가 볼 수 있다는 것이 있었다. 부모가 아이의 돌봄 상황을 보겠다고 하는 것이 정말로 일방적인 입장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가 아이의 상황을 보겠다는 것이 베이비시터의 생활을 감시하겠다는 것으로 보여 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CCTV를 설치하면 일단 믿지 못하면서 맡기는 것으로 보여져, 믿고 맡기는데 CCTV를 설치도 했다 하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하는 것 같다.
아이를 앞세우는 부모와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는 베이비시터와의 이견은 좁혀질 것으로 보여 지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돌봄 노동도 하나의 기술로 본다면 아이를 잘 돌보는 기술이 충분히 대접받고 인정받으면서 보여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를 돌보는 이가 아이에 대해 관심을 갖기 보다는 돌봄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듯 보여 지는 것이 염려된다. 자신을 고용하는 고용인에게 신뢰를 얻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자 애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고심하고 고려해야 하는 것이 돌보게 될 아이와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아이와 신뢰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면 그 일은 CCTV로도 제제할 수 없다고 본다. 부모로부터 아이에 대해 파악한 정보를 얻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기술을 접목해 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텐데, 무턱대로 아이만 맡아달라는 부모와 다짜고짜 알아서 하겠다는 베이비시터와의 관계 맺기는 제대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베이비시터를 서운하게 하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아주지 않을까봐 절절매는 부모가 제시한 해결책이 CCTV이고 CCTV 앞이면 누명 쓸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양육하길 거부하는 베이비시터는 정말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간섭? 부모와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같이 키우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이를 공유한다는 것은 같이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닌 걸까? CCTV는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데 참으로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그건 양쪽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불리한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하나의 꺼리인데, 그것이 고용관계를 구성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아이가 울 때, 아이가 잘 때, 아이가 놀 때, 아이가 밥 먹을 때, 아이의 기저귀를 갈 때 엄마는 어떻게 하고 베이비시터는 어떻게 하는지 정말 서로 공유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베이비시터가 꼭 아이엄마를 흉내 낼 필요도 없고, 엄마도 베이비시터를 따라할 필요도 없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기에 거기선 입장차이가 절대로 있을 수가 없다고 본다. 아이의 반응에 누가 더 민감한가의 정도의 차이이지 고용환경의 차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 아이를 키우는 초보엄마보다 잘 해주는 베이비시터를 만나면 얼마나 행운이겠는가! CCTV로 그 기술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더 큰 행복일까! 여러 아이를 돌보아 본 베이비시터는 CCTV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말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맡기는 부모는 믿음을 충분히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 대한 정보를 무한 제공을 하는 것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베이비시터는 말 그대로 엄마의 자리가 비었을 그때 엄마를 대신하시는 분이지 그 아이를 책임질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아닌 다른 이와 시간을 보내게 될 아이를 생각한다면 엄마라면 안 했을 가혹행위에 촉을 세워두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있을 때처럼 불안하지 않게 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세자매가 있었는데 큰 언니는 전업주부로 생활력이 대단했고 둘째 자신은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았지만 세상을 떠나야 했고 셋째는 미스로 살고 있었다. 세상을 떠나는 아이의 엄마가 자매들에게 유언을 했다. 자신의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이다. 그 엄마는 전업주부인 언니가 아닌 동생에게 아이를 맡겼다. 큰 언니는 그 유언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받아들이지 못했고 동생은 언니가 왜 자신에게 아이를 맡겼는지 의아해 하며 아이들을 맡아 기르게 되었는데, 세상을 떠나는 엄마의 바램은 바로 돌봄자가 최대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에 있었다. 자신은 큰 언니 같이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며 부족하고 덜렁대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동생에게 아기를 맡긴 것이라 했다.
신뢰를 얻기 위해 서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집에 식구처럼 한집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에게 익숙한 식모가 아이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봄이라는 기술을 가진 낯선 이들이 집으로 들어와서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CCTV가 대안인가 아닌가를 논의하기 보다는 아이들을 양육하고자 하는 자들에 대해 아이에게 신뢰를 얻을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에 대해 보호의무자들이 자유롭지 않다. 누가 키우는 것이 좋겠느냐 논의를 할 때는 꼭 혈육, 재산정도 등 양육환경을 따지기 보다는 아이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보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가래로 1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