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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신문 6월 14일자 2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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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6월 14일자 21면 |
지난 주 <언론과 교회>는 5월 29일 용산참사현장의 미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과 관련된 교계신문의 외면을 말했다. 예수께서 제정한 미사가 모욕당하고, 서울교구 빈민사목 담당사제와 함께 연로한 성직자가 땅바닥에 뒹군 것이 뉴스가 아니라면 무엇이 기사거리냐고 교계신문에 되물었지만 역시 6월 14일자 신문에도 그 사건은 지구상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는 그 사건과 관련하여 주교회의 소속 전국위원회의 한 주교가 대통령 면전에서 말한 것조차 듣지 못했다는 듯이 외면하고 있다. 이른바 실세가 아닌 주교의 말은 비록 교회의 기관지이지만 '삼킨다'는 말이다. 대단한 교계신문의 권한행세다.
대통령의 집무공간과 주거공간이 함께 있는 청와대는 일반사람으로서는 살아생전 접근하기 힘든 법이다. 사실 굳이 갈 이유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남의 사무실과 남의 집을 초대하지 않았는데 가야 할 까닭은 없다. 그럼에도 현직 대통령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이와의 만남은 늘 세인의 관심거리다. 지난 6월 4일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과 7대 종단 종교지도자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다른 종단의 관례는 알 수 없지만 천주교회는 이런 자리에 통상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위원장이 참석을 한다. 현재 이 소임을 맡고 있는 사람은 광주교구 보좌주교인 김희중 주교다. 두 교계신문은 모두 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평화신문>과 <가톨릭신문>은 각각 23면, 21면 ‘사람들’란을 이용하여 인물 동정보도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사람들’이란 자리는 어떤 이슈에 대한 보도가 아니라 인물과 관련하여 그 사람이 이리가더라, 저리가더라 라고 전하는 화보기사다. 이번 기사도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청와대가 제공한 사진과 보도 자료를 인용한 것이었다.
문제는 대통령과 이른바 ‘종교지도자’들이 만난 시점과 관련하여 이 자리는 일반국민들은 물론이지만 각 종단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단순히 정치와 종단 대표가 한가로이 만나 점심을 먹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러기에 참석한 인물들보다는 불참을 '선언'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의 배경이 뉴스가 된 것이다. 그러나 두 교계신문은 이 만남의 자리를 끼니나눔· 여유만만· 유유자적· 이심전심· 화기애애· 상부상조· 노변잡담· 하나마나의 자리로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한 말을 <평화신문>과 <가톨릭신문>은 특정인의 거명 없이 짧게 간담회 발언의 일부를 전했다. 여기서부터 퀴즈다. 이 기사의 목적은? ①교계신문이 대통령의 동정을 전하기 위해 보도한 것이다. ②김희중 주교의 참석을 전하기 위해 보도한 것이다. 딩동댕! 당연히 이 뉴스의 키워드는 7대 종단 중 천주교회를 대표하여 참석한 김희중 주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교회의 소속 전국위원회중 하나의 소임을 맡고 있지만 서울에 상주하는 것도 아닌 광주교구의 주교가 멀리 서울에 와서 그것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중차대한 시국에 만나 무슨 말을 한 것일까? 그것을 전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평화신문>이 제목으로 삼은 ‘이대통령, 7대 종단 지도자 오찬’은 아예 주어와 술어가 잘못된 것이다. 최소한 <가톨릭신문>처럼 ‘7대 종단 대표, 이명박 대통령과 간담회’는 되어야 그것을 종교 신문이라 일컬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일반신문과 방송들이 의미 없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천주교회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것이 바로 교계신문과 교회언론의 존재이유이다. 대통령의 동정에 대해서야 세상언론이 훨씬 잘 전하지 않는가?
이 자리에서 만약 오찬에 참석한 천주교 대표가 “각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세상은 덕분에 조용합니다.”라고 했다면 남우세스러운 그 말을 뭉개기 위해서라도 다른 종단대표들의 말을 전할 일이지만 분명히 천주교 대표 김희중 주교는 작심한 듯이 대통령에게 용산에서 5월 29일 아침에 벌어진 미사방해 및 성직자폭행 사건에 대하여 ‘한 마디’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그것을 전하지 않는가? 혹여 다른 이유로 전하지 못하기라도 하는가? 하기는 관련사건이 발행한 지 2주가 지나가도록 두 신문 모두 보도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주교가 그 문제에 대하여 말한 것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애초에 언론의 판단이 두려울 정도로 무거운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들이 살아야겠다고 건물 위로 올라갔으며, 그곳에서 공권력 작전의 대상이 되어 결국 소각되어 내려와 150여일이 다 되도록 냉동실에 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하여 천주교회의 몇몇 사제들이 매일 미사를 현장에서 드리고 있다. 그런 위로의 현장마저 부서지고 사제들이 발길질과 온갖 조롱을 당했다. 그것을 항의하고자 만들어진 자리는 아니었지만 한 주교가 '용감히' 대통령에게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청와대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교계신문은 아무 말도 없다. 때 아닌 서류상 천주교인이 늘어나 좋단다. 그래서 그대는 행복한가? 나는 세상에 미안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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