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成服) 상주는 이제 부모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상주 구실을 해야 하므로 좌단우단의 소복도 벗고 정식으로 상복을 갖추어 입는다. 상주를 포함한 산 자들이 망자와의 가족관계에 따라 상복을 입게 되는데 이를 ‘성복’이라 한다. 성복을 하고나서 처음 올리는 제사를 ‘성복제’라 하는데, 성복제가 끝나면 정식으로 문상을 받기 시작한다. 상복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참최(斬?), 재최(齋?), 대공(大功), 소공(小功), 시마(?麻)가 그것이다. 같은 복이라도 부모, 부부, 장자 등의 가족 관계에 따라 정복, 가복, 의복 등으로 구분된다. 이를테면 참최 3년을 입는 복이라도 아들이나 미혼의 딸이 아버지의 상을 당했을 때는 ‘정복’을 입지만,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상을 당했거나 양자가 아버지 상을 당했을 때 또는 아내가 남편 상을 당했을 경우 등에는 ‘의복’을 입는다. 오복 가운데에서도 참최가 가장 중요한 복으로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장 거친 삼베로 남루하게 지어 입는다. 참최 남자 상복의 경우 이른바 굴건제복을 하는데 머리에 거친 삼베로 주름을 지어 만든 건(巾)을 쓰고 삼끈을 달아 묶으며, 깃이 없고 소매가 넓은 웃옷을 입고 삼으로 만든 허리띠를 두르며 짚신을 신고 지팡이를 짚는다. 옷을 지을 때에도 바느질을 성글고 거칠게하여 실밥이 드러나게 할 뿐만 아니라 , 삼베 조각들을 앞뒤에 달아서 걸인들의 옷처럼 의도적으로 남루하게 한다. 부모를 죽게 한 죄인이 좋은 옷을 입을 수 없다는 죄의식이 상복을 통해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상주가 짚는 지팡이 역시 별도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경우에는 대나무 지팡이를, 어머니를 잃은 경우에는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는데, 이는 상주와 죽은 이의 관계를 쉽게 알리는 구실을 한다. 조문객들도 누구의 상인가를 분명하게 알아야 의례에 맞는 조문을 할 수 있다. 지팡이의 재료는 이러한 사정을 알려주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고 색깔이 짙으나 오동나무나 버드나무는 흰색이고 마디가 없기 때문에 얼른 보기에도 부친상인지 모친상인지 구별하기 쉽다. 아버지는 자식을 기르느라 속이 비어 버렸기 때문에 대나무를, 어머니는 자식들이 애를 태워 속이 찼기 때문에 오동나무를 지팡이로 쓴다고 한다. 대나무는 뿌리 부분인 죽본(竹本)이 밑으로 가도록 짚으며 오동나무나 버드나무는 위를 둥글게, 아래를 네모나게 깍아서 상원하방(上圓下方)의 모양을 이루도록 한다. 죽본은 땅을, 죽순은 하늘을 상징하듯이 오동나무 역시 상원은 하늘을, 하방은 땅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에 맞도록 지팡이를 짚어야 망자의 영혼이 이승인 땅의 세계에서 저승인 하늘의 세계로 온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상복을 갖추어 입게 되면 성복제를 올린다. 영좌 앞의 제상에는 포와 과일을 차려두고 맏상주가 분향하고 술잔을 올린 다음 두 번 절한다. 조문(弔問) 성복제가 끝나면 비로소 문상객을 받는다. 성복제를 지내기 전에는 친척은 물론 모든 조객들이 상주와 조문을 하지 못하고 집 밖에 서서 곡만 하였다. 조상은 슬퍼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인사이며 조문은 상제들의 슬픔을 위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상과 조문은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의 뜻과 상제들에 대한 위로 및 방조의 뜻을 담고 있다. 조상과 조문은 조객이 영구 앞에 이르러 애도의 뜻을 표하는 곡과 절, 상제들에게 하는 위로의 말, 상제들과 같이 밤을 새거나, 부조 보내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되었다. 상제들은 조객이 조상을 하러 오면 곡을 하였다. 곡은 슬픔을 당했을 때 친척이나 친우, 이웃 사람들을 만나면 설움이 저절로 복받치는데서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곡에는 끼니까지 거르고 가슴을 치며 우는 통곡, 설움이 북받쳐 우는 애곡, 그밖에도 조객을 맞을 때 우는 예곡이 있다. 이 때에는 슬픔을 나타내기 위해 남자들은 보통 <어이, 어이>하였으며 여자들은 <애고, 애고> 하였다. 조상하러 온 친척, 손님은 먼저 영구 앞에 나가 술을 붓고 곡을 하면서 절을 하였다. 이 때 상주도 엎드려서 곡을 하였는데 조객이 먼저 그치면 일어나서 맞절을 하였다. 영구 앞에서의 조객은 절은 대체로 남자는 두 번, 여자는 네 번이다. 죽은 사람이 조객보다 아랫사람인 경우 일반적으로 곡만 하고 절을 하지 않는다. 절이 끝나면 조객은 상주를 비롯한 상제들과 맞절을 한 다음 위로의 말을 하였는데 조객이 조문을 하면 상주가 대답한다. 조객과 상주가 주고받는 말은 상주의 부모상인가, 남편상 또는 아내상인가, 아랫사람 또는 친척의 상인가 등에 따라 일정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조객은 보통 <얼마나 망극하겠습니까?>, <이렇게 갑자기 상사를 당할 줄 몰랐습니다.>등 슬픔을 같이하는 뜻의 인사말을 하였다. 이 때 상주는 <망극할 뿐입니다.>, <오직 슬플 따름입니다.> 등의 간단한 말로 답례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