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한글 맞춤법 ‘제3장 소리에 관한 것’에 딸린 제5항을 살펴보겠습니다.

하나의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어깨, 기쁘다
‘한 단어 안에서’란 두 형태로 나누어지지 않는 경우, 즉 ‘단일한 형태 안에서’라는 뜻입니다. 위 조항에서 예로 나온 ‘소쩍새’는 ‘소쩍+새’로 나누어지는데, 이 조항이 적용되는 영역은 ‘소쩍’에 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쩍’은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단일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란 어째서 된소리가 나는지, 즉 된소리의 연원이 무엇인지 문법적으로 설명할 수 없거나 설명할 수 있더라도 보통의 화자들로서는 인식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원래부터 된소리였거나 그렇게 인식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빠’의 ‘ㅃ’은 애초부터 ‘ㅃ’이었기 때문에혹은 원래 ‘ㅂ’이었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글자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이지요. 즉 [오빠]로 소리 나는 것을 ‘
오바’로 적고는 [오빠]로 읽으라고 할 근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ㄴ, ㄹ, ㅁ, ㅇ’ 받침 뒤의 된소리도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담뿍, 몽땅
‘ㄴ, ㄹ, ㅁ, ㅇ’ 받침 뒤에서 된소리가 날 때도 같은 표기 원리가 적용됩니다. 생각이나 느낌이 갑자기 떠오를 때 보통 [문뜩] 떠오른다고 말하지요. 그렇다면 ‘문뜩’으로 적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덜할 때는 [문득]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문득’으로 적으면 됩니다. 단일한 형태 안에서, ‘ㄴ, ㄹ, ㅁ, ㅇ’ 등과 같은 유성음발음할 때, 목청이 떨려 울리는 소리. 국어의 모든 모음이 이에 속하며, 자음 가운데에는 ‘ㄴ’, ‘ㄹ’, ‘ㅁ’, ‘ㅇ’ 따위가 있다. 뒤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제약 없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이유로 유성음 뒤에서 된소리가 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제5항을 적용하여 그저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되는 것이지요. 두 말이 합쳐진 경우인 ‘산불’은 [산뿔]로 소리가 남에도 된소리로 적지 않습니다. 이때 ‘산불’은 ‘산’과 ‘불’로 나누어져 ‘단일한 형태 안에서’라는 전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달리 보면, 어떤 이유로 유성음 뒤에서 된소리가 나는 것인지 설명이 가능한 경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한글 맞춤법 총칙 제1항에서 제시된 기본 원리에 따라 원래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이지요.
‘ㄱ, ㅂ’ 받침 뒤의 된소리는
예사소리로 적는다
국수, 깍두기
그런데 [다만]과 같이 ‘ㄱ, ㅂ’ 같은 무성음 뒤에서 된소리가 날 때에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반복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않습니다. 한국어의 음운 현상 중에는 무성음 뒤에서는 예사소리가 반드시 된소리로 바뀐다는 법칙이 있습니다. 이런 법칙에 따라서 ‘딱지’의 ‘지’가 어째서 [찌]로 소리가 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된소리로 변하기 전의 원형을 밝혀 적도록 한 것입니다. 단, ‘똑똑’처럼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ㄱ, ㅂ’ 같은 무성음 뒤에 된소리가 나오는 경우라 할지라도 ‘
똑독’으로는 적지 않는다는 것도 함께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이런 말들은 말 그대로 같은 형태가 반복된 말이므로 같은 형태를 반복하여 적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