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강 - 리더십에서의 임기응변과 융통성
리더십에 있어서 임기응변과 융통성은 군대나 다른 민간 조직을 불문하고 중요시 하지않을수 없다. 그 이유는 모든 성취가 공식이나 메뉴얼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의 책임은 더욱 강조된다. 임기응변과 융통성에 의한 진행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리더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독단활용은 바로 임기응변과 융통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직속상관의 지휘지침을 일탈하지 않도록 하는 전제가 필요하다.
독단활용은 어느 조직이건 나라마다 다른 국민성의 영향을 받는다.
영어와 한문은 각각 다른 사고과정과 역사적인 변천과정에서 생성되었기 때문에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문장이나 단어에 있어서 때로는 뉘앙스가 전혀 다른 경우가 생긴다. 그러므로 번역을 한다는 것은 어학을 전공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힐 경우가 있다.
일류 어학자가 번역을 끝내고 만족의 웃음을 웃고 있을 때, 그것은 자기만이 아는 범위 내에서의 번역이지 때에 따라서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학문적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더욱이 우리의 문화와 군사사상은 영어와 한문권의 두 학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간적 위치에서 우리의 학문으로 정립하는데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모든 학문의 한국화 문제는 주체적 문화형성에 따른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임기응변과 융통성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군사사상에 있어서 필수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이며 인류 역사가 시작하였다고 보는 약 5천 년 전부터 투쟁의 격식이 생기면서 오늘날까지 그 단어가 뜻하는 군사상 필요성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군사 행동에 있어서 임기응변과 융통성은 필요 불가결의 요소임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임기응변과 융통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독단활용과 관련성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임기응변은 영어 단어로는 Adaptability 로 표시할 수 있으며 더 세밀한 문장으로 설명하려면 주위 환경에 대한 적응성, 즉 Adaptation to Circumstances 로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군에 있어서의 독단활용은 임기응변이라는 뜻 보다 융통성과 적응성이 혼합된 성격의 Flexibility 에 더 가깝다. 따라서 미국군의 융통성은 무궁무진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연성으로 구렁이처럼 슬슬 어려운 국면을 빠져나가는 의미에서 부터 시작하여 전투시 지휘관의 고립 상황에서 무서운 결단을 내리는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으며,우리가 지금까지 살펴 온 독단활용의 요구사항은 모두 융통성으로 이해되는 Flexibility 란 단어 하나에 포함시킬 수 있다.
서구인들은 독단활용이 주는 나쁜 이미지를 피하고 융통성이라는 부드러운 어휘를 사용하면서 독단활용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무궁무진한 술수를 구사하는 서구인과 중국인은 독단활용이라는 직선적 단어를 즐기지 않고 활용하지도 않는 반면, 비교적 단순한 민족성을 가진 일본인들에 의해 독단전행 또는 독단활용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은 원래부터 독단을 싫어하는 전형적인 국민성을 가진 민족이다. 더구나 유교사상은 독단의 기피 현상이 뚜렷하고 유교사상의 근본이 중용지도 (中庸之道) 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교의 성립 이전에도 넓은 대륙에서 별로 날카롭지 않는 성품으로 살아 나가다 보니 모진 일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우리들의 독단활용의 효과를 서양인들이 융통성에서 구하는 것과는 달리 응변 (應變)으로서 표현하는 임기응변으로 독단활용의 효과를 달성한다.
손자병법의 사상의 주류는 역시 임기응변에 바탕을 두고 있고 모든 전략 전술이 임기응변의 묘로서 형성되어 있으며 중국의 모든 병법은 권모술수 (權謀術數) 를 임기응변의 편법으로 택하고 있다.또한 임기응변의 깊은 뜻은 철학적으로 볼 때 중용사상 (中庸思想) 과 유사한 점이 많다.
오자병법 제5부는 제목이 '응변' 이다.오자는 여기서 응변에 대한 도를 10장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가령 제1장에서 적과 갑자기 조우하였을 때의 대비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릇 어떤 전법에 있어서나 낮에는 여러가지 깃발로 신호를 하고 밤에는 여러가지 북이나 징,피리 등으로 신호를 하게 마련이다.깃발을 왼쪽으로 흔들면 군사들은 왼쪽으로 진군하고 오른쪽으로 흔들면 오른쪽으로 진군해 나가야 한다.또 북을 치면 진격하고 징을 때리면 정지한다.피리를 한번 불면 집합하는 등,각자 명령에 따라서 질서정연하게 행동해야 한다.만일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엄벌에 처한다.이렇게 하여 전원이 지시에 잘 복종하여 명령대로 움직여 주기만 하면 적의 기습을 받아도 대열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고 싸우면 당해낼 강적이 없고 공격하면 무너지지 않는 적진이 없게 된다"
이 내용의 성격으로 보아 얼핏 임기응변이 아니고 전장에서 신호 규정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깊은 뜻은 어떤 경우든지 갑자기 적과 맞부딪혔을 때 지휘관으로서 당황하지 않고 사전에 준비해둔 대비책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의 한 예를 인용한 것이다.
다만 여기서 상기시키고 싶은 것은 요즈음 전투경험이 없는 지휘관 가운데 무조건 옛것은 낡고 새로운 현대전의 적응만을 의식한 나머지 뾰족한 현대의 신교리가 따로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나 매우 위험한 생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자의 '응변' 제1장의 제반 신호요령은 그대로 2천 4백여 년 후에 중공군이 한반도에서 6.25한국전쟁시 바로 우리 한국군과 유엔군에게 사용했다.
적막하기 이를데 없는 한밤중의 전장에서 느닷없이 북과 징소리,그리고 피리소리가 들려오면 형용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심으로 확산되어 전의가 위축되는 것이다.비록 중공군의 병력 수가 많지는 않아도 음산한 징소리 피리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올 때면 완전히 포위된 것으로 착각, 당황하게 된다.
우리 한국군과 미군은 중공군의 이 유치한 전법 때문에 치욕의 대패를 가져온 전사 기록이 있다.
과거 우리 육군에서 '초전필승 ( 初戰必勝)'이라는 구호를 정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총장이 마치 최신 교리로 언급하면서 자랑스러워 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이미 그 교리는 2천 5백년 전에 손자병법의 속전속결전법의 기본 개념인 동시에 동서양 공히 어느 시대 어느 군대건 간에 강조하지 않았던 경우는 없었다.
구 일본군은 초전의 필요성을 통수강령 제1장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있었으며 미군 또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교범 'OPERATIONS' 서두에서 초전필승을 핵심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따라서 옛것이라고 하여 낡은 전법이라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없는 무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오자병법 '응변' 제5장을 볼것 같으면 만일 계곡에서 적과 마주쳤는데 부근의 지형은 험하고 적의 병력은 많은데 아군 병력이 적을 때에 대처해야 할 방법을 설명하기를,
"겹겹이 쌓인 언덕, 나무가 우거진 골짜기, 깊은 산,넓은 늪지대에서 적과 마주쳤을 때는 재빨리 퇴각해야 한다. 결코 어물어물해서는 안된다. 만일 높은 산이나 깊은 골짜기에서 갑자기 적과 마주쳤을 때는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면서 적을 놀라게 하고 이와 때를 같이하여 활을 쏘아 죽이고 사로잡아야 한다.이때 적진이 질서있게 행동하는가 혹은 전열이 흩어져 있는가를 상세히 관찰하여 만일 그 대열이 흩어져 있으면 즉시 격파해야 한다. 만일 적이 질서있게 과감하게 분전한다면 다시 책략을 써서 적진을 교란시켜야 한다" 고 하면서 위기에 처했을 때의 대처하는 지휘관의 계략에 대한 한 예를 제시하고 있다.
옛날 계략대로 중공군은 우리 한국군에게 섬멸적 타격을 가했다.
1951년 5월 16일 강원도 현리에서 유재흥 소장이 지휘하는 제3군단에 대하여 중공군은 군단 병력을 포위, 치명적 타격을 가하여 제3군단의 불명예를 영원히 전사에 남기게 되었다. 이때 군단장은 지휘 조치를 포기한 채 철수간 군단의 작전지휘권을 에하 제3사단장에게 위임하고 몰래 탈출하였다.
이때 중공군은 오자가 지적한대로 "험준한 지세를 이용하여 상세히 관찰한 다음 만일 그 대열이 흩어져 있으면 즉시 격파하여야 한다" 고 말한 것처럼 그대로 중공군은 실천하여 대승을 이루었다.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고 적을 놀라게 하고 이와 때를 같이하여 적을 쏘아 죽이고 사로잡아야 한다" 라고 강조한 오자의 병법대로 그들은 우리 3군단에게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행동에 옮겼던 것이다.
지금까지 비교해 본 독단활용과 임기응변,그리고 융통성은 전혀 다른 단어이면서 각각 사용자에 따라서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변화무쌍한 전장에서 그때 그때 대응하는 공통적인 필수사항임을 알게 된다.
독단활용은 지휘관의 강력한 지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측면에서 융통성을 활용케 하고 임기응변을 통하여 목표달성을 기하고 있는 점에서 직선적인 지휘관의 특권을 강조한 반면, 융통성은 변화 많은 전장에서 지휘관이 그때 그때 대처하면서 어려운 국면을 스스로 타개할 수 있도록한 융통성을 지휘관의 기득권으로 부상시켜 효과를 원하는 방향으로 정립하였으며 임기응변은 상황에 대처하는 지휘관의 능력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단어가 다르고 각각 풍기는 뉘앙스는 다를지라도 군사활동상의 필요성의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독단활용과 임기응변 그리고 융통성은 모두 호기의 포착이 전제되었을 때만이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적을 같이 한다.
어느 경우이든 독단활용과 임기응변 그리고 융통성 삼자는 상호 유대관계에 있으며 독립적인 해석만으로는 소기의 목전을 달성할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따라서 독단활용에 대해서 강조하는 내면적 의미에는 항상 임기응변과 융통성이 같이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두면서 독단활용에 대한 강론을 마친다.
첫댓글 어느 경우이든 독단활용과 임기응변 그리고 융통성 삼자는 상호 유대관계에 있으며 독립적인 해석만으로는 소기의 목전을 달성할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따라서 독단활용에 대해서 강조하는 내면적 의미에는 항상 임기응변과 융통성이 같이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선배님의 강의를 경청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오히려 최단 박사께서 정독해 논평하므로 더 열심히 학문에 열중하게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