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조심스럽게 글을 남겼는데,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 석규님의 생신을 맞아 나름대로 기념을 위해 어떤 작품을 다시 볼까하다가 조금 특별히 <힐링캠프>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참 좋더군요. 마침 <낭만닥터 김사부>와 맞닿는 지점도 있는 것 같아서 나름의 후기를 몇자 적어보려합니다.
<힐링캠프> 석규님편은 팬분들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분들에게도 좋은 의미에서 충격이었던 방송이었죠. 석규님의 <힐링캠프>가 요즘 같은 시국에 방송되었더라면 참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팬으로서는 석규님의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방송이었고요.
제작발표회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종종 느꼈지만, <힐링캠프>를 보며 석규님은 '본질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석규님의 말씀 중 몇가지의 키워드가 있었지요. '행복', '자연', '업', '쇠와 녹' 등. MC분들을 초반부터 당황시켰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은 다음 날 시청자들에게도 큰 호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곱씹다 보면, 결국 인생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고, 살면서 하는 많은 일들도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겠지요. 때문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은 단지 과거의 추억을 되새겨보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내 모습이 원하는 그 행복을 향해서 내 인생은 현재 잘 가고 있는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질문도 포함하는 셈입니다. 석규님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질문을 종종 하신다고 하셨는데, 결국 행복한 순간에 관한 질문은 그사람이 가진 가장 본연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노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연'이라는 키워드도 그렇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하는 질문에 '자연'이라고 대답하시던 석규님 모습을 보며 조금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이라고 대답하실 때 석규님의 말투가 확신에 찬, 꽤 단정적인 어조였기 때문입니다. 평소 석규님의 말투나 화법은 '이렇게도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라는 뉘앙스를 풍기시죠. 몸에 밴 배려때문이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 어떤 문제나 사안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는 걸 즐기시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하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대목에서는 평소보다는 꽤 확신에 찬 말투셨습니다. 아마 '인류의 끝은 무엇인가'를 고민하시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인류의 시작은 무엇인가'까지도 석규님은 평소에 많이 고민해오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고 흔하게 말하는 생명의 근원은 자연이라는 그 명제를 꽤 깊이 있게 고민하시고, 또 몸소 체험해오셨던 건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었고, 또 배우고 싶었던 태도는 '직업'에 대한 석규님의 태도였습니다. 석규님은 연기란 무엇일까, 배우란 무엇일까를 한없이 고민하다보면 굉장히 덧없고 하찮아진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겠다'라는 긍정적인 결론을 낸다고 하셨지요. 그 덧없고 하찮아지는 순간을 견뎌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굉장히 감동받았고, 또 너무나 닮고 싶은 모습이지만 저로서는 아직 너무나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미생'이라는 말처럼, 일을 하다보면, 영광스럽고 희열에 찬 순간보다 남루한 일상들과 지질한 순간들이 더 많을테니까요. 그럴 때, 그 남루함과 지질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일의 본질을 찾아야겠지요. 거기서도 석규님은 답을 주셨지요. 인기와 흥행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고, 연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스스로 예술적 체험을 하기 위해서라고요. 저는 이것을 밖에서 주어진 성과가 아니라 안으로부터 나오는 열기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그 열기가 곧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이유가 될테니까요.
이런 점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석규님이 당연히 하실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0회의 명대사인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못나게 살지는 맙시다. 사람이 무엇때문에 사는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는 일상 혹은 삶의 수단에 매몰되어 잊어버린 삶의 본질을 일깨우는 대사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제의식 자체인 김사부는 그 본질을 아는 사람이지요. 그에게 의사라는 직업을 설명하는 단 한 줄은 '살린다'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를 살리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설명도 필요치 않습니다. 석규님의 생각과 많은 부분 공유되는 지점입니다. 사실 드라마 속에서 김사부의 서사는 그리 촘촘한 편이 아닙니다. 많은 부분이 베일에 쌓여있고, 여백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사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파급력을 지니는 건, 석규님이 가진 아우라가 김사부에게 전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김사부라는 캐릭터는 한석규라는 배우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아우라,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힐링캠프>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석규님은 늘 혼란스럽고, 마음이 들끓는다고 하셨지만 세 명의 MC분들은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죠. 석규님의 미소가 너무 온화하다면서요. 그 미소는 아마도 늘 어떤 것의 본질을 고민하는 태도가 가져다 준 단단한 중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늘 마음이 소용돌이치지만, 한석규라는 사람의 뿌리와 기둥은 튼튼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간 살아온 삶의 궤적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석규님이 가진 생각들이 녹아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보는 것은 참 벅찬 일입니다. 게다가 시청률도 높고, 시청자 반응도 좋아서 더욱 기분이 좋네요. 초반에는 시청률 검색할 때 걱정반 기대반이었는데 요즘은 얼마나 나왔을까 설레곤 합니다. 이제 절반이 남았네요.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면서 끝까지 잘 마무리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10회에서는 김사부의 서사가 더 많이, 더 디테일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시청률도 더욱 올랐으면 좋겠네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왕~~^^ 글 잘쓰시는 바람님~
울석규님 알면 알수록 멋진 분이시죠 .
긴글이란 생각못하며 읽게되네요
함께 공감하니 참 좋아요♡
자주 후기 남겨주세요 ^^
감사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더 자주 들르겠습니다~
바랑님~ 오늘 글을 읽고 바람님이 그전에 쓴글도 찾아 읽어보았어요.
전 중학교때부터 석규님의 24년팬이랍니다.
석규님은 겉으로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지만 내면의 묵직함과 아름다움이 있으신분이지요.
이렇게 좋은 팬이 우리석규오빠님에게 생겨 너무 기쁘고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같이 오래도록 배우님 응원해요^^
24년이라니, 정말 대단하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라기님처럼 오래도록 석규님의 팬이 되고 싶습니다 :)
우와.. 글 잘쓰시네요! 바람님 글을 보니 규님에 대해 한층 더 와닿네요^^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함께하고 싶은 분이세요. 현장서 보면.. 오직 물질만 쫓고 인기에 취해 자기자신만 보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저도 영화업에 종사를 해서 일반인들보다 더 가까이에서 그들의 민낯을 보긴 했지만 그런 환경에서 꿋꿋이 내 신념을 가지고 한결같고 그안에서도 자기발전을 하는 규님을 보면 그의 연기를 볼때마다 어느 캐릭터라도 살아있게 하는 힘이 거기서 나오는구나 싶더라고요. 신뢰감을 주는건 어려운 일인데 우리 규님이 그 어러운걸 매번 해내십니다^^ 참 닮고 싶고 존경합니다!
네 정말 배울게 많은 분이신것 같아요^^ 별이빛나는밤님 말씀처럼 연예계, 영화계라는 곳이 참 흐트러지기 쉬운 곳일텐데 말이죠. 저도 정말 존경합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긴글이었나요? 전혀 못 느끼겠어요. ^^
한 자 한자가 다 어쩜 맞는 말인지..
석규님 팬들은 석규님 닮아서 다들 멋진 생각들을 하시는 듯해요.
저도 힐링캠프 때 녹과 쇠 얘기하실 때
저 분은 철학자구나
싶었어요.
외모는 온화하고 부드러운데 내면은 깊은 성찰로 단단하신..
그래서 배우로도 좋아하지만
그의 인품 또한 넘 멋져서 더 좋아합니다.
좋은 글 자주 써 주세요^^
미화님, 지난번에도 따뜻하게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철학자라는 말이 딱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석규님에게는. 저의 인생관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계십니다~ㅎㅎ 알수록 더 멋지고 좋은 분이시지요! 미화님을 비롯해 여기 계시는 분들도 석규님처럼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신듯 해요! 앞으로 자주 들르겠습니다^^
우와~~~ 바람님 팬 될듯 한데요!
글 넘 잘 읽었어요
배우와 팬을 많이 닮아 간다는 그런 말 있죠?~(없나요?ㅋㅋ)
저도 항상 석규님께 배워 가며 살아가려 합니다^^
저도 바람님 처럼 글 좀 써봐야 겠어요ㅎ
조만간 다시 올려 주실거죠? 기다릴께요~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석규님을 조금이나마 닮아가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ㅎㅎ
멋진글 잘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