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중국발로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도 역시 관광을 다녀간 중국인 한 명이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아직까지 단 한 명의 감염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제주도, 안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 같다. 대구-제주공항 왕복항공권이 4만원대 초반에 나왔다. 지금까지 28명 확진자가 나온 육지보다 제주도가 오히려 안전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여행계획을 잡아보았다.
10여 차례 방문한 제주도를 안가기 시작한 게 4, 5년쯤 된 것 같다. 반복되는 일정의 패키지에 식상했고 비싼 물가에 쇼핑과 옵션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게 되면서 중국과 동남아보다 오히려 제주도가 더하다는 선입견이 생겼다.
당일, 노팁, 노옵션, 노쇼핑 원칙을 세웠다. 새벽 첫 비행기를 타면 수면이 부족할 터라서 렌터카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장소는 섬 속의 섬인 우도와 성산항 주변으로 정했다. 나홀로 여행을 계획했는데 아들에 이어 아내까지 3인 가족여행으로 바뀌었다.
새벽 6시 20분 첫 비행기를 타려면 보통 1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하면 되는데 인터넷으로 발권과 좌석지정까지 미리 해두었기에 30분 전에 도착해도 급하지 않다. 그래도 넉넉하게 4시 40분경 집에서 출발해 대구공항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공항주차장 하루 주차비가 평일 13,000원, 주말 15,000원인데 비해서 도로 건너편인 공영주차장은 4,000원으로 훨씬 저렴하다.
빈 좌석이 몇 개 없을 정도로 생각보다 제주도로 가는 여행객이 많았다. 여명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의 제주도와 한라산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간담하게 아침을 먹은 후 111번 급행버스를 1시간 20여 분 타고 성산항으로 향했다. 성산항에서 새벽을 여는 신비의 섬 우도까지 도항시간은 15분 정도. ‘소가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졌다는 우도를 관광하기 위한 방법은 버스나 스쿠터, 자전거, 도보 등이 있다. 시간이 많고 혼자여행이면 일년 내내 쪽빛바다 빛깔을 자랑하는 환상적인 우도올레 코스 11.3km를 걷고 싶었지만 동행이 있어서 투어버스 정액권을 구입했다.
우도는 낮과 밤의 주간명월(晝間明月), 야항어범(夜航魚帆), 하늘과 땅의 천진관산(天津觀山), 지두청사(地頭靑莎), 앞과 뒤의 전포망도(前浦望島), 후해석벽(後海石壁), 동과 서의 동안경굴(東岸鯨窟), 서빈백사(西濱白沙) 등 8경을 자랑하지만 우도봉과 등대, 검멀레 해변, 비양도를 중심으로 관광하기로 했다.
쇠머리오름 우도봉에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나무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고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여유롭게 오르면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성산일출봉 등 신선한 풍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도 등대는 제주도 남방 해상을 지나가는 배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곳이다. 1906년 제주도에서 맨 처음 무인 등대로 불을 밝혔으며 1959년 유인 등대로 전환됐다. 2003년 12월에 16m 높이의 콘크리트조 원형 등탑을 신축했다.
등대공원에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등대 모형을 조성했고 전시관에는 등대의 역사와 항로표지, 숨비소리 체험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경치를 감상하면서 제주올레 1-1 코스인 우도올레 구간의 일부인 검멀레 해변까지 투어버스를 타지 않고 여유롭게 걸어가기로 했다. 우도는 등대와 푸른 초원, 검은 돌담이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듯했다. 자연과 동화되어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다 보면 세상시름은 저절로 사라지겠지.
우도올레는 천진항-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 입구(2.1km)-하우목동항(3.2km)-산물통 입구(4.2km)-파평윤씨 공원(5.4km)-하고수동 해수욕장(6.4km)-연지마(7.8km)-우도봉 입구(8.7km)-천진항(11.7km)이다.
우도봉 아래에 협곡 속에 검은 모래 해변의 검멀레 해수욕장은 폭 1백여 m의 작은 해변으로 바닷물을 껴안고 오르는 듯한 우도의 일출. 검은 모래사장을 뛰어 바다로 향하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태양, 고래가 살았다는 해변 끝 동굴로 들어서면 시원한 물을 받아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해변에서 제트보트를 타고 즐기는 관광객들의 표정이 무척 신나 보였다.
검멀레 해변에서 다시 투어버스에 탑승해 섬 속의 섬 속의 섬이라는 비양도 입구에서 내렸다. 캠핑의 성지라고도 하는데 우도와 100여m 정도 떨어져 있던 섬을 옛 주민들이 돌을 쌓아서 연결시켰다고 하며 썰물 때는 등대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다. 뿔소라 껍질로 만든 탑과 일출소원성취의자, 망대 등이 인상 깊었다.
비양도를 보고 나서 하우목동항으로 이동해 우도에서의 아쉬움을 남겨둔 채 성산항으로 돌아나왔다. 갈치조림으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성산일출봉과 유채꽃밭, 광치기해변으로 향했다.
성산일출봉에서 광치기해변으로 가는 도중에 제주 일출봉 해안 일제 동굴진지와 제주 4ㆍ3 성산읍 지역 양민 집단학살터(터진목)를 보면서 시대의 아픔을 곱씹었고 광활한 유채꽃밭에서 이른 봄을 감상했다.
섭지코지까지 보려고 계획했으나 우도에 머무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었고 이미 많은 걸어 피곤한 상태라서 다음을 기약하고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7시 10분 제주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정확히 한 시간 후에 대구공항에 내려주었다. 집에 도착하니 9시가 못되었다. 힘들 것 같았던 제주도 당일여행, 12시간 가까운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제주도 여행은 바다를 건넌다는 일탈을 맛볼 수 있는 반면, 시간에 쫓기고 옵션에 속상해하면서 쇼핑에 눈치 보는 불편함이 없었고 여권과 비자, 핸드폰 로밍, 언어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많은 여행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즐거웠다”는 가족들의 격려에 힘입어 행복한 잠자리에 들었다.
세계 등대 여행(우도 등대공원)
첫댓글 여행이란 이렇게 하는거라고 우리에게 말하는것 같네 참 좋다.
가족들 표정도 좋고.
이선생 앞으로 우리 해설사들 답사도 이렇게 많이 이끌어 주시게.
2박3일 같은 당일여행이었어요
시간도 넉넉했고 볼거리도 많았습니다
항공권 쌀 때 추자도에도 한번 가고 싶네요
여행의 참맛은 함께 할때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가족과 함께는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여행의 참맛이지요 잘봤습니다
혼자 가려고 준비하는데 아들, 와이프가 차례로 같이 가겠다고 했어요
여럿이 가면 진행은 좀 느려져도 안 외로워서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