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기
수필가, 《한강문학》(2024, 신년호)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행복한 자전거 여행
2024년도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본다.
여행에 따라 숙소 등 경비의 규모와 무엇보다도 먹는 음식, 즉 건강에 비중을 많이 두어야 진정 훌륭한 여행
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전남 남해안 섬여행을 계획하고 12일간의 일정으로 출발했다. 일행은 모두 9명으로 ‘같이 또 따로’
의 정신에 따라 일정을 함께 하게 된다.
먼저 목포에서 출발하여 진도를 거쳐 해남 땅끝에서 배를 타고 완도, 노화도, 보길도에서 섬 구석구석을 여
행하고 완도 화흥포로 나가서 신지도와 고금도를 경유한 다음 강진 마량에서 장흥 정남진 전망대에 올라 남
해안 섬들을 조망하고 이어서 보성 율포에서 고흥의 소록도와 거금대교를 통과하고 우주발사대를 관람하면서
여수낭도 둔병도 등 4개의 대교를 지나 여수를 통과하여 돌산도의 향일암을 구경하고 여수에서 순천 낙안읍
성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는 여행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계획은 여행의 바탕에 되는 기본이며 계절에 따른 날씨, 기온 그리고 무엇보다 일행의 컨디션을 세심하게 반영해야 된다.
출발 당일 일기예보는 영하의 날씨였다. 눈보라가 힘들지만, 라이딩에는 앞에서 부는 맞바람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자전거 짐받이 양쪽에 페니어 가방을 매달고 텐트를 싣고, 앞바퀴에도 작은 부피의 페니어 가방을 매달았다. 총 6개의 크고 작은 가방의 무게는 35kg 정도, 자신의 몸무게를 합쳐 100kg에 육박하는 자전거를 굴려가며, 장거리를 가야 하는 자전거 여행이 되고 말았다.
12일간의 남해안 섬여행은 눈보라와 비바람,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행 모두 일정을 잘 끝마칠 수가 있어 행복한 애행이 됐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신체적으로 단련된 허벅지 근육이며 덩달아 끊임없는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자전거 여행이다. 그래서 날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를 생활화하고 특히 오르막길을 오르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자전거 여행에서 하루 동안 주행하는 거리는 대략 80∽90km를 감안하여 체력과 인내를 요구받게 된다. 물론 1시간 주행 시 반드시 10분간의 휴식 시간을 갖는것이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캠핑을 하는 자전거 여행에는 텐트와 매트, 침낭이 필수품목이다. 아울러 여벌의 옷과 우의雨衣, 방한복과 방한화 방한모도 챙겨야 한다. 또한 조립식 간이 의자와 생수, 컵 등 여행을 계획하는 리더는 날씨 변화에 따른 플랜B도 마련하여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필자가 자전거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 젊은 시절 자동차 사고로 인한 우측 쇄골의 골절로 인한 어깨의 회전이 어렵게 되어 골프 같은 운동이 곤란하고 회전각이 나오지 않아 야외 운동에 제약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찾아 헤매다가 자전거 여행에 흥미를 가졌다.
전문 자전거 여행자인 선배에게 듣고 물어보고 이것저것 참고하면서 자전거를 구입하여 그때부터 자전거 연습을 시작했다. 평지에서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자전거를 달릴 수 있으나 오르막에 오를 때는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특히 주행 시 뒷드레일러 변속과 앞 체인링 변속 조작여부도 곤란하고 매우 힘들어 자전거 타기를 그만하고자 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자전거를 생활화하고 멀리 가는 연습, 즉 공도公道에서 자동차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안전 라이딩에 중점을 뒀으며 되도록 공도 라이딩은 하지 않으면서 영산강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많이 탔다. 그리고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찾아 연습 라이딩을 하면서 익숙하게 기아 변속도 하여 단번에 고개를 넘을 수 있는 라이딩을 숙달시켜 장거리 여행에 대비 했다. 또한 자전거 주행시 펑크나 체인의 끊김에 따른 긴급수리, 그리고 브레이크 패드 교환 등 도로에서 긴급한 고장이나 상황에 대비하여 자전거 고장에 따른 교육훈련도 2차례를 받았고, 해외 자전
거 라이딩에 따른 훈련 과정도 2회에 걸쳐 받아 자전거를 타는데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아직도 자전거에 미흡하고 자전거 평균속도에서는 다른 사람보다도 많이 뒤쳐져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허벅지 근육량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근육량은 1년에 0.1%씩 줄어든다기에 평소 더 많이 움직여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내게 너무나 큰 행복를 가져다 주었다. 2019년도 중국에서 발생한 Covid-19가 2020부터 2022년까지 전세계를 강타하고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공항에서 외국으로 비행기를 탈 수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직장과 가정생활에서도 그리고 다수가 집합 금지가 되는 사회적인 제약과 모든 국민들은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했으며 사람들과 2m이상 접근금지 및 밤 9시 이전 영업행위 금지 등 사회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자전거타기는 혼자서 밖으로 돌아다닐 수가 있었고 멀리 나갈 수가 있었다. 그것이 신의 한수였다.
전국민이 야외활동 및 야구, 축구 등 각종 구기운동을 할 수 없는 힘든 생활이 3년간 이어지면서 국민적 스트레스가 매일 발생할 때도 나는 4대강의 종주라이딩을 완주하였고, 제주도일주도로를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울릉도로 자전거를 타고 일주도로를 돌고 독도에 가서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기도 하였으며, 성인봉도 올라가는 기쁨을 누렸다. 또 강화도와 교동도를 방문하여 더욱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코로나가 종식된 2023년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자전거로 36일간 여행 계획하여 프랑스 생장(Saaint Jean pied port)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렐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자전거로 순례길을 다녀왔고 산티아고가 이 세상 끝까지 전도했다는 대서양 연안 피스테라(Fosterra)와 성모마리아가 돌배를 타고 발현한 묵시아(Muxia)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했으며, 포르투갈의 포르투(Porto)와 코임브라(Coimbra), 성모마리아가 3번이나 발현한 파티마(Fatima)와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Lisbon)까지도 자전거로 여행을 했다. 여행하는 내내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하느님에게 축복을 받았던 것이라 할 수 있다.
행복은 조건이 필요 없다. 내가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조건 해보고 만족을 느끼면 그것이 행복이라 할 수 있다. 행복을 찾는다면 가장 작은 행복부터 찾아라. 취미생활이 곧 내 행복이 아닐까 생각 한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아니한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자신이 하는 일에 작고 소소하지만 그것에 만족하고 기쁨을 누린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나에게는 자전거를 타고 알지 못한 타지방으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자고 마시고 먹으면서 문화와 풍습 그리고 역사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선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 자전거를 타면서 행복을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