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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보스는 결코 죽지않는다 The Year of The Boss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보스 특집’
신정선 산업부 기자 violet@chosun.com
입력 : 2007.01.05 18:30
20세기 미국 문학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미국인의 삶에 2막은 없다(There are no second acts in American live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높은 자리로 올라간 리더일수록 갑작스런 해고에 따른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 힘들다. 그러나 ‘1막보다 화려한 2막’이 가능할 수 있음을 증명해 낸 불굴의 보스들이 있다. 해고된 CEO(최고경영자)와 전문직 종사자 300명을 22년에 걸쳐 인터뷰한 제프리 A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와 앤드루 J 워드 조지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월호에서 ‘보스의 부활’을 위한 5가지 규칙과 이를 온몸으로 보여준 인물들을 소개했다.
맞서 싸울 방법을 결정하라
- JP모건체이스 CEO 겸 회장 제이미 디몬
CEO의 최대 자산 중 하나인 ‘명성’에 상처를 입었을 때는 늦기 전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
1998년 겨울, 씨티그룹 사장이었던 디몬은 스승이자 동지였으며 함께 회사를 일군 파트너였던 샌디 웨일 회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일자리를 잃게 된 디몬은 역경을 이겨낸 위인들의 전기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와 고통을 이기기 위해 복싱도 배웠다. 1년 후, 디몬은 웨일과의 관계에 ‘마무리(closure)’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웨일을 초대했다. “그때쯤에는 분노가 많이 누그러졌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샌디와 나 사이의 일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6개월 후인 2000년 3월, 디몬은 뱅크원의 CEO로 발탁됐다. 그해 뱅크원은 5억11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3년 후, 뱅크원은 35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순익을 거둬들였다. 주가는 85% 상승했다. 뿐만 아니었다. 뱅크원은 거대 합병을 성사시킨다. 상대는 샌디 웨일이 오랫동안 합병을 노리던 JP모건체이스였다. 디몬은 새 회사의 CEO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전투원을 보강하라
- 홈디포(Home Depot) 공동창업자 버니 마커스
재기를 위한 ‘전투’를 치르기 위해서는 함께 싸울 전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트워크가 넓게 퍼져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네트워크의 질(質)이다.
가정용품 업체인 핸디 댄의 CEO였던 버니 마커스는 해고 통보를 받고 크게 좌절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뤘다. 무언가를 이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관심사가 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마커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 있었다. 그는 사업이나 개인적 일로 알게 되는 상대방을 최대한 정직하게 대하고 존중했다. ‘사람’이라는 자산은 그가 가장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홈디포를 시작하려던 마커스에게 결정적인 힘이 된 것은 핸디 댄 시절 알고 지낸 시큐리티퍼시픽내셔널뱅크의 대출 담당 립 플레밍이었다. 마커스는 창업을 위해 여러 은행에 융자를 신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마커스를 믿고 있던 플레밍이 나섰다. 융자에 난색을 표하던 내셔낼뱅크의 간부들은 플레밍이 사표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서자 승인 도장을 찍었다. 마커스는 종자돈 200만달러에 융자금 35만달러를 보태 홈디포를 일으켰다.
‘영웅’의 지위를 되찾아라
- 마사스튜어트리빙옴니미디어 창업자 마사 스튜어트
보스의 부활을 위해서는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가 필수적이다. 추락 이전의 ‘영웅의 지위(heroic status)’를 되찾기 위해서는 일전을 불사해야 할 경우도 있다.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는 2002년 내부정보를 이용해 제약회사 임클론의 주식을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매각한 혐의로 기소당한다. 바로 다음날, 스튜어트는 전국지 USA투데이와 유력지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마사톡스닷컴(marthatalks.com)이라는 웹사이트도 개설해 결백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녀는 자신을 골리앗 정부에 대항하는 다윗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팬들의 동정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회사의 주가는 임클론 주식 사건이 터지기 전에 비해 50%나 뛰었다. 2005년 3월 그녀가 5개월 복역을 마치고 석방될 무렵,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이었고 그녀의 잡지는 더 많이 팔려나갔다.
영웅적 임무를 스스로 부여하라
- 애플 CEO 스티브 잡스
한 번 실패한 보스는 자신이 남길 역사적 자취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된다. 자신이 성취한 것이 무(無)로 돌아갔다고 체념하기 쉽다. 자신이 보스로서 이뤄낼 수 있는 일, 즉 ‘영웅적 임무(heroic mission)’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자신이 창업한 애플사에서 쫓겨났을 때, 친구 마이크 머레이는 잡스가 자살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머레이는 잡스의 집을 찾아가 몇 시간 동안 잡스의 곁을 지켰다. 해고 일주일 후, 잡스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의 별을 바라보며 침낭에서 밤을 새우던 잡스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스웨덴과 러시아를 거쳐 집으로 돌아올 무렵, 잡스의 머릿속은 ‘IT 업계의 동력(force)’으로 다시 복귀하리라는 새로운 열정과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잡스는 또 다른 컴퓨터 회사인 넥스트를 세웠다. 1996년 애플이 4억달러에 넥스트를 인수하면서 잡스는 자신을 해고했던 애플로 귀환했다. 다시 CEO에 오른 잡스는 아이팟과 아이튠스의 탄생을 지휘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능력을 증명하라
- 패션업체 제이크루 CEO 미키 드렉슬러
재기에 성공한 리더들의 가장 강력한 공통점은 그들의 능력에 대한 불신을 일소했다는 사실이다. 전혀 생소한 사업분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때도 그들은 두려움 없이 맞선다. 내적인 힘과 능력을 증명하고 부서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은 위대한 보스가 되기 위한 핵심 요소다.
1983년 미키 드렉슬러는 의류업체 앤테일러에서 갭(GAP)으로 옮겼다. 그는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던 갭의 사업 영역을 갭키즈·베이비갭·갭바디 등으로 확장했다. 7년 만에 매출은 4억8000만달러에서 137억달러로 급증했다. 주가는 169배나 올랐다. 그러나 2002년 10월 갭의 상품들이 지나치게 유행을 탄다는 지적과 함께 주가가 75%가 떨어지자 드렉슬러는 해고됐다.
그는 갭이 제의한 수백만달러의 퇴직금을 거절했다. 퇴직금에는 드렉슬러가 자신의 해고에 대해 입을 다문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그는 갭의 부진이 자신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일념에 불탔다. 드렉슬러는 매장이 200곳에 불과했던 중소업체 제이크루에 들어갔다. 그는 사재 1000만달러를 투자해 회사 주식 22%를 인수했다. 연봉은 갭에서 받던 10분의 1만 받았다. 드렉슬러가 함장을 맡은 이후 제이크루는 다시 태어났다. 2003년에는 적자가 3000만달러였으나 이듬해에는 이익이 3700만달러가 넘었다. 지난해 여름까지 드렉슬러는 매출과 이익 모두 20% 끌어올렸다. 언론은 그의 능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바쳤다.
올해의 키워드 보소노믹스 <BOSSONOMICS>
신정선 산업부 기자 violet@chosun.com
입력 : 2007.01.05 18:38
최고의 보스가 말하는 보스의 자질은?
최고의 보스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글로벌 시장의 최전선에서 경쟁을 선도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최고의 자질’ 한 가지씩을 꼽았다. 각 분야의 리더를 위해 그들이 털어놓는 육성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월호가 한자리에 모았다.
■ 겸손(humility) -‘노키아’ CEO 올리 페카 칼라스브우오
“리더는 자세를 낮춰 고객과 사원들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밖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1990년 36세 때 CFO에 오른 이후, 눈앞에 주어진 일만 잘해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우게 됐다. 리더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일을 만들고 실행하도록 도와야 한다. 리더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 에너지(energy) -미 보안&방산업체 ‘블랙워터USA’ 사장 게리 잭슨
“우리 회사 주차장에는 ‘지정주차석’이 딱 한 자리 있다. 최고경영자를 위해 비워둔 것이 아니다. 그날 제일 먼저 출근하는 사람의 몫이다. 이 자리를 거의 매일 차지하는 것은 사장인 나다. 리더는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힘이 빠지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 직관(intuition)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 CEO 프란츠 후머
“사업상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을 때, 주위 사람들은 그에 따른 위험과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만 말하는 경우가 많다. 판단은 지도자의 몫이다. 4년 전 로슈는 일본 추가이 제약사 인수에 나섰다. 곧바로 반대 의견이 속출했다. 반(反)외국기업 정서가 강한 일본에서 사업 성공은 어림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나는 협상장에 나온 일본 대표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리더는 협상장의 분위기와 환경에 대해서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추가이 제약은 현재 일본 3대 제약사로 도약했다.”
■ 통찰(perspective) -자동차수입사 ‘롤프그룹’ 창업자 세르게이 페트로프
“2000년 우리 회사는 급증하는 자동차 수입 수요를 감당할 자금이 필요해 한 오스트리아 회사에 지불할 대금을 한 달 미루기로 상호 합의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나도록 재무담당자가 지불을 미룬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벌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느긋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신용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를 즉시 해고하고 아일랜드 출신의 새 담당자를 임명했다. 리더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 열정(passion) -개인비행기 제작사 ‘시루스’ 창업자 알란 클람프마이어
1980년대 후반, 경비행기를 몰다가 공중에서 다른 경비행기와 충돌한 적이 있다. 나는 가까스로 착륙할 수 있었으나 상대편 비행사는 사망했다. 알고 보니 그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 후로 비행기에 대한 내 열정은 비행기 안전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었다. 제품 혁신은 지도자의 열정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내가 처음 여러 에어쇼에 비행기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혁신적 디자인을 소개했을 때, 사람들은 가당치 않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리더의 열정이 관련 산업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 확신(conviction) -코카콜라 아프리카 사장 알렉산더 커밍스
“경쟁이 치열한 콜라 시장에서 ‘가격 인상’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 직후, 매출은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하락했다. 시장점유율이 위협받을 정도였다. 사내에서도 인상 결정을 철회하라는 압력이 고조됐다. 그러나 나는 내 결정이 옳을 것이라고 믿었다. 6개월 후, 판매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회사는 순익을 내기 시작했다. 리더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하고,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을 확신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