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럼, 엄석대, 그리고 액튼경
2013년 11월 15일자 조선일보 A35면에 실린 “내년 지방선거에선 ‘엄석대(‘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등장인물)’를 가려내자”라는 글을 읽고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정치가인 액튼경(Lord Acton: 1834-1902)이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이 불현 듯 떠올랐습니다.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단어는 ‘absolute’가 되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어원분석 관점에서 보면, ‘absolute’라는 단어는 ‘away(떨어져 나온)’라는 뜻을 가지는 ‘ab’라는 접두사와 ‘loose(풀린)’라는 뜻을 가지는 ‘solu/solv’라는 어근이 결합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absolute’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어휘로 그 당시에도 ‘그 어디에도 엮이지 않은’이라는 의미를 가졌으며, 오늘날에도 ‘unrestricted(그 어느 것에도 제약을 받지 않는)’ 혹은 ‘not relative to something else(다른 것과 관계되지 않는, 상대적이지 않는)’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 단어는 라틴어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거의 의미변화 없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그 어떤 것에도 제약을 받지 않는 군주’ 혹은 ‘절대 군주’라는 뜻을 가지는 ‘absolute monarch’라는 표현은 액튼경이 탄생하기 약 100년 전인 1735년에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의미를 가진 ‘absolute king’이라는 표현은 이보다 100여 년 전인 1610년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무제한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군주국’이라는 뜻을 가지는 ‘절대/전제 군주국(absolute/ despotic monarchy)’와 이항대립관계를 형성하는 표현이 ‘입헌/제한적 군주국(constitutional/ limited monarchy)’입니다. 물론 입헌 군주국이란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에 있어 군주가 입헌적(constitutional)인 제약을 받는(limited) 정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 군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왜 절대 군주국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을까요?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절대 군주국이 도태(selection) 과정에서 선택되지 못함으로써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2014년 수능영어 28번 문제와 34번 문제 참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일 것이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튼경의 말이 실현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액튼경의 말을 보다 더 자세하게 해석하면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하는 권력은 견제와 균형을 받지 않은 채 부패하거나 혹은 망한다.’
그 어떤 인간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권력이 부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뿐만이 아니라 언론 그리고 민주주의의 권력의 원천인 국민도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엄석대’와 같은 인물이 지도자로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며, 설령 당선되었다할지라도 민의에 반하는 어리석은 짓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