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아일랜드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와 너무나 닮았다. 자기 민족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순결하며 뛰어나다는 맹목적 애국심, 자신들의 역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비극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그리고 실제로 강대국 곁에서 겪은 수난의 역사 등 두 나라간에는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닮은 구석이 많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와 너무나 닮은 그네들의 역사에 공감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두 겹의 역사 읽기에 해당한다.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1부에서는 아일랜드의 역사를, 2부에서는 문학을 다루었다. '한 많고 슬픈 민족'인 동시에 '민족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표출한 아일랜드. 1부에서는 바로 이러한 아일랜드의 민족성과 민족의식이 격렬하게 전개된 1880~1920년간을 중점적으로 고찰한다. 2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처럼 변방의 슬픈 나라에서 태어난 유명 작가들, 이를테면 제임스 조이스, 예이츠, 버나드 쇼, 샤무엘 베케트, 오스카 와일드들을 조명한다. 세계 문학사에 지울 수없는 이름으로 남은 사람들이지만, 이면에서 늘 민족적 정체성으로 고민하고 방황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갈등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역사와 문학이라는 두 장르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언뜻 보면 성격이 다른 두 이야기가 나열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역사와 문학은 별개가 아니다. 역사는 문학을 통해 설명되고 문학은 역사의 문맥안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라' 아일랜드의 역사와 함께 세계 문학사의 위대한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 덧 우리의 초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아일랜드와 우리 : 두 겹의 역사 읽기
우리에게는 감자 대기근이나 북 아일랜드를 둘러싼 정치적 분쟁 등 몇몇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외하고는 미지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 아일랜드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서가 처음으로 소개된다. 보통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일랜드를 자연 풍광이 수려한 아름다운 섬나라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아일랜드의 역사를 조금만 들춰보면 놀랍게도 우리 나라와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국이라는 강대국 곁에서 겪은 수난의 역사, 맹목적인 애국심, 음악과 춤, 술을 즐기는 성향, 정열적이고 감정적인 민족성 등 유럽과 일본의 일부 관찰자들이 한국을 ‘아시아의 아일랜드’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 나라와 아일랜드는 닮은꼴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일 월드컵을 맞이하여 “화끈한 한국인, 예절바른 일본인”이라는 제목으로 양국의 국민성을 비교하면서 “한국인들은 ‘아이사이의 아일랜드인들”이라고 별명이 붙은 만큼 음악, 춤, 술을 즐긴다“는 기사를 게재하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최근 월드컵 축구에서 인구 400만의 나라인 아일랜드 축구가 4강까지 진출하는 ‘작지만 매운 고추’같은 모습도 두 나라는 똑같이 공유하고 있다. 더욱이 19세기 중반 감자 마름 병으로 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아사해버린 못사는 나라에서 최근 일약 세계의 IT 강국으로서 세계 속에 새로운 위상을 차지하게 된 아일랜드의 현재 역시 언뜻 오늘날 우리 나라의 역사나 발전상과 흡사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역사란 과거와 미래의 대화인 동시에 타자와 나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변두리에 있지만 우리와 너무나 닮은 아일랜드라는 타자를 통해 우리와 가장 비슷하지만 여러모로 다른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여행을 바로 우리의 자화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줄 것이다.
20세기 들어 서구와 동일한 ‘근대화’를 지상 과제로 삼아온 우리는 프랑스나 독일 등 가장 근대화된 국가를 이상으로 삼았고, 또 이들 나라의 역사를 우리가 나가야 할 모델로 삼아 왔다. 하지만 역사의 승리자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은 동시에 역사의 이면과 어두운 부분에 대한 무관심과 과도한 민족주의라는 (부정적인) 유산을 낳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자기 민족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순결하다고 믿는 맹목적 애국심, 자신들의 역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전통적이라는 자부심, 강대국 곁에서 겪은 수난의 역사 등.
이런 면에서 흔히 우리 나라가 이탈리아와 닮았다는 속설과는 달리 우리는 아일랜드와 너무나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유럽에서 우리와 가장 닮았으면서도 또 다른 아일랜드에 대한 성찰은 20세기의 우리 역사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21세기를 전망하는 작업의 새로운 단초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책은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학을 우리 나라에 최초로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차원을 넘어, ‘타자’를 통해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두 겹의 역사 읽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이웃’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나라’라는 말은 흔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말할 때 사용되는 수식어지만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관계에도 똑같은 표현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서양 동쪽 끝, 대영 제국이라는 강대국 옆에 위치한 아일랜드는 유럽의 변두리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도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옆에 위치한 우리와 똑같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일랜드 또한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잉글랜드라는 강대국에게 지배당했던 ‘한 많고 슬픈’ 민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한 많고 슬픈 민족’은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민족’과 민족의 전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표출하는데, 민족주의와 민족 문화 운동, 민족 문학 등이 그것이다. 이 점에서도 두 나라는 거의 동일한 역사적 궤적을 그려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1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민족주의를 둘러싼 논의로서, 저자는 아일랜드에서 민족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 갈등과 충돌을 살펴보고 있다. 아 책에서 저자는 아일랜드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민족주의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자세히 살펴보는데, 특히 최근 과도란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수정주의 역사학까지 소개하고 있어 우리의 근대사 인식에도 많은 참조가 될 것이다.
저자는 민족의 운명을 둘러싸고 가히 백가쟁명 비슷한 열기를 띠었던 1880~1920년대의 기간을 중점적으로 고찰하는데, 이 시기는 아일랜드 역사에서 문화적, 정치적 혼란과 충돌이 가장 격렬히 전개된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민족주의의 기치 아래 각종 연맹과 단체가 창설되고, 사회주의와 노동 운동이 등장했다. 그리고 자유국과 북아일랜드가 탄생하는 등 그야말로 근대 아일랜드가 ‘만들어진’ 격변의 시기였다. 이러한 격동기를 중심으로 필자는 아일랜드의 복잡하게 얽힌 근대사와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민족 정체성(‘아일랜드성’)을 둘러싼 갈등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일랜드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필자가 지적한 대로 우리의 근대와 식민지 역사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한번 반성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즉, 필자는 과거 아일랜드 민족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비참한 나라’ 라는 이미지에 집착하여 오랫동안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지금 일부 아일랜드 지식인을 중심으로 이러한 편협한 역사 의식을 버리고 자국의 역사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강조하는데(소위 수정주의 역사학), 이런 점에서 아일랜드는 여로 모로 우리가 가장 많이 배워야 할 유럽 국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런던과 더블린 사이에 선’ 세 명의 영국계 아일랜드 작가들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는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 마치 일제 시대에 우리 나라 지식인들이 ‘현해탄 컴플렉스’에 시달렸듯이 ‘런던과 더블린 사이에 서 있던’ 영국계 아일랜드 작가들의 고뇌를 추적하고 있다. 멀리는 스위프트를 비롯해 특히 20세기 초에 들어서 제임스 조이스, 예이츠, 와일드, 쇼, 베케트 등 유럽의 변방 중의 변방이었던 아일랜드야말로 세계 문학의 중심지이자 보고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낸 작가들도 드물 것이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는 ‘문학적 망명’을 떠나 파리와 트리에스테를 떠돌았으며 베케트는 파리를 창작의 본거지로 삼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니스프리의 섬?이라는 시로 유명한 예이츠하면 누구나 그가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스카 와일드나 버나드 쇼가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이스의 작품은 거의 언제나 더블린의 거리를 떠나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필자는 이를 ‘영국계 아일랜드인’이라는 이중적 정체성 속에서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영국계 아일랜드 문인 가운데 와일드, 쇼, 예이츠의 삶과 작품을 영국계 아일랜드라는 관점이라는 새로운 틀로 분석하고 있다. ‘재치에서는 로빈후드’ 감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민족, 언어, 성 정체성이 복잡하게 뒤얽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와일드, ‘두 개의 섬’ 사이에 끼어 있었던 버나드 쇼, 그리고 ‘안티테제적 민족주의자 예이츠’ 등 이 책에서 조명되는 세 ‘영국계 아일랜드’ 작가들의 삶과 문학은 전통과 근대를 살아낸 세 겹의 삶으로서 우리에게도 많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예스24 제공] |
작가 소개 |
저자 | 박지향 |
박지향1953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서양사학과 석사와 뉴욕주립대학(스토니브룩 소재) 철학박사를 마쳤다. 뉴욕 프랫대학과 인하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Proft-Sharing and Industrial Co-partnership inBritish Industry 1880-1920: Class or Class Collaboration? (NY: Garland 1987), <영국사: 보수와 개혁의 드라마>(까치, 1997), <제국주의: 신화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