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 ‘프렌즈’ 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소한 에피소들 사이사이에는 그들의 아지트였던 ‘센트럴 카페’에서 사발처럼 큰 잔에 카페 라떼를 마시는 장면이나, 아침에 케멕스에 담긴 커피를 나눠 마시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시트콤에서 보여 진 것처럼, 커피는 대부분 미국인의 음료 습관이다. 드라마를 벗어나 현실에서도 스타벅스와 던킨에선 출근 시간마다 커피를 위해 줄을 서고, 부지런한 이들은 집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미국인 10명 중 8명은 커피를 소비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서 커피빈을 구매할까? 자칭 커피 긱(geek)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의 소비 패턴은 카페에서 직접적으로 구매하거나, 인터넷 주문으로 커피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조차 낯선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바로 슈퍼마켓에서 커피를 구입한다.
대형마트의 커피들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브랜드들의 커피를 볼 수 있다. 커피들의 대부분은 대기업의 것들이다. 소비자들이 잘 볼 수 있는 높이에 맞춰 스타벅스나 던킨의 커피빈들이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아래로는 테이스터스 초이스(Taster’s Choice)나 맥스웰(Maxwell)같은 브랜드 커피가 있다. 브랜드의 종류가 많아 과연 이 많은 커피들 중 어떤 것들이 소비될지 궁금할 정도이다. 종이 포장부터 엄청난 용량을 과시하는 캔 형식까지 다양한 포장으로 홀빈(whole bean), 그라운드빈(ground bean)의 구분이 잘 구분되어 있고 캡슐 커피도 보인다. 또한 다양한 향들, 예를 들면 바닐라 향이나 헤이즐넛 향이 첨가된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들도 눈에 띈다. 한국의 대형 마트에선 커피를 직접 갈아갈 수 있게 그라인더가 비치되어 있는데 이곳엔 그라인더가 없으며, 인스턴트커피의 비율보다는 원두커피의 비율이 훨씬 높게 진열되어 있는 점이 한국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오가닉 마켓의 커피들
현대인들의 식품 선택 기준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양이 그 기준이기도 하며, 단순한 맛과 품질을 넘어 안전한 먹거리, 로컬 푸드, 유기농, 공정 무역들 또한 선택 기준일 것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 걸쳐 36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홀 푸드(whole Food)나, 미 전역에 걸쳐 400개 이상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는 대표적인 유기농 슈퍼마켓이다. 모든 것이 안전하다는 믿음, 로컬 푸드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들이 다소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쉽게 열수 있게 한다.
오가닉 마켓의 커피는 대형 회사와는 확연히 다른 판매 방식을 보여준다. 가장 큰 다른 점은 자사 브랜드 커피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홀푸드의 자회사인 알레그로 커피나, 트레이더 조의 커피는 단독 진열대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로컬, 오가닉 푸드들을 자사의 브랜드 네임으로 싸게 판매하는 전략을 커피에도 그대로 사용해 통일감을 준다.
그 진열대를 이어선 당연히 스타벅스나 일리 등의 브랜드 커피가 역시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또한 커피 원두와 함께 당연히 커피 추출을 위한 케멕스, 프렌치 프레스를 비롯해 하리오 드리퍼와 필터 같은 추출 도구들도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다.
홀푸드 마켓에선 다른 마트와는 다른 차별성 또한 있다. 첫 번째로는 다양한 로컬 커피 회사들의 커피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뉴욕에선 고릴라 커피(Gorilla), 카페 그럼피(Cafe grumpy), 김미(Gimme)커피,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 등의 커피 원두가 빼곡히 진열대를 채운다. 이 셀렉션은 홀푸드 마켓이 어느 도시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지역 커피 원두로 바뀌게 된다. 지역의 커피 회사들과 연계된 판매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두 번째로는 포장된 커피 외에도 로스팅 머신으로 자체 로스팅을 하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무게만큼의 커피만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두 번째 방법은 로스팅의 날짜를 알 수 없고, 항상 열려져 있는 자루 안에서 커피를 담아가야 한다는 점이 큰 문제이긴 하다.
한국의 커피 소비 형태는 아직까지 약 40%가 인스턴트커피를, 20%는 RTD(Ready to Drink) 제품을, 그리고 나머지 40%가 원두커피를 소비한다. 한국의 대형마트를 가보면 인스턴트커피 제품이 커피 코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작게 대형 커피회사들의 원두커피들이 홀빈(Whole bean) 또는 그라운드 빈(Ground bean) 으로 판매가 된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다양한 커피 판매 방식들을 한국 슈퍼마켓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