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스헬멧의 추억>
나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이 그리 많지 않다. 3학년 겨울방학 때 돌아가셨으니 아주 어릴 적에 만들어진 몇몇 기억이 있을 뿐이다.
아버지께서 나들이하시거나 천렵을 하실 때 따라 나섰던 기억 속에 저 모자가 있다.
내 머리에 너무 커서 뛰면 흔들리긴 했지만 볕을 충분히 가려주고, 바람이 불면 옆에 뚫린 구멍에서 ‘휘잉~~’ 하는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이 참 좋았다. 굵은 비가 내려도 내 어깨까지 가려주는 느낌의 모자가 참 좋았다. 어느 날 우박이 내렸는데 이 모자를 쓰고 ‘따다닥~’ 우박 소리를 기분 좋게 들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모자가 언제부터 보이지 않았는지는 기억도 없다. 퇴직을 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았는데, 헬멧 생각이 많이 나서, 두루 수소문해도 기억하는 분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여러 이름으로 검색해 보아도 같은 모자를 찾을 수 없었다. 비슷한 것으로 <정글모>, <베트콩모자>가 있었지만 내 기억 속의 모자와는 달랐다. 모양은 좀 닮았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오늘 저녁 뉴스에 그 모자가 나왔다~~~!!!
어느 나라의 귀한 분이 그 모자를 쓰고 외국을 방문한 것이 issue가 된 것이다.
나는 머지않아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모자를 구해서 쓸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적 뉴스가 된 모자니까 구할 길이 있을 것 같다. 그 모자를 쓰고 강릉 남대천에도 가고 동해바다 파도도 보고 싶다. 어릴 때 말고는 우박을 맞아 본 기억이 없지만, 안 되면 여름 소나기라도 맞으며 모자가 내는 소리를 들어 보고 싶다. 나는 아버지 돌아가실 때의 나이보다 6살이나 더 많지만 이 모자를 쓰고 아버지를 추억하는 노래를 만들어 불러보고 싶다. 가수 박강수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