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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개인 여행기 스크랩 영남알프스 - 가지산 산행
行雲流水 추천 0 조회 7 13.05.08 15: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3.02.09.

 

설 연휴 첫날~~~

눈이 잘 오지 않는 울산지방에서 유일하게 눈을 볼 수 있는 곳이 영남알프스, 그 중에서도 가지산이다.

혹시 가지산에 가면 설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상상이 나를 가지산으로 이끌었다.

고향가는 길을 뒤로 한 채 석남사로 향했다. 

 

일주문에서 석남사로 들어가는 기존의 길도 참 좋은 길인데~~~그 옆에 나무사잇길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여느 큰 절에 비해 소박한 부도전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나는 죽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는 빙글레 웃는다. 마음이 말을 한다. " 아무것도 남김없이 바람처럼 사라지는게 인생인게야."

 

평소 때는 석남사를 참배한 후 산행을 하는데 오늘은 그냥 길위에 수행자가 되고 싶어진다.

 

청운교를 건너 산행길에 오른다.

 

청정도량 석남사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잠시 등산안내도를 살펴보았지만, 홀로 걷는 길에는 자유만이 존재할 뿐, 정해진 길이란 애초부터 없다.

 

솔향기 그윽한 숲길은 나를 무아지경으로 몰아 넣는다.

속세의 인연따윈 기억에서 사라진다.  대자연속에서 순수의 결정체,  무아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소나무숲길을 걷다가 샛길로 접어들었다.

굳이 정상을 가야 할 이유조차 없는 터이고 보면 마음이 가는데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만이다.

 

샛길이 흔적을 감추고나니, 마음이 길을 찾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길아닌 곳이 아무데도 없다.

누군가 걸으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너덜걸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고립된 형국이다. 너덜을 타고 올랐다.

 

가끔 가지산의 전경이 보이기도 하지만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오르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위로 향하는 발걸음은 쌀바위로 가는 임도로 올라서게 해준다.

 

임도길에서 만나는 멋진 풍광들에 발걸음이 가벼워져 온다.

 

그리고 눈길이 시작된다.

 

쌀바위에 이르니, 점심때가 되었다.

 

쌀바위대피소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다가 술 한잔 하고 픈 생각이 든다.

술 생각을 떠나 보내고자 잠시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고 내 쉬고를 반복한다.

이내 술 생각이 사라진다.  따듯한 난로 불에 몸이 축 늘어진다. 어서 길을 나서라는 신호다.

 

제법 눈이 쌓인 길은 러셀이 잘 되어 있어 평소 때보다 걷기가 더 좋았다.

 

계단길도 계단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 고스락에 올랐다.

영남알프스의 능선들을 조망하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즐거움이다.

 

적당히 눈이 내린 산은 능선을 더 돋보이게 한다.

 

산도 화장을 하니, 더 예뻐진 듯하다.

 

낙동정맥 구간종주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으나, 미련조차 점점 희미해져 간다.

 

마음에 무게를 더하지 않고도 담아 둘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하산은 석남고개 방향으로 한다.

 

석남고개로 가기전 석남사로 빠지는 샛길에 마음이 간다.

조망이 좋은 지점을 골라 석남사의 젼경을 담아 본다.

 

샛길로 내려오다가 가지산의 주능이 병풍처럼 보이는 조망터 바위에 앉아 고요한 한 때를 즐긴다.

도무지 즐기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게 없으니 무상무념의 세계속에 사는 한도인이 된 느낌이 든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이지만, 산행에는 좀 단조로운 느낌이 드는데,

산자락의 울창한 소나무숲이 그 단조로움을 보완해 준다.

 

산을 내려와 석남사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올라갈 때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을 제대로 감상한다.

젊은 시절, 정신없이 사느라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도

중년을 넘어선 지금부터는 제대로 보면서 느릿 느릿 살아야겠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던가.

오늘따라 골짜기의 유순한 물 흐르는 소리가 더욱 정겹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때론 이렇게 나무를 얼려서 얼음을 만들고 결국에는 부조화를 낳는다.

 

일주문을 돌아 나오면 '장엄적멸도량'이라는 현판에 눈을 고정시킨다.

09시30분 산행을 시작하여 14시20분에 산행을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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