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방과후' 아이들을 데리고 잠자리 잡으러 숲 가까이로 갔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서인지 잠자리가 많지 않다. 숲에는 더위를 피해 날아온 좀잠자리들이 더러 있었지만 아이들이 잡을 만큼 많지는 않았다. 숲 가장자리에 있는 주말농장에서는 여름 동안 무성히 자라난 잡초를 뽑아내고 밭을 갈고 있었다. 김장 배추라도 심을 모양이다.
밭에서 뽑아낸 잡초더미엔 뿌리를 드러내고도 여전히 싱싱한 방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그 방동사니 꽃대를 반 뼘쯤 되게 잘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친구짱구놀이'를 했다. 두 명이 자른 꽃대 양끝을 나누어 잡고 그 끝을 두 쪽으로 쪼개서 "친구짱구 친구짱구" 하면서 천천히 찢어나간다. 네모난 모양이 만들어지면 '친구', 잘못 찢어져 갈지자 모양이 되면 '짱구'가 되는 것이다. 잠자리가 많지 않은 데다 처서도 지났는데 누그러지지 않는 더위 때문에 짜증이 났던 아이들이 '친구짱구놀이'에 폭 빠져 버렸다.
방동사니는 성가신 잡초다. 논에서 피와 함께 자라는 방동사니는 이맘때쯤 쑥쑥 자라 올라 햇볕을 가리며 벼가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방동사니와 닮은 왕골은 돗자리 따위를 만드는데, '개왕골'이라고도 불리는 방동사니는 돗자리를 만들지 못할뿐더러 소나 돼지도 먹지 않기에 그저 천덕꾸러기 잡초 취급을 받아왔다. 왕골은 제초제에 약하지만 방동사니는 제초제를 쳐도 잘 죽지 않고 번식력도 강하다. 논이나 습지가 아닌 길가, 밭 둘레,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방동사니는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 올라올 만큼 억센 풀이다.
방동사니는 사초과 풀들이 거개 그렇듯 꽃대가 삼각형이다. 주말농장 옆 잡초더미에 방동사니와 함께 뿌리 뽑혀 쌓인 바랭이는 꽃대가 둥글다. 바랭이 같은 벼과 식물들은 꽃대가 둥글어서 어느 방향으로나 힘을 고루 받고 잘 휘어진다. 바랭이 꽃대는 잘 휘어지기에 가늘어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삼각형인 방동사니는 휘어지지 않는다. 삼각형 구조는 휘어지지 않는 대신 굳고 억세다. 유연한 바랭이에 견주어 굳고 억센 방동사니는 고집불통 같아 보인다. 어떤 잡초 학자는 방동사니가 상당히 고집쟁이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 방동사니를 억세게 만든 이 삼각형 구조 때문에 재미난 '친구짱구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삼각형 꽃대 끝에 퍼지듯이 달려 있는 방동사니 이삭은 마치 불꽃놀이 할 때 불꽃 모양 같다. 예전엔 그것으로 불꽃놀이 하는 것처럼 놀기도 했단다. 또 이삭을 머리에 꽂아 머리 장식을 하며 놀았단다. 건축 자재같이 억세고 딱딱해서 전혀 친근할 것 같지 않은 이 풀이 재미난 놀잇감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반가운 풀이 되어 주는 것이다. 작년 가을 방동사니 이삭을 한 묶음 잘라 책상 위에 꽂아 놓았다. 그게 한 해가 지난 지금도 그 모양 그대로 있다. 방동사니는 사람살이에 꼭 필요한 것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새들에게는 한겨울 견뎌낼 수 있는 소중한 먹이가 되어 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친구짱구놀이' 했던 풀이름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한 아이는 '잡동사니'로 기억해냈다. 또 다른 아이는 '동방신기'란다. 그런데 정말 '방동사니'란 이름 유래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