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_정진_70. 살룡제일국경(殺龍濟一國經), 보살 형제가 사자와 코끼리로 화하여 용과 싸우다 다함게 죽다
예전에 보살이 형제가 뜻을 같이하여 함께 도를 배웠다.
모든 부처님의 미치기 어려운 행을 사모하고, 경을 외우며 뜻을 해석하여 6도의 어둠을 열어서 인도하였다.
단련하여 속에 때를 없이 하고 지관(止觀)으로 고요히 정(定)을 닦았다.
매양 모든 나라에서 3존을 모르는 데가 있으면 곧 가서 교화하여 6도무극의 바르고 참된 묘행을 받들게 하였다.
그때 큰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은 도를 좋아하였으나 여러 요괴들이 유혹하여 사특하고 거짓됨을 가르치니,
온 나라가 그 풍교(風敎)를 받들어 다 못된 도를 섬기니, 바람과 비가 제때에 아니오고 요괴로운 일이 끊어지지 않았다.
보살 형제가 서로 말하였다.
“우리 본국은 3존의 교화가 행하여 사람마다 10선(善)을 품어서 임금은 어질고 신하는 충성하며, 아버지는 의롭고 아들은 효도하며, 남편은 미더웁고 아내는 절개를 지키며, 집집에 현명한 자가 있으니, 우리가 다시 누구를 교화할 것인가.
그런데 저 나라는 요괴한 것을 믿고, 교룡(蛟龍)이 있어서 백성을 잡아먹으니 슬피 울부짖어도 구원할 이가 없으니,
대저 뜻을 세워서 부처되기로 구함은 이러한 무리들을 위한 것이라.
도로써 교화하고 어짊으로써 깨우쳐야 하며, 교룡은 흉악한 독을 머금었으니, 우리가 꺾어야 하겠다.”
동생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죽이는 것을 흉학의 큰 것으로 경계하시고, 살리는 것을 인도(仁道)의 으뜸이라 하셨으니, 어찌 그렇게 해야 합니까?”
형이 말하였다.
“대체로 한 사람을 잔해하는 것은 그 죄가 백 겁에 뻗치지만, 용이 한 나라를 삼킨다면 항하사 겁을 마쳐도 그 재앙이 없어지지 않을 것을 나는 두려워한다.
구차스럽게 작은 맛과 순간의 이익을 탐하다가 태산지옥에서 태워지고 지져지는 허물을 보지 못하는 것을 나는 마음으로 슬퍼한다.
사람으로 태어남을 얻기 어렵고 불법을 듣기 어려우니,
용을 제거하여 나라를 건져서 3존의 6도무극 높은 행으로써 인도하면,
화는 실낱과 털끝 같고, 복은 하늘과 땅보다 크리라.
너는 코끼리로 화하여라. 나는 사자가 되리라.
두 목숨이 죽지 않으면 이 나라는 건지지 못하리라.”
그리고는 시방에 머리를 조아리고 맹세하였다.
“중생이 편안치 못한 것은 나의 허물이옵니다. 우리가 뒤에 부처가 되어서 마땅히 일체를 건지오리다.”
사자가 코끼리를 타고 용이 있는 데로 나아가니, 용이 곧 힘을 떨쳐 번개가 번쩍이고 뇌성이 진동하였으며,
사자가 뛰며 소리지르니, 용의 신령한 위업과 사자의 혁혁한 세력으로 대지가 진동하였고,
세 목숨이 끊어지니, 모든 하늘이 착함을 일컬었고, 어짊을 찬탄하지 않음이 없었다.
두 보살은 마침내 제4 천상에 태어났다.
한 나라가 목숨을 온전히 하니, 주검을 안고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이는 반드시 신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이렇듯 어질겠느냐?”
문도(門徒)들이 찾아다니다가 스승이 넓은 자비로 몸을 죽여 무리를 건지는 것을 보고는 애통하여 덕을 칭송하면서, 각각 또 나아가서 스승의 도화(道化)를 펴니,
왕과 신민들이 비로소 부처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온 나라가 모두 말하였다.
“부처님의 어지신 교화가 이렇게까지 거룩하시도다.”
두 주검을 장사지내면서 온 나라가 애통해 하였다.
왕이 곧 명령하였다.
“부처님의 6도무극과 10선을 받들지 않고 요귀를 섬기는 자가 있으면 죄를 들어서 권속도 함께 벌하리라[擧眷屬同].
이렇게 한 뒤로는 나라에 천 명의 사문이 있게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녔으며,
국내의 남자와 여자들이 다 청정한 신앙과 높은 수행을 하니,
사방이 편안하여 드디어 태평시대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형은 나였고, 아우는 미륵이었으며, 독룡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예지(銳志)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정진함이 이와 같았다.
[죄를 들어서 권속도 함께 벌하리라(擧眷屬同)”는 거란본[丹本]에는 “죄가 독룡과 같을 것이다(與★同)”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