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70. 바사닉왕, 늙음ㆍ병ㆍ죽음ㆍ쇠퇴의 제양을 벗어나는 법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해가 한낮이 될 무렵 수레를 타고 부처님 처소에 왔는데 몸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한낮에 이곳에 왔으며 몸에 먼지까지 묻어 있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국가의 일이 많고 온갖 사무가 복잡한데, 대강 처리하고서 부처님 처소에 오느라고 몸에 먼지가 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당신에게 묻겠으니, 당신 뜻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동쪽에서 오는데, 그는 천성이 정직하여 일찍이 속이거나 헛된 말을 하지 않아서 여러 사람에게 신망을 받고 있소.
그 사람이 만약 왕에게 말하기를,
‘지금 동쪽에 큰 돌산이 있는데 위로는 하늘까지 닿아 있고, 아래로는 땅까지 닿아 있습니다.
그 돌산이 동쪽으로부터 오는데 지나온 곳마다 식물 동물 할 것 없이 모두 다 꺾어지고 부수어지는데,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라고 말하오.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신망을 받는 이들도 또한 서로 말하기를,
‘지금 사방에서 큰 돌산이 한꺼번에 오는데, 어떤 구멍으로도 도피할 수 없어서 하늘과 용ㆍ사람ㆍ귀신들과 모든 생령들이 모두 다 부수어지고 멸망하나니,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라고 말하오.”
부처님께서 또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를 당하면 무슨 방편을 써서 그 재난을 벗어나겠소?”
왕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러한 때를 당해서는 다시 딴 방편이 없으니,
오직 불법만을 믿고 참다운 행을 수행할 뿐 다시 딴 방법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왕이 말씀한 바와 같소.
불법을 믿는 것 외에는 다시 딴 방법이 없는데, 대왕은 어찌하여 그러한 말씀을 하였소?”
바사닉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설령 관정(灌頂)의 의식으로 왕위를 받은 이가 코끼리 부대ㆍ기마 부대ㆍ전차 부대ㆍ보병 부대와 같은 전쟁 준비를 갖추었다 해도 그와 같은 큰 산과는 같이 싸울 수 없으며, 칼과 화살과 활과 창도 쓸 곳이 없습니다.
또 주술을 부리거나 돈과 재물을 바치더라도 그와 같은 일로는 어찌해 볼 수 없으며, 또한 명예를 구하고 힘을 겨루어서 이기기를 다툴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는 ‘마땅히 착한 법을 닦고 허망한 짓을 멀리하며, 불법을 믿는 것 외에는 다시 딴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그렇소이다, 대왕이여! 그렇소이다, 대왕이여!
늙음의 산은 한창의 나이와 왕성한 몸을 능히 파괴하며,
질병의 산은 온갖 건강한 것을 능히 파괴하며,
죽음의 산은 능히 온갖 수명을 파괴하며,
쇠퇴의 산은 능히 온갖 부귀영화를 파괴하고, 처자를 잃게 하고 권속을 여의게 하고 돈과 재물이 없어지게 하오.
대왕이여! 이 사방의 산이 세간을 파괴하면서 사람을 쫓아오나니,
실로 당신의 말처럼 오직 참다운 법을 닦아 행할 뿐이어서 불법을 제외하고는 다시 딴 방법이 없소.”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사방의 크나큰 산이
넓고 크고 깊고 두터움이 가이없어서
사방으로부터 한꺼번에 몰아온다면
겁내어 달아나도 피할 곳 없고
코끼리ㆍ수레ㆍ말ㆍ보병으로도 막지 못하며
주술과 재물로도 물리치지 못하네.
대왕이여! 이처럼 무상(無常)의 산은
늙고 병들고 죽고 쇠퇴하는 산으로서
온갖 중생을 남김없이 다 없애네.
찰리, 수타, 바라문과
나아가서는 하천한 진타라(眞陀羅)와
재가든 출가든 범행(梵行) 닦은 이와
계행을 온전히 하는 이부터 금기를 범하는 이까지
모두 다 남김없이 없애나니
이 때문에 슬기로운 이는 착한 일 닦아서
삼보를 높이고 복된 일 행하며
몸과 입과 뜻이 항상 청정하여서
현세에서는 이름 얻고 후생에는 천상에 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