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경요집 제14권
23.5. 악구연(惡口緣)
범부의 독은 치성하고 분노의 불은 항상 타오른다.
인연을 만나면 장애를 일으키고 경계에 부딪치면 성을 내게 된다.
그런 까닭에 말을 해서 한 번 성내면 입을 찌르고 마음을 태움으로써 앞에 나타난 사람을 손상시키나니, 그 아픔은 칼로 베이는 것보다 더하다.
보살의 선한 마음을 어기고 여래의 사랑의 가르침을 거스른다.
그러므로 『업보차별경(業報差別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추악한 말은 남을 괴롭히고
남의 비밀과 사생활을 드러내기 좋아하나니
억세고도 굳세어 조복(調伏)받기 어렵기에
염구(焰口)의 아귀(餓鬼)에 태어나고 만다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혹 어떤 아귀는 전생에 나쁜 입으로 추악한 말하기를 좋아하여 저 중생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므로 중생들이 더욱 미워하여 그를 보기를 원수처럼 한다.
이러한 죄악 때문에 아귀의 세계에 떨어진다.”
또 『법구경(法句經)』에서 말하였다.
“아무리 사문이라 하더라도 몸과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추한 말과 악한 말로 대부분 남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지혜로운 사람도 아끼지 않는다.
몸이 죽으면 정선은 떠나 세 갈래 세계를 윤전(輪轉)하면서 스스로 태어났다가 스스로 죽으며 그 받는 고뇌가 한량없으며 모든 부처님과 현성(賢聖)들의 사랑과 아낌을 받지 못하느니라.
가령 중생들이 몸에는 비록 허물이 없을지라도 구업(口業)을 삼가하지 않으면 역시 악한 세계에 떨어지느니라.”
그러므로 『논(論 : 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어느 때에 한 귀신이 있었다. 그 귀신은 머리가 돼지머리와 같았고 입에서는 냄새나는 벌레가 나왔다. 그러나 몸에는 금빛 광명이 있었다.
이 귀신은 전생에 비구였을 적에 악한 말로 손님으로 온 비구를 꾸짖었다.
그러나 몸으로 계율을 깨끗이 지켰기 때문에 몸에는 광명이 있었던 것이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였기 때문에 입에서 냄새나는 벌레가 나왔던 것이다.”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하였다.
“차라리 예리한 칼로 그 혀를 자를지언정 악한 말과 추잡한 말로써 세 갈래 악한 세계에는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또 『호구경(護口經)』에서 말하였다.
“과거에 가섭(迦葉)여래가 세간에 출현하시어 법을 설하고 가르침을 펴셨었다. 교화를 마치고 나서 무여니원(無餘泥洹)의 경계에서 반열반(般泹槃)에 들어가셨다.
그 후 어느 삼장비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을 황두(黃頭)라고 하였다. 여러 승려들이 타일렀다.
‘일체의 잡된 일에 그대는 간섭하지 말고 다만 모든 후학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미묘한 법을 설하십시오.’
그 때 삼장비구는 내심 그 말을 업신여기고 경멸하여 승려들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후학들에게 경전의 뜻을 설명하되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을 부를 때에는
‘코끼리 대가리야, 빨리 나오너라’라고 했고
다음 사람을 부를 때는
‘말 대가리야’라고 했으며,
그 다음에는 낙타 대가리ㆍ돼지 대가리ㆍ양 대가리ㆍ사자 대가리ㆍ호랑이 대가리 등 이와 같이 온갖 짐승들의 이름으로 불렀는데 그것을 이루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는 비록 경전의 뜻을 가르쳤으나 그 죄를 면하지 못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들어가 수천만 겁을 지내는 동안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다.
남은 죄가 미처 끝나기 전에 지옥에서 나왔으나 큰 바다 속에 태어나 물의 성질에 맞는 몸을 받았는데, 한 몸에 머리는 백 개나 되었고 몸은 지나치게 커서 다른 무리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다 달아났다.”
또 『출요경(出曜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였다.
존자 만족(滿足)이 아귀의 세계에 나아가 한 아귀를 보았다.
그 아귀의 형상이 추하고 더러워서 보는 사람마다 털이 곤두서곤 하여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아귀의 몸에서는 불꽃이 일어났는데 마치 큰 불덩어리와 같았고,
입에서는 종창의 벌레가 나왔는데 피고름이 흘러 냄새가 지독했기에 가까이 할 수 조차 없었다.
혹은 입에서 불을 뿜어내기도 했는데 그 길이가 수십 길이나 되기도 했고,
혹은 눈ㆍ귀ㆍ코와 신체의 마디마다 온갖 불꽃을 내었는데 그 길이가 수십 길이 되기도 하였다.
입술과 입은 거꾸로 드리워져서 그 형상이 마치 산돼지와 같고 신체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는 일 유순(由旬)이나 되었다.
손으로 제 폼을 긁어대면서 큰 소리로 울부짖으면서 동쪽 서쪽으로 치달리곤 하였다.
만족이 그 아귀를 보고 물었다.
‘너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지금 이런 고통을 받는가?’
아귀가 대답하였다.
‘내가 옛날에 출가하여 방사(房舍)를 연모하고 집착한 끝에 간탐하여 버리지를 못했습니다. 스스로 호귀한 족속임을 뽐내면서 더럽고 악한 말을 함부로 했습니다.
만약 계율을 잘 지키는 비구나 정진하는 비구를 보면 문득 또 꾸짖거나 욕설을 하였고 입을 삐죽거리고 눈을 흘기며 혹은 사납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차라리 예리한 칼로 스스로 그 혀를 자르고 여러 겁 동안 고통을 받을지언정 단 하루라도 정진하는 비구나 계율을 잘 지키는 비구를 꾸짖거나 비방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존자님이시여, 만약 염부제의 땅으로 돌아가시거든 나의 형상으로써 여러 비구들을 경계시키되, 입으로 짓는 허물을 잘 보호하여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계하십시오.
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을 보거든 그 덕을 생각하고 퍼뜨리라고 말하십시오.
나는 이 아귀의 몸을 받은 이래로 수십만 년이 지나도록 항상 이런 고통을 받고 다시 죽은 뒤에는 마땅히 지옥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통곡하고 땅에 몸을 내던졌는데 마치 태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하늘이 뒤집히고 땅이 엎어졌으니, 이것은 다 업의 허물 때문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어떤 장자의 아내가 아기를 갖게 되자 그의 몸에선 냄새가 나고 더러워서 도저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한 해가 거의 차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는 연결된 뼈만 앙상하게 서 있었는데 파리하고 수척하였으며 초췌(憔悴)하여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많은 대변과 소변을 몸에 바르고 태어났다.
나이가 점점 들어 어른이 되자 집 안에 있으려 하지 않고 똥이나 더러운 것만을 탐내고 즐기면서 그런 것들을 기꺼이 버리거나 여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부모와 여러 친척들도 싫어하여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를 쫓아내어 집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곧 밖에서 살면서 항상 똥과 더러운 것만을 먹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는 그로 인하여 염바라(嚪婆羅)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그러나 그도 부처님을 만나 출가해서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
과거 어느 세상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를 구류손(狗留孫)이라고 하였다. 그 때에 출가하여 절의 주지가 되었었다.
모든 단월(檀越)들이 많은 스님들을 목욕시키고 다시 향유(香油)를 그 몸에 발라 주었는데, 거기에 어떤 아라한이 있었다.
사찰 주지는 그 아라한을 보고 성을 내어 꾸짖었다.
‘그대는 출가한 사람으로서 향유를 몸에 발랐는데, 그것은 마치 당신의 몸에 똥을 바른 것과 흡사합니다.’
아라한은 그를 불쌍히 여겨 그를 위해 신통(神通)을 나타내었다.
사찰 주지는 그 신통을 본 뒤에 참회하여 사과하고 그 죄와 허물을 없애 주기를 원했다.
이렇게 욕설로 꾸짖은 인연 때문에 오백 생 동안 몸에서 항상 더러운 냄새가 나서 가까이 할 수가 없었고, 옛날에 출가하여 그를 향해 참회하였기 때문에 지금 나를 만나 출가하고 도를 증득할 수 있었느니라.”
이런 까닭에 중생들은 마땅히 구업(口業)을 조심하여 서로 꾸짖어 모욕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여러 비구들과 함께 비사리(毘舍離)를 향해 가던 중에 이월(梨越)이라는 강가에 이르렀다. 그 강에선 어떤 사람들이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물에 고기 한 마리가 걸렸는데, 한 몸뚱이에 백 개의 머리가 달려 있어 오백 사람이 잡아당겨도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때 강가에 소를 먹이던 오백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의 힘을 빌어 끌어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천 사람이 힘을 합해 끌어내자 비로소 물 밖으로 끌어낼 수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물고기를 보고 매우 괴상하게 여겼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려고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과 함께 고기가 있는 곳으로 가셔서 그 고기에게 물으셨다.
‘네가 바로 가비려(迦毘黎)이냐?’
‘그렇습니다.’
다시 그 고기에게 물으셨다.
‘너를 가르치던 스승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고기가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아비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아난(阿難)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그 인연에 대하여 부처님께 여쭈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 가섭부처님 때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한 사내 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을 가비리(迦毘梨)라고 지었다. 그 아이는 총명하여 널리 통달하였으며 다문(多聞)에 제일인자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그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고명(高明)한데 이 세간에서 다시 너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겠느냐?’
아들이 어머니께 대답하였다.
‘사문(沙門)은 매우 뛰어납니다.
나에게 의문이 생겨 사문에게 가서 물어보면 나를 위해 해설해 주어 나로 하여금 깨닫게 합니다.
그런데 그 사문이 저에게 물으면 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합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너는 지금 왜 그에게 법을 배우지 않느냐?’
아들이 어머니께 대답하였다.
‘만약 내가 그에게 배우려고 하면 마땅히 사문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속인이니 무슨 수로 그에게 배울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우선 거짓으로 사문이 되었다가 그에게 배워 통달하거든 집으로 돌아오너라.’
아이는 어머니의 분부대로 곧 비구가 되어 가지고 그에게 가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삼장(三藏 : 經ㆍ律ㆍ論)을 다 배워 통달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다시 아들에게 물었다.
‘이제는 이길 수 있겠느냐?’
‘아직도 이길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었다.
‘지금 이후로 만약 그와 함께 담론(談論)하여 혹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엔 욕설로 꾸짖어라. 그러면 네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뒤에 그와 토론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문득 욕설로 꾸짖게 말하였다.
‘너희 사문들은 어리석고 무식하여 머리가 마치 짐승의 대가리와 같구나.’
그는 온갖 짐승의 머리를 거론하여 비교하지 않은 짐승이 없었다.
이렇게 사 문을 꾸짖은 탓에 지금 고기의 몸을 받았는데 한 몸뚱이에 백 개의 머리, 즉 낙타ㆍ나귀ㆍ소ㆍ말ㆍ돼지ㆍ양ㆍ개 따위의 온갖 짐승들의 머리를 전부 다 갖추지 않은 짐승이 없었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는 어느 때에나 이 고기의 몸을 변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겁(賢劫) 동안에 천 부처님께서 지나가셨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이 고기의 몸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이런 인연 때문에 몸으로 짓는 업, 입으로 짓는 업, 뜻으로 짓는 업에 대하여 조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 『왕현책행전(王玄策行傳)』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였다.
비야리성(毘耶梨城)에서 일체 중생들이 고뇌하는 것을 보시면 곧 그들을 구제하시려고 애쓰셨다. 그리하여 그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시며 관찰하셨다.
그 때 계월타(鷄越吒)의 두 대중 총 오백 사람이 바라구말저(婆羅俱末底) 강에서 그물을 쳐서 마리(摩梨)라는 큰 고기를 잡았다. 그 고기는 머리가 열여 덟 개였고 눈은 서른여섯 개나 되었는데, 그 머리는 여러 가지 짐승의 모습이었다.
[이 밖의 일은 앞에서 말한 것들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그 고기를 위해 설법하셨다. 고기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서 곧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天上)에 태어나 천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문득 자기의 본래 몸이 큰 고기였었는데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탓으로 마침내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음을 관찰하여 알고는 곧 여러 가지 향ㆍ꽃ㆍ영락ㆍ보배 구슬을 가지고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 때 두 대중들도 다 발심하고 허물을 뉘우쳐서 곧 구말저(俱末底)강 북쪽 일백 걸음 남짓한 데에서 고기잡는 그물을 불살라 그 재를 구리병에 담아 땅에 묻고 법을 설하셨던 곳에 탑을 세웠다.
거룩한 그 형상은 엄연(儼然)하여 지금까지도 남아 있으며 조각의 장식은 모두 법다워서 그 탑을 보는 사람이면 모두 착한 마음을 내었다.”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의 일이었다.
바사닉왕(波斯匿王)의 아내 말리(末利) 부인이 딸 하나를 낳았는데, 그 딸의 이름은 금강(金剛)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얼굴 모습이 매우 추하게 생겼고 신체는 거칠고 깔깔하여 마치 뱀의 피부와 같았으며, 머리털은 거칠고 뻣뻣하여 흡사 말꼬리와 같았다.
왕은 그 딸을 보고 불쾌하여 칙명을 내려 궁중 깊숙히 가두어 두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녀는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어 결혼할 때가 되었으므로 왕은 신하 한 사람을 보내 사윗감 한 명을 찾아보게 하되, 본래 호족(豪族)으로서 지금은 가난한 사람을 찾아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런 사람을 찾아 데리고 오도록 하라.’
그 신하는 왕의 칙명을 받고 나서 그런 사람을 찾아 가지고 왕에게 데라고 왔다. 왕은 그를 데리고 은밀한 곳으로 가서 가만히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본래 호족이었는데 지금은 가난하다고 들었다.
나에겐 딸 하나가 있는데 얼굴 모습이 너무도 추하게 생겼다.
그대가 받아들이면 매우 다행스럽겠다. 대신 내가 너희들이 살아가는 비용을 다 공급해 주겠다.’
그 때 이 가난한 사람은 꿇어앉아 왕에게 아뢰었다.
‘설사 대왕께서 개를 하사하시면서 데리고 살라고 해도 감히 거절하지 못하겠거늘 더구나 대왕님의 딸로서 말리(末利)부인의 소생을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그에게 딸을 아내로 주고 그들을 위해 집을 지어 주었는데 문을 일곱 겹으로 만들고 왕은 사위에게 부탁하였다.
‘방에 가두어 굳게 잠가 두고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여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왕은 재물을 내어 딸과 사위에게 공급하되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하였으며 사위를 대신으로 임명하였다.
그 뒤에 여러 호귀(豪貴)한 사람들이 함께 모인 큰 연회가 있었다. 그 연회에 참석하는 법에 반드시 아내와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각기 아내를 데리고 왔는데, 오직 이 대신만 혼자서 아내를 데라고 오지 않았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저 사람의 부인은 혹 너무도 단정하든지, 혹 너무도 추악하게 생겼든지 하여 나타날 수 없어서 데라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에 다시 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함께 짜고 은밀하게 그에게 술을 자꾸 권하여 취해 눕게 하고는 문 열쇠를 풀어가지고 다섯 명의 사람을 보내 그의 집에 가서 살펴 보게 하였다.
그의 집에 이르러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자 그 부인은 남편이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내심 스스로 가책을 느껴 괴로워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남편에게 깊숙한 데 갇히어 해와 달도 보지 못하는가?’
그리고는 곧 지극한 마음으로 멀리서 세존께 예배하고 기원하였다.
‘바라옵건대 부처님이시여, 자비한 마음으로 저에게 오셔서 잠깐이나마 이 고액(苦厄)에서 저를 구원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그녀의 뜻을 아시고 곧 그녀가 있는 앞의 땅 속에서 솟아나와 감색 머리[紺髮]의 모습을 나타내셨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부처님의 머리 모습을 보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환희하자 그녀의 머리칼로 저절로 감청색(紺靑色)으로 변하였다.
부처님께서 점점 얼굴을 나타내시자 여인은 마음이 갑절이나 기뻤고 그로 인해 얼굴도 단정하게 회복되었다. 그녀는 다시 거칠었던 피부까지 저절로 변화하여 사라졌다.
부처님께서 온몸을 다 나타내시어 그녀로 하여금 다 보게 하시자 그녀는 더욱 더 기뻐하였고 그로 인해 신체의 단정함이 마치 천녀(天女)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곧 그를 위해 갖가지 법요(法要)를 설하시자, 그녀는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였다.
부처님께서 떠나가신 뒤에 다섯 사람이 들어가서 그녀의 짝할 이 없을 만큼 단정한 모습을 보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난 뒤에 다시 문을 닫고 돌아와서 열쇠를 그 남편의 몸에 본래대로 매어 놓았다.
그 남편이 집에 돌아와 부인의 모습이 단정해진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부인이 남편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당신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말하였다.
‘당신은 전에 몹시도 추악했었는데 무슨 인연으로 단정하기가 이러합니까?’
부인이 곧 남편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자세히 말해 주었다.
그리고는 남편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대왕님을 뵙고 싶으니 당신은 부디 나를 위해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그러자 남편이 달려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따님께서 지금 와서 대왕님을 뵙겠다고 합니다.’
왕이 사위에게 대답하였다.
‘그런 일은 말도 꺼내지 말고 속히 가서 문을 굳게 잠그고 그녀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
사위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따님이 지금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입어 갑자기 단정한 얼굴로 변하여 천녀와 다름이 없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사람을 보내 맞아해 오게 하였는데, 딸의 단정한 모습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그녀를 데라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이 여식이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호귀(豪貴)한 집에 태어났으며, 또 모습은 왜 그리도 추악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세에 바라내국(波羅奈國)에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항상 한 벽지불(辟支佛)을 공양하였습니다.
그 벽지불의 신체는 몹시도 누추하게 생겼었습니다.
그 때 장자의 집에 어린 딸이 있었는데 벽지불을 보고 악한 마음으로 꾸짖어 말하였습니다.
‘얼굴 모양은 추악하고 더러우며 몸의 피부도 추악하며 밉살스럽기 그지없구나.’
그 때 벽지불은 열반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곧 신통력을 나타내어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렸었습니다.
그러자 그 소녀는 그것을 보고 나서 즉시 자책하면서 참회하고 빌었습니다. 그녀는 과거에 벽지불을 꾸짖었기 때문에 태어날 때마다 항상 추한 모습으로 태어났고 다시 참회하였기 때문에 지금 단정하게 되었으며, 벽지불에게 공양하였기 때문에 호족(豪族)의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그지없는 쾌락을 누렸던 것입니다.’”
또 『흥기행경(興起行經)』에서 말하였다.
“석가(釋迦)는 과거에 나쁜 말로
‘가섭(迦葉)같이 머리 벗어진 사문에게 무슨 불도(佛道)가 있겠느냐?’라고 하였으므로
지금 여섯 해 동안 하루에 참깨 한 알과 쌀 한 톨과 콩 한 개씩만 먹는 고행(苦行)이 이와 같았느니라.”
또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말은 어리석고 마음 또한 억세어
부드럽지 못하고 착한 말이 없으면
항상 악한 말과 이간질할 마음 품게 되고
남을 좋고 이롭게 할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는 것마다 분명하지 못해서
악을 간직하여 마음 속에 두나니
마치 재로 숯불을 덮은 것과 같아서
발로 밟으면 사람의 발을 태운다.
그러나 함께 이야기할 때 언제나 부드럽고 온화하며
남의 말을 잘 순종하여 따르고
말과행동이 서로 맞으면
몸과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네.
비유하면 좋은 꽃이 피는 나무는
맺는 열매도 달고 맛이 있듯이
불ㆍ세존께서 말씀하신 해탈(解脫)이란
바로 마음과 입의 모습이라네.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였다. 왕사성(王舍城) 안에 어떤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재산과 보배가 한량없어서 이루 다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의 아내는 열 달이 차서 곧 아이를 낳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아이가 쉽게 나오려 하지 않았고, 또 거듭 아이를 배어 열 달이 차서 한 아이를 낳았는데 먼저 밴 아이는 오른쪽 옆구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와 같이 차례로 아홉 아이를 배어 각각 열 달이 차서 모두 낳았으나 오직 맨 먼저 밴 아이 하나만은 그대로 태 안에 있어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 어미는 병환이 극심해져 온갖 탕약(湯藥)을 다 쓰면서 스스로 치료해 보았으나 병은 조금도 덜하거나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그 부인은 집안 사람들에게 이렇게 부탁하였다.
‘내 배 안에 아이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이제 만약 끝내 나오지 않거든 꼭 내 배를 가르고 아이를 꺼내 잘 길러다오.’
그 어미는 그 때 병환을 고치지 못하고 곧 그대로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
그러자 모든 친속들은 그 시체를 운반하여 무덤을 쓸 곳에 나아가 큰 의사 기바(耆婆)를 청해다가 배를 가르고 아이를 꺼냈다.
그 어린 아이의 형상은 그대로였으나 머리카락이 작고 수염은 하얗게 되었으며 허리를 구부린 채 곱사등이처럼 걸으면서 사방을 돌아보고 여러 친척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나의 전생의 몸이 악한 욕설로 여러 스님들을 꾸짖었기 때문에 이 숙장(熟藏) 가운데 있으면서 육십 년을 지내는 동안 이런 고뇌를 받았는데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든 친족들은 듣고 나서 절규하며 슬피 울면서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 때 세존께서 멀리 계시면서 이 아이의 선근이 이미 무르익었음을 아시고 여러 대중들을 데리고 그 어미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어린아이에게 타일러 말씀하셨다.
‘네가 바로 장로 비구더냐?’
‘진실로 그렇습니다.’
두번 세번 이와 같이 물으셨으나 똑같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 때 여러 대중들은 이 어린아이가 부처님께 대답하는 것을 보고 각각 의혹을 품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지금 이 늙은 아이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뱃속에 있으면서 머리털이 희어지고 허리를 구부리고 곱사등이 걸음으로 다니며, 또 여래와 더불어 서로 문답을 나누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겁 중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를 가섭(迦葉)이라 하였다.
또 여러 비구들도 여름 안거(安居)에 들어갔다.
대중 스님들이 서로 의논하여 나이가 가장 많은 한 비구를 뽑아 승가의 유나(維那)로 삼고 함께 규정을 만들었다.
〈이 여름 안거 동안에 도를 증득한 사람만이 함께 모여 자자(自恣)할 수 있고 만약 도를 얻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자자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유나만은 유독 도를 얻지 못했으므로 스님들이 다 그에게만 포살(布薩)ㆍ자자(自恣)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 유나 스님은 마음으로 고뇌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 혼자 당신들을 위하여 스님들을 뒷바라지하는 일을 운영하고 관리하여 당신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도를 닦게 하였는데도 이제 와서 다시금 자자와 포살ㆍ갈마(羯磨)를 허락하지 않는군요.〉
곧바로 화를 내어 대중 스님들을 꾸짖고 잠시 후에 스님들을 끌고 들어가 방 속에 가두고는 이와 같이 외쳐대며 말하였다.
〈당신들로 하여금 항상 어둡고 깜깜한 곳에 있게 하여 광명을 보지 못하게 하되, 지금 내가 이 어두운 방에 있는 것처럼 하리라.〉
이와 같은 말을 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목숨을 마친 뒤에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당했으며, 지금에야 비로소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태 안에 있으면서 이런 고통을 받은 것이다.’
여러 스님들이 이 설법을 듣고 나서 각각 세 가지 업을 단속하면서 나고 죽음을 싫어하여 네 가지 사문의 과위를 얻었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벽지불(辟支佛)의 마음을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무상보리(無上菩提)의 마음을 내기도 하였다.
그 때 여러 친속(親屬)들은 다시 이 늙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양육하였다. 나이가 점점 들어 어른이 되자 그를 출가시켰고, 그는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과거에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였고 또 유나가 되어 스님들의 일을 경영 관리하였기 때문에 지금 나를 만나 출가하여 도를 얻었느니라.’
비구들이 그 말을 듣고 난 뒤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정보송(正報頌)을 말한다.
악한 말은 독화살과 같아
물건에 맞추어 상처를 입히면
지옥에서 문을 열고 기다리나니
그는 확탕(鑊湯)지옥에 떨어지리라.
혀를 끊어 스스로 먹게 하고
고초가 혹독하여 생각으론 헤아리기 어려워라.
만약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다면
입을 삼가하는 것이 무엇이 해로우리.
습보송(習報頌)을 말한다.
악한 말은 거스르고 저촉되는 일이 많고
지옥에 들어가면 불에 태워지게 된다.
인간 세계에 태어나면 남은 과보가 있어
도리어 칼날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설령 서로들 어떤 담론(談論)이 있어서
서로 다투고 송사하다 남의 원한을 산다고 해도
과거의 과보를 즐거운 마음으로 받고
악을 고치는 사람 정말로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