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신곡 20(수국, 재즈) : 비에 젖은 수국 Rain-soaked hydrangeas
비는 기억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비에 젖은 수국’은 그런 모순적인 감정에서 시작된 곡입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느 비 오는 밤 갑자기 떠오르듯, 사람의 감정도 수국의 색처럼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같은 꽃인데 토양과 시간에 따라 색이 달라지듯, 우리의 마음 역시 같은 사랑 안에서도 조금씩 다른 빛깔로 변해갑니다. 그 미묘한 변화의 순간들을 재즈라는 장르 안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수국은 가까이에서 보면 아주 화려하고 풍성한 꽃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슬픈 분위기를 품고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특히 비에 젖은 수국은 선명함과 흐릿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꽃잎은 더 짙어지는데, 경계는 오히려 흐려지는 모습. 그 장면이 관계의 변화와도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랑이 깊어진다고 해서 언제나 선명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까워질수록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 곡은 바로 그런 ‘변해가는 감정의 결’을 조용히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음악적으로는 재즈 특유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재즈는 정답처럼 정확하게 흐르기보다, 순간의 감정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고 변주됩니다. 그 흐름이 사람의 마음과 무척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곡에서는 멜로디가 지나치게 뚜렷한 방향으로 달려가기보다는, 마치 빗물 위로 번지는 색처럼 천천히 퍼져나가도록 구성했습니다. 피아노와 브러시 드럼, 콘트라베이스와 색소폰이 서로 대화를 나누듯 흐르며, 말하지 못한 감정의 여백을 채워주기를 바랐습니다.
가사 속 화자는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붙잡으려 하기보다, 변해버린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그 사랑이 변해가는 과정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켜봐야 했다는 점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곡이 단순한 이별의 노래로만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변한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으로 흘러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비가 내린 뒤 수국의 색이 달라지듯, 우리의 감정도 새로운 시간을 지나며 다른 빛깔을 갖게 됩니다.
‘비에 젖은 수국’은 결국 변화에 대한 노래입니다. 붙잡을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순간들, 흐려지기에 더 오래 남는 기억들.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노래를 듣는 분들이 각자의 ‘비 오는 기억’을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걷던 젖은 거리, 말없이 흘러나오던 음악, 끝내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이루는 하나의 색이 되어 남아 있다는 것을, 이 곡이 잔잔하게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에 젖은 수국 Rain-soaked hydrangeas’ 가사
Rain falls slowly tonight
Blue hydrangea in the dark
흐려진 기억들 사이로
Jazz keeps playing low
창가에 번진 빗물 자국
희미하게 흔들리는 neon light
한때는 선명했던 우리의 말들도
지금은 젖은 종이처럼 번져가
너는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조금 멀어 보였어
수국빛 거리 위를 걷던 밤
우린 이미 달라지고 있었지
파란색이었다가
보랏빛으로 변해가는 마음
붙잡으려 할수록 더
낯설어져 가는 sign
비에 젖은 수국처럼
우리도 변해가네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들이
다른 색으로 흐려져
Blue hydrangea rain
떨어지는 기억들
재즈처럼 자유롭게
끝내 흩어지는 밤
씨디 속에 맴도는 trumpet sound
낮게 울리는 contrabass
말없이 잔을 돌리던 너의 손끝
그 침묵이 더 아팠어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조금 더 솔직해진다 했지
하지만 우리는 끝내
진심 대신 웃음만 남겼네
어제와 오늘 사이
조금씩 달라지는 눈빛
익숙했던 향기마저
천천히 멀어져 가
비에 젖은 수국처럼
우리도 변해가네
영원할 것 같던 장면들이
물 위로 번져가듯
Blue hydrangea rain
흐릿해진 memory
재즈처럼 예측 없이
마음을 흔드는 밤
새벽 두 시의 piano line
텅 빈 거리의 blue moonlight
돌아갈 수 없는 계절 속을
우린 느리게 헤엄쳐
사랑은 왜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조용히 색을 바꾸며
멀어지는 걸까
비에 젖은 수국처럼
나도 변해가네
너를 잊지 못한 마음들이
다른 이름이 되어
Blue hydrangea rain
끝나지 않은 refrain
재즈처럼 자유롭게
아직 흐르고 있어
Rain falls slowly tonight
수국빛 기억들 사이
너의 이름은 아직도
젖은 밤에 남아
꽃 신곡 20-1(수국, 재즈) : M 비에 젖은 수국 Rain-soaked hydrangeas
https://youtube.com/watch?v=6WRSOlr9wEs&si=nwsmx81wIUf42qDj
꽃 신곡 20-2(수국, 재즈) : F 비에 젖은 수국 Rain-soaked hydrangeas
https://youtube.com/watch?v=BFm4VXtqhlM&si=ZxxK9v-Y_Lfzbr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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