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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통신언어| 교육관련자료
대영중학교 채월숙 선생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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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C통신, 인터넷 등의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컴퓨터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청소년들은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 숙제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하며 친구들의 편지를 확인하고 학교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 말 그대로 ‘생활’이다.
이렇게 생활이 된 컴퓨터에 사용되는 언어가 통신언어인데, 우리는 통신을 하다보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이에 이 보고서에서는 청소년들이 통신언어를 사용하는 실태를 조사해 보고, 문제점을 파악하여 적절한 지도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가. 실태
통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어의 모습을 7가지 정도로 요약해 보았다.
(1) 줄임말이나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경우
겜방(게임방), 월욜날 음악셤을 치거든여(월요일 날 음악시험을 치거든요), 해씀다(했습니다) 짐(지금), 잼업(재미없다), 남친(남자친구), 여친(여자친구), 어섭쇼(어서 오십시오), 방가(반갑습니다), 짐(지금), 금(그럼), 믄(무슨), 마니(많이), 글죠(그렇죠), 추카<ㅊㅋ(축하), 조아(좋아), 시러(싫어)
(2)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경우
낼만나서얘기하는게어때?(내일 만나서 얘기하는 게 어때?), 할말두없어(할 말도 없어), 헌글을쓰능뒈다듈익얼외계언어樂호하더군효(한글을 쓰는데 다들 이걸 외계언어라고 하더군요.)
(3) 애교스러운 음성을 담은 자음 “ㅇ”을 쓰는 경우
넘행(너무해), 고파서링(고파서), 신청합니당(신청합니다), 놀아야징(놀아야징), 하졍?(하지요?), 갑니당(갑니다), 군뎅딴님덜두오션넹(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오셨네), 잉따㉮ 나왕셔 봉씨닷(있다가 나와서 보자)
(4) 은어를 쓰는 경우
중딩(중학생), 고딩(고등학생), 범생(모범생), 잠수(대화방에 접속한 상태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것), 벙개(급하게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것, 번개), 님아(이름 대신 상대방을 부르는 말), 설녀(서울에 사는 여자)
(5) 각종 기호와 한자를 섞어 쓰는 경우
“㉯ ㉯ 납 별 뉨 ⓔ 는 ⓔ 렇 퀘 글 쓰 능 高 ☆ 로 ㉯ 뽀 게 생 각 안 훼. 乙 ⓔ 튄 구 들 도 ⓔ 퀘 쓰 능 뒈 언 어 ㉺ 괴 ㉱ 高 생 각 안 훼.”(나 별님이는 이렇게 글 쓰는 거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우리 친구들도 이렇게 쓰는데 언어파괴라고 생각하지 않아)
“㉡┫집ⓔya?¿”(너 집이야?)
(6) 비속어, 욕설을 쓰는 경우
“미 친 촌 딱 ! 쉐 갸 ~ 갈 궈 . . ”
“개 같 다 . 씝 할 무 슨 병 싄 같 은 게 있 어 야 지 .
나 죽 고 싶 다 .
진 짜 누 구 든 지 위 로 좀 해 줘 .
올 엣 만 에 와 서 이 딴 말 짓 걸 인 나 도 미 칭 년 이 다 .
휴 , , 씝 할 죽 으 면 종 나 조 을 것 같 다 .
계 속 잠 만 자 니 까 .
휴 . . . . ”
(7) 감정 표현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경우
T_T 우는 얼굴
^0^ 만 족 해~
-_-; 죄 송(?)
{{>-<}} 추 워
^-^* 꽃 미 소
(?.?) 황 당 해
(^.*) 너 찍 었 어
*.* 놀란 얼굴
-_-a 쑥스럽구만
^^;; 앗! 실수...
$_$ 돈이 필요해
&&---&& 줄다리기
나. 문제점과 지도방안
이러한 현상을 그들만의 문화이며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고, 서로 공감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청소년들의 이러한 문화현상은 단순히 즐기는 유행으로 끝나는 데서 문제점이 커지는 것 같다. 그러면 청소년들의 통신언어에 있어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지적해 보고 그에 따른 지도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자.
첫째, 의사소통의 단절을 초래한다.
과거에는 통신상에서 대화의 효율성을 위해 인사말을 '방가', '하이루' 등의 말을 썼지만 지금은 이러한 줄여 쓰기의 단계를 넘어선 지가 이미 오래다. 한자와 특수문자 등을 남용하고, 상대방을 부를 때 '00님아'로 일관하여 존대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또,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쓰거나 소리나는 대로 쓰는 등 이러한 언어파괴현상은 특히 10대들 사이에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언어파괴현상이 사이버상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사회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10대들이 통신용어를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쓰기도 하고, 잘못된 언어에 많이 접하다 보니 맞춤법도 수두룩하게 틀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이러한 언어파괴현상이 세대간의 대화를 단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언어파괴현상이 주로 10대들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이러한 문화에 익숙치 않는 기성세대들은 10대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세대간의 의사소통 단절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까지는 10대들의 언어파괴현상을 막기 위한 방법은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언어 파괴 현상을 막기 위해서 청소년의 언어생활 계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중매체 감시 활동과 방송이나 PC통신, 인터넷 사이트들이 계몽광고를 내는 등 언어파괴 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익명성으로 무책임한 말과 행동이 난무한다.
상대편이 나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험악한 욕설을 쓰기도 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은 채 함부로 말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사이버 공간상에서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지만 이것이 습관화되면 무의식화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언어라는 것은 '약속과 책임' 이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공동체 의식을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판단력을 갖춘 대학생 정도라면 통제 가능하나 어린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미친다면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통신상에서 줄임말로 빨리빨리 쓰거나 화면이 안 뜬다고 클릭을 반복하는 이런 현상은 일상생활에까지 이어져 기다릴 줄 모르는 성격으로, 책임감 없는 성격으로 우리의 정서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인격과 성품, 생활 그리고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언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하나의 언어 폭력이며 자신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비속어나 욕설은 스스로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허위 비방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통신을 할 때에도 반드시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즉 통신예절을 지켜야 함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 말 우리 글이 사라진다
우리의 한글은 창제된 이후부터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음과 모음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이렇게 언어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상에서는 외국어와 외래어의 남용, 자신들끼리만 통하는 은어, 맞춤법 무시, 각종 한자와 기호를 사용한 정체불명의 언어들, 발음 나는 대로 글자를 쓰고 있다. 그러한 현상을 보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한참 한글을 배우고 익숙해져야 할 나이에 정확하고 바른 한글보다는 통신언어를 우리말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말이 여태껏 변화해 왔듯이 미래에는 통신언어의 일그러진 말들이 우리말로 인식될 것이다.
문제는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우리말이 전혀 순화되지 못한 채 당연한 듯 사용되며, 잘못된 우리말 사용이 무슨 유행인양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발전을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 아이 들이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뒤처졌다는 느낌을 갖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은어를 따라하고 있고, 일부는 새롭고 자극적인 말을 만들어 내어 이것을 친구사이에 퍼뜨리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알면서도 모른 척 방관할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변형된 언어의 사용은 올바른 한글 사용에 저해가 됨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며, 우리의 독창적이고도 자랑스러운 언어인 한글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한글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해야 한다. 많이 사용하는 게시판이나, 홈페이지에 표준어법의 언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해야 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말 사용하기 운동과 함께, 그러한 풍토와 분위기를 꾸준히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 결론
이상으로 통신언어의 모습과 그에 따른 문제점, 지도방안을 살펴보았다. 앞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한 번에 뿌리 뽑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맞춤법을 무시해 표기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우리말 사용하기 운동에 이르기까지 사이버 공간에 확산시켜 나간다면 우리의 사이버 언어문화도 점차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 마라'식의 일방적 강권보다는 다 같이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효과적인 대안과 끊임없이 순화안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