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부피 단위- 고체
성경의 단위 중 부피의 단위는 고체와 액체를 측정하는 단위가 구분되어 있다. 먼저 ‘고체’의 부피 단위에 대해 알아보자. 고체를 잴 때 쓰이는 용어에는 갑, 오멜, 스아, 에바, 호멜 등이 있다. 이는 구약시대 사용하던 도량형으로, 신약성경에는 코이닉스, 모디오스, 사톤과 같은 용어로 기록돼 있다.
구약성경의 부피 단위갑(Cab)
갑(קַב, Cab)은 히브리어로 ‘빈 그릇’이라는 뜻으로서 오목한 그릇을 가리킨다. 갑은 구약시대 이스라엘에서 고체를 측량할 때 사용하던 단위이며 1.2ℓ에 해당한다. 반 되 정도의 양이다. 성경의 부피 단위 중 가장 작다. 성경에는 열왕기하 6장에 한 번 언급되어 있다.
아람 사람이 사마리아를 에워싸므로 성중이 크게 주려서 나귀 머리 하나에 은 팔십 세겔이요 합분태 사분 일 갑에 은 다섯 세겔이라 (열왕기하 6:25)
사마리아는 항상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 악을 행했다. 그런 사마리아는 아람의 군대에 의해 포위당하고 말았다. 성이 포위되자 성안에 있는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나귀 머리’, 비둘기의 배설물인 ‘합분태’를 먹으며 생명을 유지했다. 합분태가 실제 비둘기 똥이 아니라 이와 비슷하게 생긴 식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하튼 당시 합분태 사분 일 갑은 0.3ℓ의 적은 양이었는데 이것이 5개월치 급여만큼이나 비싸졌다. 그마저도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이 생겼고 결국 사마리아 성안에서는 인육을 먹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알려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오멜(Omer)
오멜(עֹמֶר, Omer)은 ‘보리 한 묶음’이라는 뜻으로 구약시대 하루분의 양식이다. 1오멜은 2.2ℓ에 해당하며 에바의 10분의 1, 그리고 1되와 같은 양이다. 무게로는 2.2kg가량이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명하시기를 너희 각 사람의 식량대로 이것을 거둘지니 곧 너희 인수대로 매명에 한 오멜씩 취하되 각 사람이 그 장막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취할지니라 하셨느니라 이스라엘 자손이 그같이 하였더니 그 거둔 것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나 오멜로 되어 본즉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기 식량대로 거두었더라 (출애굽기 16:16~18)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 당시 양식이 없어 굶주림에 허덕일 때 하나님께서 만나를 내려주셨다. 일곱째 날 안식일을 제외한 6일 동안 백성들은 매일 아침 만나를 거둘 수 있었다. 만나를 거둘 때 주의할 것은 각 사람이 먹을 만큼만 거두는 것이었다. 즉 1인당 1오멜만 거둬야 했다.
스아(Seah)
스아(סְאָה, Seah)는 ‘세아’로도 번역되어 있다. 주로 가루나 곡식을 측량할 때 사용하는 단위다. 1스아는 7.3ℓ로 4되에 해당한다.
여호와께서 마므레 상수리 수풀 근처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니라 ··· 내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음을 쾌활케 하신 후에 지나가소서 ··· 아브라함이 급히 장막에 들어가 사라에게 이르러 이르되 속히 고운 가루 세 스아를 가져다가 반죽하여 떡을 만들라 ··· 아브라함이 또 짐승 떼에 달려가서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취하여 하인에게 주니 그가 급히 요리한지라 (창세기 18:5~7)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을 때 온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대접했다. 이때 사용한 고운 가루 3스아는 약 22ℓ의 양이다. 오늘날 팬케이크 하나를 만들려면 밀가루가 0.3ℓ(300㎖) 정도 소용된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3스아는 70개 이상의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에바(Ephah)
성경의 부피 단위 중 에바(אֵיפָה, Ephah)는 ‘바구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 바구니에 넣을 정도의 양이며 스아와 마찬가지로 가루나 볶은 곡식 등을 재는 단위다. 약 22ℓ에 해당한다. 12되와 같은 양이다.
네가 단 위에 드릴 것은 이러하니라 매일 일 년 된 어린양 두 마리니 한 어린양은 아침에 드리고 한 어린양은 저녁 때에 드릴지며 한 어린양에 고운 밀가루 에바 십분 일과 찧은 기름 힌의 사분 일을 더하고 또 전제로 포도주 힌의 사분 일을 더할지며 한 어린양은 저녁 때에 드리되 아침과 일반으로 소제와 전제를 그것과 함께 드려 향기로운 냄새가 되게 하여 여호와께 화제를 삼을지니 (출애굽기 29:38~41)
하나님께 매일 드리는 제사를 이름하여 ‘상번제’라고 한다. 아침과 저녁에 드리는 이 제사에는 일년 된 어린양과 고운 밀가루 에바 10분의 1과 기름, 포도주를 드린다. 에바의 10분의 1은 2.2ℓ로 1되가량의 양이다. 무게로는 2.2kg 정도인 셈이다.
호멜(Homer)
호멜(חֹמֶר, Homer)은 성경의 부피 단위 중 최대 단위로 약 230ℓ에 해당한다. 히브리어 호멜은 ‘당나귀’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1호멜은 당나귀가 한번에 질 수 있는 양을 말한다. 주로 밀과 보리의 양을 잴 때나 메추라기의 양을 잴 때도 사용했다. 오늘날 쌀 한 가마의 무게가 80kg인데 이는 리터로 환산하면 약 180ℓ다. 호멜이 230ℓ이므로, 1호멜은 쌀 한 가마 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백성이 일어나 종일 종야와 그 이튿날 종일토록 메추라기를 모으니 적게 모은 자도 십 호멜이라 그들이 자기를 위하여 진 사면에 펴 두었더라 (민수기 11:32)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먹이기 위해 내려주신 것은 만나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위해 메추라기도 보내주셨는데, 적게 모은 자도 10호멜이었다고 하니 그 양이 얼마나 방대했는지 알 수 있다.
신약성경의 부피 단위되, 코이닉스(χοινιξ)
한글개역성경의 부피 단위 중 하나인 ‘되’는 헬라어 ‘코이닉스(χοινιξ)’를 옮겨놓은 말이다. 헬라의 부피 단위로 약 1.2ℓ다. 현재의 1되(1.8ℓ)보다 조금 작다.
내가 네 생물 사이로서 나는 듯하는 음성을 들으니 가로되 한 데나리온에 밀 한 되요 한 데나리온에 보리 석 되로다 또 감람유와 포도주는 해치 말라 하더라 (요한계시록 6:6)
말, 모디오스(μοδιος)
예수님께서 빛의 역할에 대해 하신 말씀 가운데 ‘말’이 등장한다.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취느니라 (마태복음 5:15)
여기에서 ‘말’은 동물 말(Horse)이 아니다. 헬라어로 모디오스(μοδιος)인데, 고체의 부피를 잴 때 사용했던 바구니(Basket)를 가리킨다. 이 말씀을 공동번역에서 살펴보면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두는 사람은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오늘날의 됫박 역할을 했던 ‘말’이라는 부피를 측량하는 도구를 가리킨 것이다. 말의 부피는 약 8.7ℓ로 오늘날의 1말(약 18ℓ)보다는 10ℓ 정도의 차이가 있다.
말, 사톤(σατον)
예수님의 천국에 대한 가르침 속에도 부피 단위인 ‘말’이 등장한다.
또 비유로 말씀하시되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 (마태복음 13:33)
비유 속에 나타난 ‘말’은 헬라어 부피 단위인 ‘사톤(σατον)’을 번역한 말이다. 약 12ℓ로 가루 3말은 36ℓ의 많은 양이다. 적은 누룩으로 많은 양의 가루를 부풀게 한 것처럼 천국 소망은 우리의 믿음을 부풀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