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북소리 / 奇德文(淸谷宇德)
둥, 둥, 둥둥둥 북소리 울린다
서산에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내려오는데
태극기를 앞세우고
영정에 여대생은 해맑게 웃고 있다
태극기에 덮인 주검이 그 뒤를 따른다
오로지 북소리만 장엄하고 비장하다
행렬은 태풍 앞의 고요처럼 엄숙하고
그 고요를 북소리가 홰치고 진군한다
둥, 둥, 둥둥둥 북소리 울린다
하늘이 내려왔나
새들이 날지 못한다
사람들이 걷지 못한다
성호를 긋고 합장하고 절을하고
얼굴을 싸맨다
피가 거꾸로 흐른다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나는 뛰쳐나가야 한다
나를 부른다
둥, 둥, 둥둥둥 북소리 울린다
사람들이 하나 둘 행렬을 따른다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묵묵히 비장한 발걸음 뿐이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화산 뿐이다
서방시장 앞에서 목놓아 울더니
말바우시장 앞에서 발 뻗고 땅을 친다
이제 행렬은 북망산천 망월묘지로 향하고 있다
새들도 나래 접고 보금자리 찾는데
구름도 바람에 실려 산마루에 모이는데
아이들도 엄마 젖을 물고 잠을 자는데
♡오월 영령들께 삼가 명복을 빌며 이 글을 바칩니다.🙏🙏
1980년대 5월 어느 날 해질 무렵에 둥둥 북소리 앞세우고 장의행렬이 서방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영정에 여대생은 해맑은 모습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발을 떼지 못했다.
세상은 조용하고 엄숙하고 비탄에 빠졌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고 5월이면 더욱 슬프게 한다.
80년 5월은 그렇게 원통하고 슬펐다.
*1980년 5월16일 밤에 나는 광주서석초등학교 숙직실에서 숙직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옆 전남도청에서 훤한 불빛이 보이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 구호를 웨치는 소리 등 큰 함성이 들리고 으쌰으쌰 떼지어 달리는 무리의 동작이 보이는듯 하다.
이제 전운이 감돌고 비감한 느낌이 든다. 무엇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쌓인다.
그리하여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수심에 젖었다.
첫댓글 '오월의 북소리'는 2020.5월에 써 놓았던 시입니다.
오늘은 코로나19 백신 주사 맞는데 정신을 쓰다가 깜박하고 시 배달이 늦었습니다. 참 미안합니다.^^^
다시금 오월의 아픔이 밀려옵니다.
淸谷의 아픔이 절절히 녹아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