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영어 절대평가 실시에 대한 의견 (2142015 안미경)

[안미경]

 올해 중3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년도 수능에서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치러질 예정이다. 표준점수나 백분위점수에 의해 서열을 정하는 상대평가와 달리 일정한 점수를 받으면 만점을 받게되므로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등수경쟁이 감소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를 반기는 입장에서는 고교단계의 영어 사교육비 감소효과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그동안 수능 영어는 변별력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난이도가 상승했고 이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나 역시 영어교육을 학교교육만으로 충분하도록 난이도를 조정하고 수능 시험을 위한 문제풀이식 공부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영어가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험생들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고난도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야 하는 무한경쟁을 해야하고, 쉬우면 쉬운대로 한 문제라도 실수를 할까봐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영어 시험의 절대평가가 제대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많다.

  우선, 수능은 본질적으로 학생의 선발을 목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이기 때문에 학생의 실력을 변별해 합격. 불합격 여부를 가려야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별도의 대책없이 영어 절대평가제가 되면 영어 외의 과목과 점수합산이 불가능해지고 국어나 수학 같이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과목의 사교육이 늘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풍선효과'로 불리는 영어 외 과목의 사교육을 막기 위해서는 난이도를 낮추거나 최소한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영어 절대평가를 시작으로 수능 시험 자체를 절대평가로 바꾸고 대학입시를 학생부 종합평가 전형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어 절대평가가 실시되면 변별력 약화를 빌미로 대학이 독자적으로 별도의 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 그리고 영어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 수능 외의 영어점수를 요구하거나 영어 에세이나 영어 면접 등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교육 당국에서 막지 못한다면 오히려 영어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영어는 단순한 대입과목이 아니다. 흔히 '대학을 잘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고, 평생 편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할만큼 영어는 현대를 사는 생존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부는 영어과목의 사교육비가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사교육문제 해법 차원에서 근시안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큰그림을 보고, 현재 수능시험에 문제가 있다면 보다 종합적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2014. 9. 26. 30면 영어 절대평가 해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