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순의 <손자병법, 동양의 첫 번째 철학자> / 원진호
■ 손자병법의 핵심은 불태(不殆)다. 그래야 장생할 수 있다. 손자는 오나라 합려의 군사고문이 되어 초나라를 정복하는데 일조했다. 그의 병법은 국가의 안위가 목적이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춘추시대 말기로 열국경쟁체제에서 전쟁이 일상이었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 승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국가를 위태롭지 않게 건사할 수 있을까? ■ 신중해라 손자는 싸우기 전 이기라 했다. 승산이 없으면 붙지 마라했다. 어떻게? 우선 상대를 묘책으로 먼저 제압하고 그 다음 외교로, 안 되면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군사 행동에 들어가지 전에 충분히 계산하고(五事七計), 사전에 정보(다섯가지 유형의 간첩을 활용)을 충분히 확보하라 했다. 이기는 군대의 다섯 가지 조건(知,全,無,先.善)에 우리 군이 합당한지 점검하고,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오계(勝戰五計)를 분석하라 했다. ■ 싸운다면, 장수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형벌권을 줘 부하들을 장악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적들에게 세를 뺏겨서는 안 된다. 아군을 철저히 감추고 적군을 노출시켜야 한다. 그래서 속여야 한다. 성동격서, 암도진창이 그 예다. 적을 드러내는 방법에 책지,작지,형지,각지가 있다. 아군의 전술은 피실격허,이실격허,공기무비,출기불의가 있다. ■ 신속하게 싸움은 오래끌어 승리하는 것 보다 차라리 단기전으로 지는 게 나을 수 있다. 장기전은 국가의 경제력을 소진하고 권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승리했다 하더라도 나라가 위태하면 의미가 없다. 궁구하되 일단 계획이 섰으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적들보다 앞서 유리한 지형을 선취한다. 병사들의 사기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 정공과 유격을 병행한다. 보이지 않는 무력으로 적을 제압한다. 아군의 부대를 온전케 유지하며 승리하라. 부전승은 당연히 좋다. 공성전은 하지 마라.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졸속의 전쟁이 최상이다. ■ 因사상 손자는 상황논리자였다. 도덕과 양심,인과 겸애같은 도덕 가치에 목숨을 걸지 않았다. 적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대칭적 사유’를 강조하고 전략적 관점을 유지했다. 그와 동시에 현장에서 적용하는 ‘창의와 혁신’이 졸속의 전쟁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자는 因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因은 ‘조건을 파악한다. 인식한다’는 의미이다. 인리이제권(因利而制權)이란 말이 있다. 인리는 ‘나에게 어떠한 상황과 조건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파악하는 것’이다. 제권은 ‘임기응변으로 맞서라는 것’이다. 손자의 이러한 因사상은 상앙과 한비자등의 법술지사에 계승되었고, 노자가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因에 대비되는 것은 유가와 묵가가 주장한 仁사상이다. 후자는 조선의 유학으로 계승되었다. 하지만 본토 중국 사람들의 정서는 명철보신 세계관으로 손자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 병법서는 인문학 36계에 부저추신(釜底抽薪)란 말이 있다. ‘가마솥 아래의 장작을 치운다’는 뜻이다. 이는 ‘상대방이 단순히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보려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로움과 해로움을 판단하는 가치 기준과 사고 과정, 그리고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사회 환경과 문화,제도까지 보라는 것’을 의미한다. 손자는 대칭적 사유와 전략적 사고, 창의와 혁신을 주장했다. 인간적인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궁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손자의 인식론적 방법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인문적 태도에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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