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 공항 청사를 나온 다음 나는 일행들과 함께 나리타공항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모든 표시는 일본어와 한자뿐이다. 그나마 나는 한자를 조금 알고 영어로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해서 괜찮게 생각했다. 문제는 일본인들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의사 소통이 과연 제대로 될지였다.
일본 나리타 공항 주차장에는 노란 선 안쪽으로 보행자도로라고 한자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이게 인천공항에 과연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일본은 철저한 보행자 중심이지만
우리나라 웬만한 공항 주차장에는 보행자도로 표시가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일본의 주차장 문화를 배워야 할 듯 하다.
과거 수신사나 신사유람단 같은 사람이나 아니면 친일파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부족한 점을 절실히 배우고 고쳐야 할 것이다.
우리 일행이 탈 차는 기아자동차 중형 버스 코스모스 닮은 차다.
창문은 3-window 방식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4-window 방식일 텐데...
특히나 일본은 고상형 버스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고상형 버스가 없다.
그나마 내가 본 고상형 버스는 작년 부산 모터쇼때 봤던 차다.
대우버스에서 만든 BH120F 차량을 고상형으로 개조하고 화장실 설치한 버스가 전부다.
그런데 일본에는 그런 차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내가 타는 차는 후소사에서 만든
우리나라로 치면 코스모스 닮은 차량이다.
일본에 오니 엔화가 자동적으로 원화로 계산되는 진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저거 우리 돈으로 얼마다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여기다가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뒤에 있던 한 학생이 물어봤다.
"형은 왜 앞자리에 앉아요? 좀 같이 앉지"
"나 이 버스 시속 몇 밟는지 좀 보려고 그래."
"왜요?"
"혹시나 이 버스 과속하는지 보려고. 난 과속하는거 좋아하거든."
여기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과속하기로 유명한 천일고속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는데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서 그 때부터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그 많은 학생들이 학교 교과서보다 교과서 외적인 사항
(특히 철도, 항공기, 버스, 카메라, 승용차 뿐만이 아니라
국도, 고속도로의 커브길, 단속 카메라 위치, 사고위험이 큰 장소, 상습 지체되는 구간
서울-부산, 서울-목포/여수 등등의 철도 노선에 있는 역의 개수, 지하철역의 정차역,
어쨌든 남들이 잘 모르는 세부적인 사항까지 줄줄이 꿰는 것등)
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이해 보인다. 내가 그랬다.
일본의 도로는 좌측통행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윽고 버스는 지바현을 향해 달려간다. 날씨는 궂었다. 구름이 많이 껴서 시야가 어둡다.
도로교통으로 보면 일본은 거울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좌측통행이니 우회전 할때는 신호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교차로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관광객이 행여나 차가 필요해서 일본에서 렌트카를 빌릴 경우
이 좌측통행 방식이 우리나라와 정반대라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어쨌거나 약 1시간 달려서 들어온 곳은 지바 톨게이트다.
버스였기 때문에 "ETC전용"이라고 된 곳을 통과한다.
버스는 서서히 속력을 줄이면서 그 곳을 지나가는데
무인 통과 장치라 닫혀있던 차단기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나는 넌지시 요금표를 보았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150엔이다.
고속도로를 1시간 달렸는데 1,150엔이라니!!! 우리나라 같으면 2-3천원 하는 곳이
일본에서는 11500원 넘는다는 소리가 아닌가??
잠시 달리다가 보니 교바센 고가 선로가 나타났고 내가 탄 관광버스는
교바센(京葉線) 고가 아래를 통과한다. 잠시 뒤에 지바 해변이 어렴풋이 보이고
그 사이로 마린스타디움이 나타난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우리 일행은 지바스타디움을 돈다.
지바스타디움에서 JR 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이버스는 굴절버스다.
그런데 값이 유난히 비싸다. 약 15분 운행하는데 180엔이었다.
이런 버스는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경기장과 지하철역 혹은 버스터미널 철도역을 이어주는 버스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서울은 잠실야구장 옆에 종합운동장 역이 있고, 월드컵경기장에는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이 있다.
인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야구장, 축구장에는 문학경기장 역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는 없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는 그게 아니다. 사직야구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 동래역 아니면 온천장 역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직야구장과 동래역을 이어주는 버스는 없는 실정이다.
이건 대구, 광주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역을 연계하는 버스가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경기장 문화의 문제점인 것이다. 유료로 운행해도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일본에는 이렇게 잘 되어 있는 것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일본 지바마린스타디움에는 이승엽 선수의 롯데 입단 이후에 각종 포스터나
주차장 표지가 한글로 표기되었다. 영어, 일본어, 한국어가 표기되었다.
롯데마린스 관계자를 일행들이 만났다. 물어보니 이승엽 선수는 2군으로 내려가서
경기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행들이 처음에는 어차피 이승엽이나
구대성이나 볼 수 없으니 그냥 가자는 생각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이승엽 선수가 있는 2군 홈구장인 사이타마로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승엽 선수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그냥 지바 마린스타디움 바로 아에 있는
지바 해변에 들어갔다. 백사장이 참 깨끗해서 좋았다. 물도 푸르고 어디 하나 흠 잡을 곳이 없다.
바람이 역시 많이 분다. 오죽하면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지...
말로만 듣던 지바스타디움의 역풍을 체험했다. 바람이 바다 쪽에서 분다.
따라서 지바 스타디움은 타석에서 공을 때릴 때 역풍의 영향을 받게 된다.
외야석이 지바 해변을 정확히 향하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역풍인 것이다.
하지만 같이 여행오신 분 중에 나이 지긋한 분께서 8시까지 시간 된다고 했다.
나와 일행은 통역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통역 가이드는 입장료가
회사에서 나온 돈이라서 다른 곳에 쓰게 되면 회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왔으니 한 번 야구장에 들어가기로 하고 표를 샀다.
표 값이 너무 비쌌다. 지정석이 4개 종류가 있었는데 SS석은 5천엔, 내가 들어간 S석은 4000엔,
A석은 3000엔, B석은 2400엔이다. 여기서 안 끝난다. 내야석은 2200엔, 외야석은 1500엔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는 지정석 8천원(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때는 1만원이라고 한다)
일반석 5천원, 외야석 3천원이라고 한다. 어린이회원의 경우는 500원이라나...
여기에 비하면 얼마나 비싼지를 실감한다.
여기서 경기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는 롯데마린스 상품을 쇼핑하기 시작했다.
나는 팬북하고 이승엽 선수의 사인볼, 책받침 등등 보이는 상품은 다 샀다.
약 3천엔 정도 나왔다. 팬 북이 1280엔, 사인볼이 750엔 등등...
좀 더 두둑하게 챙겨 나왔다면 더 샀을지도 모르겠다.
배가 고프니 요기 좀 할 겸 우리는 고로케를 샀는데 고로케 한 덩어리에 150엔이다.
그래도 고로케는 먹을만하다. 그런데 도시락을 샀는데 엄청 비싸다.
돈까스 들어간 아주 간단하게 채운 도시락이 800엔이요, 맥주 한 컵에 600엔이다.
한참동안 우리 일행은 맛있게 도시락을 먹었다.
지바 스타디움은 반 돔구장이다. 가운데가 열려 있는 것 빼고는 전부 지붕이라
관중은 아무리 비가 내려도 비를 맞지 않는다.
경기시작 30분 전이다. 이 때 1루석에서는 롯데마린스 보비 발렌타인 감독이
팬사인을 하고 있었다. 나도 이에 뒤질세라 나갔는데 내 차례가 거의 다 되어갈때
발렌타인 감독이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딴 선수로 바뀌었다.
하는 수 없이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6시 정각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나온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일행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난 사람은 나 혼자다.
"일어들 나세요. 지금 일본국가 나오잖아요."
"야. 한국 사람이 일어날 필요가 뭐 있냐? 그냥 앉아 있자. 저기 앉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 때 얼굴이 빨개졌다. 한국사람이 일본 국가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어도 분위기상 일어나지 않으면 면박 당할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면박이 없다 해도 이는 한국 사람으로서의 대외 이미지가 깎일 수 있는 일이다.
일본 사람이 우리 일행이 한국인임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한국 사람들을 욕할 것인가?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기미가요가 끝나고 곧이어 선수 소개가 나온다. 오릭스 1번타자 등장이다.
경기는 시작되고 외야석에는 오릭스 연고지인 고베에서 원정온 서포터들이 나팔을 불며 응원한다.
3회가 끝나갈 무렵 일행은 모두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인 도쿄를 향해 달려간다.
야마노테선을 옆으로 하고 나란히 나있는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간다.
JR 철도가 지나가는 것도 보였다. 이 곳은 전철화 되어 있어서 그런지
전동차가 많다. 우리나라 지하철 1호선이나 2호선 닮은 차들이 많다.
몇 계 차량인지는 몰라도 일본 JR 차량을 보니 우리나라보다 복잡해 보인다.
어느 덧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