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탐라문화제 제주어말하기대회
고등부 우수
비양도가 어디로 간덴 햄서?
한림고등학교 : 김성범 김남이 천윤재 문애나 (지도교사 강수연)
노인 어른 하나가 더위에 지친 듯 담벼락 그늘에 앉아서 비양도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어촌계장이 지나가다가 보고 인사한다.
봉필이 : 아이고 어르신! 거기 앚앙 ᄇᆞ름 건불렴수광? 날씨가 너미 덥수다 양~?
노인 : 응? 뭐센 ᄀᆞᆯ암서? ᄌᆞ냑 먹엇이녠?
봉필이 : 어르신도 참! 날씨가 너미 덥덴마씀.
노인 : 어... 비양도에 간 매느리가 와사 ᄌᆞ냑 먹을 거여마는... 어디래 감서?
봉필이 : 예, 나도 ᄇᆞ름 건불리젠 허연 영 나왓수다마는... ᄇᆞ름도 안 불고...
나도 바당에 퐁당 들어갓이민 좋켜마는... 에구 덥다.
노인 : 난 작산 어른이 어린아이덜추록 바당에 들어강이네 물장난허젠 햄서?
봉필이 : 아이구 더우난 허는 말입주게... (혼자말 하듯) 원~ 날씨도 참.
이 때 지나가던 관광객 한 사람이 어촌계장에게 묻는다.
관광객 : 저 말 좀 묻겠습니다.
봉필이 : 예, 경헙서. 무신 걸 물어보젠 햄수과?
관광객 : 저 앞에 보이는 섬 이름이 무엇입니까?
봉필이 : 예, 비양도랜 헌 섬이우다.
관광객 : 비양도라...?? 저 섬 때문에 해수욕장이 참 보기 좋으면서도 안정감있게 느껴집니다.
봉필이 : 게메마씀. 여기 선지터 해수욕장이 저 비양도허고 어우러졍 이시난 그 가치가 더 나는 것은 사실인디...
(화난 표정으로) 에이 그놈이 케이블칸가 뭔가 허는 것 따문에... 복장 터정이네...
관광객 : 케이블카?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봉필이 : 아~ 글쎄... 돈 지체 못허영 허는 타지 사름들이
뜬금엇이 이디서부터 저 비양도ᄁᆞ지 케이블카를 놓앙이네 관광사업을 허켄 허난마씸.
관광객 : 케이블카 설치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유명 관광지마다 다 케으블카를 설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봉필이 : (버럭 화를 내며) 거 무신 말씸이우꽝?
지넨 지네대로 거 무신 환경영향평간가 뭔가 ᄒᆞ연 아무 문제도 엇덴 햄주마는
ᄆᆞ을 사름들의 동의도 엇이 그게 그냥 막무가내로 밀어부쳥 뒐 일이라마씀?
관광객 : 당연히 여기 사시는 분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죠...
흠.. 그러고 보니까 여기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자연경관에도 문제가 될 것 같고...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봉필이 : 나 말이 맞주 양? 저 사름들이 학술적으로다 이거니 저거니 허멍 주장해도
수십 년을 살아온 우리가 더 잘 알주.
우리가 뭐센 ᄀᆞᆯ으민 귀 기울영 들어줘사 허는 거 아니라마씀?
노인 : 아이고~ 봉필이 아시야! 무신거 때문에 입에 거품 물엄시니? 저 사름이 니 욕햄시냐?
봉필이 : 거품 물기는 무사 거품 물어마씸?
케이블카 얘기만 나오민 부애가 용심ᄌᆞ꼬띠서 확 일어나부난 허는 소립주.
노인 : 비양도에 간 매느리 아니와부난 저냑 못 먹엇저게... 경허덴 허영 너미 용심내지 말라.
봉필이 : (귀먹은 노인 귀에다 대고 악을 쓰듯이) 삼초온~!
용심내는 거 아니라마씨~임. 모르민 ᄀᆞ만 이십서어.
버렁이 마을 부녀회장인 순덱이 어멍이 등장한다.
순덱이 어멍 : 아이고 덕남이 하르방허고 어촌계장님 아니우꽈? 이디서덜 뭐 햄수광?
봉필이 : 우리사 이디서 ᄇᆞ름 건불렴주마는... 순덱이 어멍은 어디 갓단 왐서?
순덱이 어멍 : 나사 갯창 앞이 강이네 바당 지키당 왐수다마는...
해수욕 온 사름덜이 깅이허고 보말 잡노랜 갯ᄀᆞᆺ디 돌 다 일러불엉이네 속상허영 죽어지쿠다.
그런디 오멍 보난 무사 왕왕작작허는 소리가 들련게 무신 용심난 일이 잇수과?
봉필이 : 왕왕작작은 무신...?? 비양도 케이블카 놓는 얘기 허당이네 그만 흥분해불언...
순덱이 어멍 :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대들듯이) 케볼카가 무신 거 마씀?
아니 그 사름덜 다시 케볼카 얘기 꺼냄수과?
저번이 ᄆᆞ을 부녀회에서 그만큼 ᄆᆞ을 사름덜 뜻을 전달햇이민 알아먹어사주.
우리 말은 귓구녁에 담아놓지도 안허곡! 또 뭐시라?
이 때 순덱이 어멍이 우두커니 서서 비양도를 바라보고 서 있는 관광객을 흘낏 쳐다본다.
순덱이 어멍 : (싸울 기색으로 노려보며) 아니, 요 사름도 비양도 케볼카 때문에 온 사름이꽝?
모감지를 자바네 바당더래 콱 빠촤불게.
봉필이 : (황급히 순덱이 어멍 입을 막으며) 아.. 아 아니우다게. 이디 놀러 온 관광객마씸.
관광객 : (웃으며) 예, 저는 서울서 휴가차 내려 온 사람입니다.
여기 해수욕장하고 멀리 보이는 비양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정신 놓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순덱이 어멍 : 예에, 아이고 미안허우다게. 난 그것도 모르고 그놈이 케볼카 때문에 내려 온 사름인가 ᄒᆞ연...
관광객 : 괜챦습니다. 아~ 뭐 그렇게 착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봉필이 : 경헌디 양, 순덱이 어멍... 케볼카가 아니라 케이블카라고 해야 맞아마씸.
순덱이 어멍 : (발끈하여 삿대질하며) 케볼카든 개아덜놈이던 그게 무사 중요헌거꽈?
어촌계장님은 벨 것 가지고 트집잡암수다.
저번이 우리 부녀회에서 케볼카 설치반대 데모헐 땐 코빼기도 안 비치던 양반이...
봉필이 : (어촌계장도 화가 난 듯이 언성을 높이며)
이 아지망이 무사 영 감정적으로 사름 복장을 박박 긁어놓젱 햄수가?
나가 뭐센 부애질르는 소리라도 해서마씀?
관광객 : 아이구. 다투시지 마십시오. 동네 사람들끼리 다퉈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순덱이 어멍 : 게메마씸. 케볼카 얘기만 나오민 서로덜 흥분허영 싸움박질만 뒈니...
이게 무신 조환지 모르커라마씸.
게나저나 관광 오신 분 앞이서 미안허게 뒈엇수다. 오늘 어디 ᄌᆞᆷ 잘 곳은 정해졋수과?
관광객 : 예, 저는 오늘 중으로 서귀포로 가야 합니다.
순덱이 어멍 : 아이고 경허민 ᄒᆞᆫ저 가사컹게마씸.
관광객 :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봉필이 순덱이 어멍 함께 : 예, 구경 잘 허곡 재미지게 놀당이네 잘 갑서 양~
봉필이 : (약간 머쓱한 표정으로 순덱이 어멍을 바라보며)
순덱이 어멍... 이거 생각해 보난 관광 오신 분 아피 너무 부치러운 꼴만 보인 거 ᄀᆞ튼게.
어쨋거나 내가 미안허이.
순덱이 어멍 : (호들갑스럽게 손사래치면서) 아이고 거 무신 말씀 햄수과? 아랫사름인 나가 미안헙주.
봉필이 : 기엉 ᄀᆞᆯ아주난 고마운게. (은근한 목소리로) 오늘 ᄄᆞ라 순덱이 어멍이 너미 곱드글락허게 보염저.
순덱이 어멍 : (눈을 흘기며 그러나 싫지 않은 듯이) 이 아지방 보라게.
남팬 이신 나헌티 무신 작업거는 소리 햄수광? 경허당 동네 우세 납니다양.
노인 : 무신 말덜 햄서? 우리 매느리 아직도 비양도서 안 와부난 저냑은 나중이사 먹으커라.
봉필이 : (노인 귀에다 대고 장난스레) 어르시인~ 매느리는 비양도허고 ᄇᆞ름낭이네 집이 아니 온덴마씸!
노인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사 비양도가 어디로 간덴 햄서?
봉필이 : 비양도가 가긴 어디 가마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 하듯이) 세월이 흐르다 보민 사름덜이 가고...
세상 인심덜이 벤ᄒᆞ는 겁주... 비양도야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잇는 거 아니우꽈...
노인 : 기엉 헌디. 무사 우리 매느리는 비양도를 경 좋아허영 아지ᄁᆞ지 올 생각도 아니 햄신고?
배 고판 죽어지켜게.
순덱이 어멍 : 아이고 우리 덕만이네 하르바앙, 나이 잡수곡 더위 잡수곡 정신ᄁᆞ정 잡숴불엉
바당 물질 간 매느리 타령만 허고 이시난 이 노릇을 어떵 허코.
노인 : 비양도가 가불민 안 뒐텐디...??? 선지터 앞바당이 휑 허니 비어불문 어떵 헐 거라...???
(조금 있다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그런디 비양도가 어디 간덴 햄서?
봉필이 순덱이 어멍 함께 : 아이고!! 못 말리는 우리 하르방.
ᄒᆞᆫ번 비양도민 영원한 비양도라마씨임!! 비양도가 어딜 갑네까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