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아수라장(阿修羅場)
보름 전에 내린 눈이 아직까지 흩뿌려진 흰떡 부스러기처럼 군데군데 남아 있는 근교 산의 등산로는 따사로운 햇살을 유감 없이 받은 곳은 맨땅으로 감촉도 포실하고 부드러운 비단길 같지만 그렇지 못한 응달받이는 천덕꾸러기처럼 얼음판을 방불케 하여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산객의 엉덩방아 찧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그리고 발걸음이 닿지 않은 비탈진 응달받이는 쌓인 흰눈이 아직까지도 발목을 덮을 만큼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있습니다.응달받이의 묵은 눈까지 죄다 해결하려면 꽤 오랫동안 따사로운 햇살이 필요하겠지요.
비단길에서는 오만과 자만을 경계해야 하고,위험스럽고 미끄러운 산길은 낮은 자세와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필요합니다. 항차 세상살이라면 거듭되는 언급이 구차스러울 지경이지요.안락함과 행복함을 주는 양지 바른 길과 고난을 안겨주는 험상궂은 응달받잇길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락함과 풍요로움은 으레 오만과 자만을 잉태하는 법입니다.그러므로 고통과 불안의 응달받잇길과의 사이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아의 깊숙하고 내밀한 세계에서 이 두 가치가 아수라장처럼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구촌 동유럽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해를 넘기며 소강상태를 보이는 기색이지만 장기전을 위한 잠시잠깐의 숨고르기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의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 포격과 우크라이나의 대응 포격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러시아는 이쯤에서 종전을 원하고 있는 분위기 같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빼앗긴 영토를 되찾지 못한다면 휴전이나 종전을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세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국가와 러시아 지지국가로 편이 갈려 있는 모습입니다.미국과 EU를 비롯한 자유민주 진영이 우크라이나 측이라면 중국 이란 북한 등의 전체주의 국가들은 러시아 편입니다.지구촌의 이러한 진영간의 아수라장(阿修羅場) 같은 갈등과 다툼은 새해에도 변함이 없을 전망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내 상황도 여전하게 갈등과 다툼으로 정국의 시끄러움은 끊임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뒤를 이어 윤석열 정부가 취임을 한 지 어언 반 년이 지났지만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전국 지자체 선거를 치뤘기 때문일까요? 정가의 관례처럼 이어오던 허니문 기간은 언감생심이고, 여소야대의 정치권은 정글처럼 치열한 정쟁으로 영일이 없었지요.대통령이 취임을 하면 으레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서너 달은 언론도 대개 호의적으로 보도하고 야당도 겉으로는 대통령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취하곤 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신임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개 50%쯤이나 많으면 70%까지 지지를 받으며 달콤한 기간을 보내기 마련이었지요.
그러나 그러한 달콤한 시간을 맛보지도 못하고 곧바로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정쟁의 정글 속으로 막바로 빠져든 것입니다.게다가 평생 검사노릇만 역임한 윤 대통령이니 정치감각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겠지요.정치감각은 무디고 거칠어 언행은 비교적 부드럽지 못합니다.자연스레 여야 관계는 파열음만을 주고 받는 상황이 연일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지요.그렇지만 정국 경색의 일차적 책임은 집권 여당에게 있습니다.그러나 피장파장,5년만에 정권을 다시 차지한 여당 국민의힘에게 아량이 필요하다면 5년만에 정권을 빼앗긴 더불어민주당도 그동안의 실정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겠지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기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는 호기롭게 출발을 했었지요.최순실과 관련된 국정농단 등과 세월호 참사가 불씨가 되어 탄핵으로 쫓겨난 박근혜 정부를 힘 하나 안 들이고 차지한 권력이니 호기로움이 기세등등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권력의 두둑한 갑옷과 무기를 장착한 검찰을 앞세워 전임 정권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스타트로 새 정부의 첫 발을 떼기 시작합니다.그러나 기세등등은 머지않아 부동산 사태로 주춤거리더니,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일관한 조국 (전)법무부 장관 부부의 행태(조국 사태)가 시나브로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인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는 한순간 누더기꼴로 전락이 됩니다.
미상불, 연이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조국사태'는 불공정하고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열기로 점화가 되어 윤석열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 되었지요.무릇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내고 어렵사리 집권당으로 돌아온 국민의힘은 박근혜 정부가 몰락한 원인과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하며 국정을 이끌어야 하고,민주당도 5년만에 정권을 내준 무능함과 오만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과 점검이 필요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작금의 여야 모두는 그러한 과정조차 무시하고 상대에 대한 흠집잡기와 말꼬리 잡기 등의 하찮은 가십거리로 국회의원직을 더럽히고 있는 아수라장 같은 상황이 꼬리를 물고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탈원전 정책과 공무원 월북몰이,그리고 탈북어민 불법 북송 문제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여러 건(件)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검찰수사 등이 핵심의 목줄을 조이고 있습니다.이렇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여야가 대치상황으로 영일이 없는 가운데,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휴전선 사이에서 무력을 과시하며 으르렁거리고,대한민국의 정가에서는 여야가 서로 상대방의 굴복을 강요하려는 말싸움으로 조용할 틈이 없습니다.더군다나 정치권의 갈등과 다툼은 그들만의 리그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야 하는데,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영호남 사람들을 갈라치기 하여 자기들 싸움에 들러리를 세우려 합니다.
그동안 사이좋게 지내왔던 영호남인들 사이를 온갖 술수를 동원하여 갈라치기 하여 정치적 이득을 차지하려는 것이지요.민족은 남북으로,국민은 영-호남으로,그리고 보수와 진보로,좌파와 우파로 패를 지어 서로를 비난하고 증오합니다.이러한 갈등을 선동하고 조장하는 여럿 중의 선두는 역시 여의도 정가의 현직 국회의원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적 가성비로 따지만 형편없지요.연봉은 1억 5천여 만원에 성형외과 의사를 제치고 액수로는 선두의 대접이고, 보좌관 두어 명과 비서 너덧을 더 수하에 거느리고 있는 데,그들의 월급도 죄다 세금으로 해결이 되니 국회의원 한 명당 2,3억원의 세금을 축내는 셈입니다.
일반 기업이라면 연봉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면 연봉이 깎이거나 직위의 강등과 퇴직까지 각오할 지경이지요.능력은 부족하고 행색은 소속 정당 지도부의 거수기 노릇에 불과한 주제에 상대당과의 정쟁에서는 선두에서 행동대원을 불사합니다.차기 총선에서의 공천을 위한 무능력 의원의 발버등은 아닌지요.어두운 곳은 본체만체하고 밝은 불빛으로만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이기심만 가득합니다.차제에 가성비가 턱없이 부족한 국회의원들의 퇴출을 기원합니다.기실 이러한 상황이 거듭되는 정당이라면 의원직 숫자는 50% 이상을 줄여도 정국 운용에는 별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그날이 올 때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아수라장 같은 꼴을 오롯이 참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20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