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우리네 밥상에서 사랑받는 단골 반찬이다. 국과 찌개에 조연 역할을 도맡아 하는 두부가 전남 화순에 가면 밥상의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검정콩의 영양이 듬뿍 담긴 흑두부는 수육과 어우러져 삼합으로 태어나고, 빛깔 고운 색동두부와 포두부보쌈은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퓨전 요리가 된다. 화순의 맛있고 색다른 두부 요리로 톡톡 튀는 건강밥상을 만나보자.
흑두부와 수육에 7가지 양념을 더한 흑두부보쌈
지금까지 먹었던 평범한 두부는 잊어라, 달맞이흑두부
화순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군 유적지와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 등 문화유산과 청정 자연을 느긋하게 돌아보는 ‘테라피’의 고장이다. 특히 흑염소와 흑두부, 다슬기 등 화순에서 생산되는 블랙푸드는 청정 지역 화순의 자랑거리다.
흑두부보쌈
블랙푸드 중에서도 흑두부는 검은콩의 맛과 영양이 듬뿍 담겨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화순의 대표 음식이다. 물 맑고 공기 좋은 화순은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밭이 많고 콩을 이용한 두부 음식점이 많다. 시골집 뒷마당 가마솥에서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두부처럼, 매일 아침 만드는 수제 흑두부는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
깻잎장아찌에 싸 먹는 흑두부보쌈
도곡온천으로 가는 길에 고풍스럽게 잘 지은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흑두부 전문점인 ‘달맞이흑두부’다.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서 흑두부를 만드는 전통 방식을 10년 넘게 고수해오고 있다. 무안 염전에서 난 깨끗한 천일염으로 간수를 맞추는 가마솥 흑두부는 일찌감치 특허 출원도 마쳤다.
우리나라 최초의 흑두부 전문점인 달맞이흑두부
흑두부는 대두로 만든 두부보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요즘은 검은콩 가격이 비싸 어쩔 수 없이 대두와 섞어 쓰지만, 그래도 검은콩이 넉넉히 들어가서인지 거무스레한 빛깔을 띠며 차지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검은콩은 질 좋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불포화지방산과 아미노산을 함유해 성장기 아이들의 발육 촉진에 좋고, 여성의 피부 노화와 갱년기를 예방하고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 달맞이흑두부 식당의 양주승 사장에게 두부는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는 최고의 음식이다. 어릴 적 부엌에서 직접 두부를 만드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고단한 작업을 마다않고 가족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사랑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흑두부를 만들기 위해 가마솥에 콩물을 끓인다
맛깔스럽게 무친 나물과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이 나온다. 나물을 넉넉히 넣은 보리밥은 직접 띄워서 끓인 청국장을 한 국자 넣고 쓱쓱 비벼 먹어야 제맛이다.
달맞이흑두부
매일 새로 담근다는 생김치와 흑두부와 돼지수육이 나오는 흑두부보쌈은 아삭하게 절인 배춧잎에 세 가지 재료를 싸 먹는 맛이 환상이다. 부드러운 두부와 쫀득한 수육, 칼칼한 전라도 김치가 어우러져 씹히는 순간 완벽한 삼합의 하모니가 이루어진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이용하는 해물비지파전은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비지만 넣으면 퍽퍽해서 두부 만들 때 나온 콩물을 따로 두었다가 섞어서 촉촉하게 부쳐 낸다. 콩의 영양가를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게 하는 주인의 지혜가 남다르다.
비지에 콩물을 섞어 부친 해물비지파전
그 외에 일품요리로 흑두부삼합, 흑두부버섯전골, 검은콩 청국장, 검은콩 콩물국수 등이 인기 있다. 검은콩과 흑두부로 만드는 요리는 무엇이든 자신 있다는 양주승 사장. 그의 두부 사랑은 매일 새벽 끓여 만들어내는 가마솥 흑두부처럼 뜨끈하고 믿음직하다.
청국장은 잡냄새가 없고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
하얀 두부만 있다는 편견은 버려라, 색동두부와 포두부
‘색동두부’ 역시 인근에 있는데, 그 고운 이름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사람들의 기대만큼 맛도 색다른 색동두부와 포두부는 소박한 시골 손두부의 이미지를 벗고 두부 요리를 고급화하려는 주인장의 노력으로 탄생한 퓨전 두부 요리다.
파란 콩과 노란 콩, 검정콩이 나란히 들어간 색동두부는 자연의 빛깔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먹기 아까울 만큼 색이 곱고 부드럽다. 매일 아침 세 가지 콩을 삶고 갈아서 푸른색, 노란색, 검은색으로 층층이 쌓아 색동두부를 만든다. 만드는 이의 정성이 켜켜이 스며 있는 색동두부는 두툼한 모양새부터 먹음직스럽다. 보는 것만으로 식욕이 도는 색동두부에 3년 묵은 김장김치를 한 점 얹으면 새큼하고 깊은 맛에 입맛이 살아난다. 코스대로 나오는 두부샐러드와 두부탕수육은 모두 색동두부를 튀기고 소스에 버무려 시각적인 맛을 한층 살렸다.
색동두부정식 상차림. 식사는 따로 나온다
색동두부정식에는 색동두부처럼 난생처음 보는 요리인 포두부보쌈이 나온다. 두부를 납작하게 눌러 종이처럼 얇게 만든 포두부에 여러 가지 채소와 수육을 싸 먹는데 그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포두부는 종잇장처럼 얇고 치즈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일반 두부를 만들 때보다 콩을 더 곱게 갈아서 콩의 밀도를 높여 포두부를 만든다고 하니, 색동두부뿐 아니라 포두부까지 특허를 낼 만하다.
포두부에 수육과 무절임, 김치를 얹어 먹는다
깻잎, 수육, 김치와 함께 싸 먹는 포두부보쌈의 매력은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에 있다. 포두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머지 재료들을 적절히 아우르니 보쌈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의 맛이 느껴지는 색동두부
코스대로 나오는 요리들을 골고루 맛보다 배가 불러도 마지막에 나오는 식사를 포기할 수 없다. 순두부나 청국장도 좋지만, 고소하고 걸쭉한 콩물에 들어가는 국수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숙성시킨 쫄깃한 생면을 진한 콩국에 말아 낸다니 재료 하나하나에 남다른 정성이 느껴진다.
색동두부의 재료가 되는 세 가지 빛깔의 콩
갤러리를 옮겨온 듯 모던한 인테리어로 평범한 두부 요리점의 편견을 일찌감치 깨뜨린 색동두부집은 문화 교류에도 관심이 많다. 색동두부집 이은옥 사장은 새로운 두부의 개발뿐 아니라 식당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장 담그기와 두부 만들기, 실내음악회 등 음식과 문화를 통한 소통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