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공장 사장이 되고픈 당찬 아가씨-오세희
이용미
전주시 인후동의 한 아파트 근방에서 깔끔한 차림으로 예쁜 미소를 짓는 아가씨. 작은 임시 가판대 위에 배추김치와 파김치 등 몇 가지 김치종류와 찰밥을 함께 팔고 있는 오세희(26세)양이다. 정갈하고 깨끗한 흰 위생복에 빨간 모자와 앞치마가 보통 노점상 모습은 아니어서 카메라를 대니 부끄러워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 옆에 같은 복장으로 손님을 맞는 청년은 남자친구라고 했다.
이들이 이렇게 길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불과 2개월 정도라고. 남원의 국악고와 전주 우석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오양은 연기를 전공한 남자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잠시 전공을 살린 활동을 했는데 그보다는 사업 쪽에 쏠리는 관심을 접을 수가 없었다. 미래에 김치공장 운영의 꿈을 가진 오양과 음식점을 내고 싶은 남자친구는 그 방면으로 뜻이 딱 맞았다. 미련 없이 전주로 내려와 효자동에 작은 가게 하나를 얻어 김치와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보았다. 처음엔 당신이 오랜 동안 힘겹게 했던 일을 실컷 공부시킨 딸이 하겠다고 덤비니 극구 말렸던 어머니도 그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경제적인 것을 비롯한 그 어떤 도움도 바라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그래서 재료구입부터 찬이 완성되기까지 남자 친구와 둘이서 하고 간만 어머니가 가끔 봐주신다고 했다.
그날 팔 만큼만 그 전날 만들어 아침에 포장한 후 오후에 팔고 있다고.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아니요, 재밌어요. 장소를 이리 저리 옮겨야 하는 것이 불편하고 아쉽지만요.” 아무리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만들어 판다고 해도 무허가이다 보니 위생법의 저촉을 벗어날 수가 없고 하루 매상이 많을 때는 30만원 가까이 되고 보니 근방의 같은 업종의 눈초리 또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직난에 허덕이며 젊은 실업자가 즐비한 현실에서 뚜렷한 꿈을 갖고 열심히 일 하는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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