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고을'에서 빚는 대표적인 술은 바로 추성주. 통일신라 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담양은 추성현이란 이름으로 불리었는데, 그 이름을 이어가는 것 중 하나가 이 추성주다. 이 추성주에는 전설이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담양 금성산성 기슭의 연동사라는 절에서는 보리쌀을 원료로 술을 빚었는데, 늙은 살쾡이가 몰래 그 술을 마시던 중, 절에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발각되자 자신을 살려준다면 일평생 도움되는 비밀의 책을 주겠다고 했고, 그 책을 받은 사람은 이른바 과거에 급제, 입신양명했다고 한다. 그 책을 받은 사람의 이름은 이영간(李靈幹). 바로 담양 이 씨의 시조다. 이후 절에서 빚은 그 술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약초와 열매로 술을 빚게 되었고, 담양의 옛 이름인 추성이란 이름을 따 추성주로 전해 내려왔다. 조선시대 자연예찬의 풍조인 강호가도(江湖歌道)의 대가라고 불리는 '송순' 및 '송강 정철'등이 즐긴 약주가 추성주란 것이 당대에 알려지면서 조선시대 중엽에는 명주로서 그 명성을 떨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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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순창과의 경계에 있는 금성산(603m)에 축성된 금성산성. 호남 3대 산성으로 불리고 있다. 연동사는 이곳과 1Km 내외에 있다. 출처 담양군청
100일 숙성 약주(藥酒)를 증류, 이후 대나무로 여과한 전통 소주(燒酒)
조선시대부터 명주라고 불려서인지 추성주에는 다양한 약재가 들어간다. 멥쌀을 기본으로 술 발효를 하고, 100일간의 숙성을 거치면 맑은 약주가 얻어진다. 이 맑은 약주를 증류하여 소주를 내리고, 이 소주에 구기자, 오미자, 산약, 갈근 등 10가지 이상을 넣어 대나무 여과를 거치면 추성주가 완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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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한약재와 함께 추성고을의 약주 체험.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약재가 들어감에도 주세법상에는 약주가 아닌 일반 증류주로 되어 있다. 발효와 숙성만 한 맑은 형태의 전통주는 약주가 되며, 아무리 약재가 많이 들어가더라도 증류한 술은 일반증류주, 또는 증류식 소주로 분류가 된다. 하지만 약주라는 어원만 생각하면 추성주는 약주가 될 수도 있다. 약주란 약이 되는 귀한 술이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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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증류기인 소줏고리에서 소주를 내려 받는 식품명인 22호 양대수 대표
4대째 추성주를 빚고 있는 식품명인 양대수
이렇게 담양에서 추성주를 빚고 있는 사람은 양대수 대표. 주막을 운영했던 증조부가 추성주의 재료와 빚는 방법을 글로 남겼으나, 일제 강점기 시대와 해방기 이후의 가양주 금지와 밀주단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부친이 증조부로 받은 글을 전해주면서 추성주의 맥을 이어가라고 유언, 이후 양대수 대표는 증조부와 부친의 뜻에 따라 1988년 '추성고을'이란 양조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추성주 복원에 몰두하게 된다. 이렇게 맥을 잇게 된 추성주는 1998년 오사카 수출 개시를 2013 우리술 품평회 대상 및 세계 3대 주류품평회인 샌프란시스코 주류품평회에서 더블골드메달을 받게 되었고, 추성주 제조법을 복원한 양대수 대표는 농식품부 식품명인22호로 지정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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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주류품평회에서 더블골드메달을 수상한 추성고을의 최고급 추성주 타미앙스 추석 선물세트. 타미앙스란 담양의 프랑스 발음이다.
내가 고른 대나무에 약주 넣기 체험이 인기
현재 추성고을에서는 추성주라는 전통 소주와 대잎술 및 대통술이라는 약주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전통방식의 증류기인 소줏고리를 이용한 전통 소주 내리기 체험 및 한약재를 이용한 약주 체험 등이 가능한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바로 대나무 약주 체험. 자신이 마음에 드는 대나무 통을 골라 약주를 직접 넣고 가져가는 체험이다.
크기에 따라 사람의 손목 정도의 작은 대나무부터 허벅지 크기의 큰 대나무까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대나무에 들어간 약주는 냉장보관에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다. 대나무의 성질상 수분이 외부로 배출되는 만큼 귀한 술이 밖으로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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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주를 담는 대나무통은 손목 굵기의 크기부터 허벅지 굵기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추성고을에서는 대나무를 재사용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죽녹원과 메타세콰이어 등 주변이 모두 아름다운 담양
'추성고을'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에는 이른바 몸과 마음의 휴식이 되는 대표적인 담양의 명소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죽녹원'과 '메타세콰이어길'이 대표적이다. '죽녹원'은 5만 평의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정원으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2.2km 길 안에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등 8가지 테마의 길이 있다. 전망대에는 담양천을 비롯한 수령 300년이 넘는 고목들로 구성된 담양 관방제림이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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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죽록원길. 출처 담양군청
죽녹원의 전망대에서 보이는 '메타세콰이어길'은 1970년 담양군은 가로수길 조성에서 8.5km에 묘목을 심은 것이 20m~30m의 쭉 뻗은 높이를 자랑하는 가로수가 있는 지금의 메타세콰이어길이 되었다. 2008년 건설교통부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에 올랐고, 영화 '화려한 외출'의 주인공 김상경이 여유로이 택시를 운전하는 모습, 그리고 오락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도 방문하는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더욱 유명세를 탔다. 현재 메타세콰이어길 8.5km 중 학동리 앞 1.5km 구간은 아예 차량통행이 금지되었고 그 자리에 벤치와 오두막, 간이 화장실 등,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온 방문자가 즐길 수 있는 길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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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메타세콰이어길. 출처 담양군청.
전국에 600개나 있는 양조장, 이곳을 통한 고향 문화를 알아가길 기대하며
담양의 추성고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빚어지는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는 1,000여 종류나 넘고, 각각의 마을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에는 우리 고향 양조장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어쩌면 추성주처럼 1,000년 전 전설이 내려오고 있을 수도, 또는 3대가 운영하는 숨겨진 지역 명주의 양조장일 수 도 있다. 어디나 다 있는 대기업의 획일적인 주류문화가 아닌 우리 고향에만 있는 소박한 양조장 문화. 이번 추석에는 양조장을 통해서 고향의 문화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추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