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축제
시월의 마지막 주일, 주변이 온통 형형색색 물들며 만추를 알리고 있다. 때를 같이 하여 본당에는 공동체의 한마당 축제로 친교 잔치가 열렸다.
여느 때와 달리 중심 미사에는 많은 교우가 모여 예배를 드렸다. 그동안 코로나로 못 봤던 교우들이 좌석을 꽉 메웠다. 미사가 끝난 뒤에 지하에서 마련된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성당 옆 주차장에서 구역별로 마련된 장소에 자리 잡았다. 구역 교우들 간에도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구역은 1구역에서 12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시작 기도와 대회 선언을 하면서 구역별 대항전이 벌어졌다. 대회에 앞서 농악단이 구역을 한 바퀴 돌면서 분위기와 흥을 돋우었다. 경기는 윷놀이를 비롯하여 빨대 물고 링 전달하기, 발로 신발 던지기가 있었다. 응원전도 대단했다. 경기가 벌어질 때는 자기 선수들의 분발과 승리를 위해 열띤 응원을 했다. 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소속의 단결과 화합의 친교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 순간 구약성경(타나크)의 창조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느님께서 우주를 엿새 동안 창조하시고 이렛날에 하시던 일을 마무리하고 당신이 만든 피조물을 보시고 “보기에 참 좋았다.” 하셨다. 그 말씀은 함께 잘 어우러져 보기에 좋았다는 것이다. 오늘 저희 ‘중방 공동체’의 기쁨이 넘치는 잔치를 보시고 ‘보기에 참 좋았다.’ 하시지 않을까 싶다.
나는 12구역에 속한다. 우리 구역은 호반 베르디움으로 새로 구역장과 반장이 바뀌면서 첫 모임으로 꼬마 ‘준이’를 비롯하여 30여 명이 참석했다. 많은 준비를 해왔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획일하게 목에 두르는 노란 스카프, 12구역을 상징하는 등번호, 응원 소품으로 아코디언과 트럼펫을 준비했다. 악기 연주에 맞춰 호흡을 같이하며 노래를 불렀다. 믿음으로, 꽃밭에서, 오빠 생각, 고향의 봄, 과수원길, 섬집아기, 동숙의 노래 등을 함께 불렀다.
경기가 끝나고 대회 성적과 행운권 추첨이 있었다. 우리 구역은 경기에는 밀렸지만, 응원상인 ‘한마음’ 상을 받았다. 또 아코디언 연주를 봉사해주신 서태수 리노 형제께서 행운상으로 자전거를 받았다. 그뿐인가. 함께한 모든 이에게 선물을 안겨주었다. 마지막 농악단이 구역을 돌면서 풍악을 울렸고, 그 뒤를 따라 본당 신부님과 수고하신 사목 위원들이 너풀너풀 춤을 추면서 인사에 갈음하며 갈무리했다.
삼여 년 동안 요한묵시록의 적그리스도 666처럼 코로나와 싸워 승리하고 본당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인 친교 잔치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아울러 교구 설정 120년을 바라보면서 ‘친교의 해’에 걸맞은 잔치로 즐겁고 아름다움이 추억에 기억될 멋진 행사였다.
첫댓글 12구역 한마음 상 수상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