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에 걸맞게 바람이 녹녹치 않게 불고 있어 트레킹하기엔 안성맞춤이다. 몇몇 친구들이 무더위 속에 산행하는 불만을 잠재우고도 남음이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처음으로 경전철을 이용해 만남의 장소로 오는 까닭에 제법 신경을 쓴 듯하다.
10여분 늦게 박재진 부부를 포함해 11명이 산행을 시작한다. 그 중엔 집이 멀어 두세 달에 한 번씩 나타나는 정진동이가 있어 더욱 반갑다.
그다지 힘이 들지 않은 북한산 둘레길에서 가장 좋다는 3,4,5 코스를 따라 걸으려고 한다. 바람이 불어도 한 여름인지라 적지 않은 땀이 흐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와 마지막 그룹의 간격이 확연하게 들어난다. 쉬운 산행인데도 하면 할수록 더욱 쳐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다소 화도 치민다.
친구들의 상태를 보며 첫 코스를 마치고 마음을 굳힌다. 두 번째 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정릉에서 산행을 마치기로. 정릉으로 들어서기 전 서있는 전망대에서 가져온 간식들을 들며 즐거운 휴식을 갖는다. 20여분 후 정릉으로 오르는 이정표 앞에서 조시행의 제안으로 산행을 마치고 삼양사거리 쪽에서 경전철을 타고 신설동에 가 점심을 들기로 한다. 12시를 조금 넘어섰다. 총 걸은 거리는 5km로 애초 목표의 반 정도이나 그래도 모두가 만족해한다.
시행이가 찜해놓은 식당에 들어가 풍성한 돼지갈비와 무한정 제공되는 차돌박이를 반주와 함께 맘껏 들며 회연을 즐긴다. 워낙 값이 싸고 양을 푸짐하게 주는 탓인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빽빽이 차있다. 다만 아쉬운 건 손님 거의 모두가 70대들이다. 우린 젊은 사람, 특히 아가씨, 들을 보며 회춘을 해야 하는데... 냉면을 마지막으로 배가 터지도록 들고 길로 나서니 2시30분이 넘어가고 있다.
함께 한 친구들: 김세진, 김순화, 김승열, 김종하, 박재진 부부, 서규석, 정진동, 정한성, 조시행, 최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