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많은 사람이 응시한 이유는 급제하여 벼슬에 오르겠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것 보다는 과거 준비를 하는 사람은 병역을 면제해 주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군대 가기 싫어서 과거 준비를 했고 조선후기 초시 응시자는 대개 10만 명을 넘었다.
<공원창화시>는 공원의 고시관과 참시관들이 임금이 하사한 선온(宣醞)을 마시면서 지은 시로, 박팽년(朴彭年)이 <서문>을 짓고, 영의정 하연(河演)이 원운(元韻)을 지었으며, 그 외 11명이 돌아가면서 차운(次韻)을 지었다.
곽열의 <서포일록>에 수록되어 있는 이 시축은 부제학 신공 가문에 전해오고 있는데, 우리 가문에 전해오던 것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지고 말았으므로 기억을 더듬어 기록하였는데, 저자의 직함과 시구가 많이 사라지고 빠져 애석하다. 곽공의 이름은 열이고 자는 몽득이다.
郭西浦日錄中此詩軸於副提學辛公家傳余家壬辰失於兵火仍錄其記憶者故職啣與詩句多逸漏惜哉郭公名悅字夢得
<공원창화시서> 테두리 밖에 적힌 주석으로, <연촌집>을 간행할 때 적어 넣은 것이다.
<공원창화시>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곽열(郭說)의 <서포일록>에 이 시가 수록되어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색(李穡)의 <영모정기>, 권근(權近), 한수(韓脩)의 <영모정시>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곽열이 좋은 글을 수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촌집>과 <서포일록>은 약간 차이가 있는데, 한성부 참시관 양성지(梁誠之)가 <연촌집>에는 있고 <서포일록>에는 없다. 하연의 <원운병소서>가 <연촌집>에는 서문이 포함되어 있고 <서포일록>에는 생략되었다. <연촌집>에서 이사철(李思哲)이 지은 차운을 <서포일록>에는 하연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고, <연촌집>에 작자미상으로 수록된 시를 <서포일록>에는 이사철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는 작자와 순서까지 같다.
완동구제와 존양루에 전해오던 <공원창화시>가 정유재란 때 훼손되어, 부족한 부분을 <서포일록>에서 가져다가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작자미상>까지는 완동구제와 존양루에 전해오던 글이고, 신숙주(申叔舟) 이후 부터는 <서포일록>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북쪽 국경에서 전해오는 소식이 급한데
방울처럼 늘어트린 말굴레 소리가 요란하다.
{위아래로 3구가 없어짐}
鴈門傳箭息列佩珂鳴{上下三句逸}崔德之
압운이 청, 경, 명, 성, 인데 남아 있는 시의 압운이 명인 것을 통하여 세 번째 구라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위로 2구, 아래로 1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押韻 : 晴, 傾, 鳴, 成.
압운 청, 경, 명, 성으로 구성된 오언율시(五言律詩)이기 때문에 각각의 시에서 어떤 구가 없어지고, 어떤 구가 남았는지 알 수 있다.
<서포일록>은 1617년(광해군 9) 곽열이 발행했는데, 기정공이 <연촌유사>를 재정리한 1621년(광해 13)보다 4년이 빠르다. 기정공이 재정리한 <연촌유사>에는 <작자미상>까지만 수록되어 있었고, 양정재공이 보완한 <연촌유사>에 신숙주 이후의 시들이 추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포일록>이 부제학 신공(辛公)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했는데, 신공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문종께서 즉위하신 원년(1451)에 공원을 각각 다른 장소에 설치하였는데, 하나는 예조에 두어 영의정 하연, 예조 참판 박팽년, 집현전 제학 신석조를 고시관으로 삼고 사헌부 집의 신숙주, 집현전 부교리 성삼문 집현전 수찬 서거정을 참시관으로 삼았다.
어느 날 오래 내리던 비가 처음으로 개여서 날씨가 맑고 화창한데 유사가 어명을 받들어 술과 과일을 가지고 와서 나누어 주었다. 건물 앞에 연못이 있는데 수백 평 남짓한 못가에는 버드나무 몇 그루가 서 있으며 꽃이 활짝 피어 매우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是日也宿雨初晴天氣淸和有司承命賫酒果來頒堂前有池數畝池邊有柳數株花卉芳菲正良辰也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절을 한 다음 연못가에 앉아서 술을 마셨는데 영의정께서 흥에 겨워서 오래 생각한 다음 시 한 수를 지어 보이면서 여러 사람에게 화답하라 이르고 난 다음 나 팽년에게 서문을 지으라고 명령하셨다.
相興拜飮于池上相公乘興抒思遂成律座上屬和爰命彭年爲序
영의정께서는 다섯 임금을 모신 원로대신으로서 나이와 덕망을 모두 갖춘 분이신데, 문장에도 능하여 한 때 유학자들의 우러름을 받았다. 지금 이같이 시를 지어 보이시니 또한 즐겁지 않으랴? 팽년은 이런 즐거운 광경을 보고서는 문장은 비록 졸렬하지만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서문을 적는다.
주상께서 술을 내려 주시므로 우리는 서로 마주 절하고 함께 마셨는데 마침 오래 내리던 비가 처음으로 개여서 모든 것이 새롭고 꽃과 버드나무는 아리땁고 연못은 맑아 더욱 아름답다. 여기에 한 가락 시를 지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에게 보이노라.
余與諸公承命考試尋有上尊之賜相與拜飮時方宿雨初晴物儀方新花柳芳菲池水澄活可愛聊成一律呈座上諸公
늦은 봄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에. 마침 비가 개여 더욱 그 빛이 더 하네. 실버들은 이슬을 머금은 채 늘어지고. 꽃술은 바람결에 비스듬히 나부낀다. 물고기는 둥근 연잎 위로 뛰어 오르고. 개구리는 물풀 사이에서 소리 내어 우는데. 흥에 젖어 술잔이 여러 번 오고갈 때. 술 취해 쓰러져 시구도 떠오르지 않는구나.
春暮政佳節 雨奇還好晴 柳絲承露重 花蘂倚風傾魚上圓荷躍 蛙穿細藻鳴 興繁杯屢酌 醉倒句堪成
시 11편은 모두 비가 개인 봄날 호숫가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것이므로, 하연이 지은 원운만 감상해보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